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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2009. 17:17 코리아포스트 (125.♡.244.199)
이 지역 주민 대부분은 시아파가 주류이며 오래전부터 길깃-발티스탄주의 독립을 갈망하고 있었으며 자주 분쟁을 일으켜 왔다. 이로인하여 파키스탄 정부는 이지역에 특수 부대를 주둔시켜 이들을 통제해오고 있으며 이에 불만을 품은 시아파들은 정부를 상대로 때로는 수니파를 상대로 투쟁과 분쟁을 일으켜 왔다.
몇일전에도 많은 부상자를 불러온 분쟁이 있었고 궁극에는 오늘 유엔 초소 앞에서 시위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유엔 본부에 자기네들의 독립을 지지해 달라는 것이다. 그들의 의지는 십분 이해하지만 우리가 단지 할 수 있는 것은 오늘의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이슬라마바드를 통해 뉴욕 본부에 보내는 것이다. 이런 보고서가 몇십년전부터 보내졌지만 조금도 그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어쩔수가 없었다.
오늘은 그 유명한 훈자 마을로 정찰(?)을 나가는 날인데…
우리는 어쩔수 없이 작은 울타리 속에 갇힌 불쌍한 신세가 되어버렸다. 하필이면 우리가 방문한 이날에…
덴마크 장교와 내가 당황해 하자 초소장인 스웨덴 소령 로버트가 우리에게 안심시킨다. 여기는 저런 상황이 자주있으니 저러다 지치면 그냥 해산해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난이 아닌 것이 주먹만한 돌멩이가 날아오는데도…
그 날 오후에야 바깥 상황은 조용해졌고 우리도 평온을 되찾게 되어 다음날 정오쯤 우리는 훈자마을로 향하는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달리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높다라고 잘 알려진 고봉들이 우리들을 반기듯 굽어보고 있다. 도로 중간 중간 경치가 좋은 곳에는 음식과 짜이, 음료수를 마실 수 있는 작은 까페들이 수백킬로를 달여 온 피곤한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안내하던 스웨덴 소령이 갑자기 사진 한장 찍고 가자면서 차를 세운다.
이 장교왈 "저기 보이는 저 장엄한 산이 바로 산중에 산, 7,788 미터의 라카포쉬 봉 (Rakaposhi Peak)"이라는 것이다. 현지인들에게는 "빛을 내는 벽 (Shining Wall)" 알려져 있으며 세계에서 27번째로 높지만 가장 아름다운 산들 중에 하나로 많은 산악인들에게 알려져 있다고 한다.
날씨가 변화무쌍하여 여러번 이 곳에 왔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완전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오늘은 운이 좋게도 하늘과 맞닿아 있는 듯한 눈 덮인 저 정상을 몇 번이고 정복할 수 있는 행운을 나도 가질 수 있었다.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한동안 달렸다.
이름은 모르지만 높은 산들의 허리를 이쪽 저쪽으로 돌고 있을 때 갑자기 앞이 확 트인다. 상상하지 못한, 하늘에서 뚝 떨어진것 같은 마을이 황금빛 원시산으로 둘러 쌓여 있다. 마을을 덮고 있는 산 그림자는 마치 신이 이 마을을 세상에 드러내기 싫어 숨겨 놓고 있는 듯 해 보였다.
분명 인간의 손길이 닿기 힘든 곳에 깊숙이 숨겨 놓은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원시 마을인 것 같다.
멀리서 숨가쁘게 달려온 새코의 땀보다 작은 나의 존재가 마을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바위산의 위엄에 짓눌려 호흡 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여기가 바로 파키스탄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 훈자 마을임을 금방 알 수가 있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 섰을 때, 마을 전체가 노랑색 살구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살구 마을에 살구 잔치가 벌어진 것이다.
아마 살구꽃 피는 봄에는 마을 전체가 온통 꽃마을이 될 것 같았다.
이들과 특별한 접촉은 없었지만 그냥 고향 마을 사람들처럼 정겨웠다. 좁다란 골목의 시골 장터 작은 가게에는 벌써 말린 살구(Apricots), 살구씨(Apricot Nut), 아몬드(Almonds), 호두(Walnuts) 등 갖가지 너트들이 제각기 품평회를 열고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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