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톤→로토루아(Ⅲ)

해밀톤→로토루아(Ⅲ)

0 개 1,589 코리아포스트
마오리 전통 공연을 보다

저녁 시간에 우리가 선택한 곳은 마오리 전통 공연과 전통 음식 항이(Hangi)를 먹는 파크 헤리티지 호텔(Park Heritage Hotel)이었다. 마오리족 전사들의 춤은 강하고, 여성들의 목소리는 아름답다. 특히 하카(Haka)는 전쟁 춤인데 문신을 한 채 전통 옷을 입고 상대방을 위협하고 도발하는 표정이 인상적이다. 뉴질랜드의 국가대표 럭비 팀인 올 블랙(All Black)이 시합 전에 상대방을 향해서 하는 퍼포먼스이기도 한데 그 모습이 매우 위협적이라 상대의 전의를 꺾고 팀의 사기를 돋우기에 충분하다. 강렬한 표정과 힘찬 동작이 멋진 하카의 주제는 의외로 단순하다. '넌 이제 죽었어!'

하카 뒤에는「포카레카레아나(Pokarekare Ana)」라는 노래가 나오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곡이다. 이 곡은 전 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마오리 전통 민요이다. 한국에서는「연가」로 알려져 있는데, 6.25 전쟁에 연합군으로 참가했던 뉴질랜드 군인들이 한국에 전한 것이 이제는 한국에서 가장 널리 부르는 노래로 자리 잡게 되었다.

드디어 공연이 끝나고 마오리 전통 음식인 항이가 나왔다. 항이는 음식의 종류라기보다는 조리법을 이야기한다. 땅을 파서 먹을 음식(닭, 양고기, 고구마, 호박, 감자 등)을 묻고 그 위에 벌겋게 달군 돌을 놓고 흙으로 덮어 그 열기로 재료를 익히는 음식이다. 양념이 거의 없이 소금만 넣은 항이를 먹어 보니 의외로 맛이 있다. '조리'하지 않은 순수한 재료의 음식이 이렇게 맛있는 줄 처음 알았다. 특히 닭고기는 국물이 빠지지 않아 백숙보다 더 진한 맛이 느껴졌다. 양고기는 특유의 냄새가 강해서 먹기 힘들었다. 어찌보면 항이는 원시적이면서 매우 초보적인 조리 방법이지만 의외로 세련된 맛이 있다. 어쨌든 오늘 저녁은 메뉴 걱정이 없어서 좋고, 설거지감이 없어서 행복하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날이 깜깜해져서야 홀리데이파크에 돌아왔다. 일을 이렇게 열심히 했으면 몸살이 나도 벌써 났을 텐데, 걱정이 없어서인지 밤늦도록 돌아다녀도 에너지가 새롭게 충전되는 기분이다.
 
잠들기 전에 갑자기 재미있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한마디 더! 세계에서 가장 긴 지명이 뉴질랜드에 있다. 타우마타화카탕기항가코아우아우오타마테아투리푸카카피키마웅가호로누쿠포카이훼누아키타나타후(Taumatawhakatangihangakoauauotamateaturipukakapikimaungahoronukupokaiwhenuakitanatahu). '산의 정복자이고 땅을 먹는 사람이며 땅과 바다의 방랑자인 무릎 큰 타마테아가 그의 연인을 위해 코피리를 불어주던 언덕'이라는 뜻인데, 정작 산은 높이 305미터의 자그마한 산이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