/인/터/뷰/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뉴질랜드에도 강타하면서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일자리가 없어 해외로 이주하거나 앞으로의 취업을 위해 더 높은 학위와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젊은이들을 주변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뉴질랜드 실업률은 갈수록 증가하고 앞으로도 1만8천여 명의 실직자들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꾸준한 준비와 노력으로 오클랜드 경찰청에서 근무하게 된 신입경찰 한동엽(24)씨를 만나 불경기 속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취업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뉴질랜드에 온지 약 8년이 되었다는 그의 영어 발음은 완전 ‘마오리 발음’ 이었다. 크라이스트 처치에 있을 때부터 마오리 친구들이 워낙 많았고, 현재 함께 근무하고 있는 동료들도 대부분이 마오리 출신으로 이들과 잘 어울려 지낸다니 동, 서양을 불문하고 그의 사회성은 벌써부터 돋보였다. 오클랜드 시티 중심부를 관장하게 된 신입 경찰관 한동엽씨는 “아직 근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지금도 많이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고 말하며 인터뷰 내내 본인의 직업에 만족해 하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주로 오클랜드 시티 중심부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많이 접하고 있는 한씨는 요즘 시티 중심부를 순찰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접하는 방법과 이야기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란다. 특히 최근에는 퀸 스트리트의 노숙자들이 증가하고 있음과 동시에 비즈니스 업체와 시민들의 불만 접수도 급증하고 있어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필요한데 오클랜드 시티 경찰청에서는 길거리 노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이들의 정보를 얻고 도와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퀸 스트리트에 걸어 다니는 사람들에게 랜덤으로 수사에 협력해 달라고 물어 볼 때가 있어요. 그 중에는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거나 협조를 해주는 시민들이 있지만,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 보냐고 날카롭게 대응하는 시민들도 간혹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처방법을 배우게 되더라고요.” 이 뿐만이 아니다. 한씨는 현지 경찰들과 함께 순찰을 돌면서,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인종 차별적 발언을 듣기도 했는데 그럴수록 더욱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 받았다고 말한다. 이렇듯 경찰이라는 직업은 한씨가 세상을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뉴질랜드 사회와 더욱 밀접한 관계를 갖게 해 주었다.
경찰에 지원하기 전 한씨는 남섬 캔터베리(Canterbury) 대학교의 법대생이었지만 적성과 맞지 않아 결국에는 대학교를 나와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 사회에 나와 일을 시작한 곳은 American Express 신용카드 회사로 한때는 큰 돈도 만져 보면서 이리저리 방황하는 등 불안정한 생활을 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TV에서 경찰 신입사원 채용 광고를 보고 2007년 말 경찰채용에 지원하게 된다. 한씨는 웰링턴(Wellington)의 경찰대학교를 다니면서 한국인 동기들도 꽤 많이 만나 기숙사에서도 함께 생활하며 지냈다고 그 당시를 기억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최근에는 경찰을 지원하는 한국인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이들을 가까이서 볼 수는 없지만 현지사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인 경찰들을 생각하면 괜히 마음이 든든해진다.
최근 뉴질랜드 사회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으며 경찰당국에서 골치머리를 썩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몇 가지 꼽아 달라는 질문에 한 씨는“현지 신문에서도 자주 보도되고 있는 보이레이서(Boy Racer)규제와 마약범죄가 아닐까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보이 레이서들은 규정속도를 위반하고 빠른 속도로 도로를 질주해 경찰들이 단속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최신 경비들을 사용해 경찰이 어디에 잠복해 있는지도 파악하고 있어 이리저리 피해 다니기 일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08년 10월 중순부터 오클랜드 시티의 번화가인 퀸 스트리트의 주행속도를 30km/h로 규정시킴으로써 모든 운전자들이 주행속도를 낮추고 안전운행을 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마약범죄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잡고 있어 경찰당국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한다. 공원이나 밀폐된 길거리에서 대마초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행위는 불법으로 간 주되기 때문에 이들에게 경고를 주고 넘어갈 경우도 있지만 심하게는 체포를 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경찰의 신분으로 부상도 당할 수 있고, 목숨까지 위급할 때가 있다 보니 함께 근무하고 있는 경찰들과는 서로에 대한 신뢰나 믿음이 특별한 것 같아요.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수 있는 일이다 보니 힘들면 서로 챙겨 주고 웃음도 주면서 화목한 분위기로 지내고 있어요.” 한씨는 밤, 낮에 상관없이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교대근무가 처음이라 새벽근무를 할 경우에는 밤, 낮이 바뀌는 생활에 아직 적응이 잘 안되지만 일이 재미있어서 힘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렇듯 육체적으로 힘들기는 하지만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본업에 최선을 다하고 업무를 즐기는 한씨는 현재 Fort St.에 있는 Auckland Downtown Police Station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향후 Auckland Central Police Station로 옮겨질 예정이다. 부족한 점도 많고 앞으로 배워야 할 부분도 너무 많은데 기회가 된다면 현재 하고 있는 일에 경험을 더 쌓고 경찰이 그룹으로 몰려다니면서 사건을 진압하는 ‘Team Policing’이라는 부서로 승진하고 싶다는 계획을 전했다. 실업률은 증가하고 졸업자들의 취직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 ‘남들도 못하는데 나도 안되겠지’라는 편견보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디일까’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도전 한다면 경기침체 속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해결책이 아닐까 싶다.
이강진 기자 reporter@koreapost.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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