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뉴질랜드의 미술교육과 한국의 미술교육에 있어서 추구하는 이념이나 목적은 같지만 그 방법론에 있어서 상이함은 양 교육현장에 있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미술교육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교육목표는 창의력과 감성의 개발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 다시 말해 방법적인 테크닉은 이러한 창조적인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보조수단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중등미술교육의 현장에서는 창조적인 능력을 함양시키는 것보다 기법적인 면에 치중을 하여 온 것이 사실이니, 이는 사고의 전환이나 발상과 표현 등의 입시 기준의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대학들이 입학시험 채점의 객관성을 이유로 아직도 석고 뎃생이나 수채화 등의 실기시험을 입시의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대학의 입시제도를 따라야 하는 중등교육방침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는 지도 모른다.
그에 반해 뉴질랜드의 경우 유아교육부터 미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창조력 개발에 중점을 두어 예술성을 키워주고 있으며, 대학 입시에도 평소에 제작된 포트폴리오를 보고 그 예술적인 소양에 비중을 두어 채점을 하고 있다. 이러한 창의력이 배양되지 못하는 미술교육 환경과 경직된 사고의 체험 속에서 성장을 해온 탓인지 한국은 미술대학도 많고 해마다 배출하는 예비화가들의 숫자도 뉴질랜드에 비해 월등히 많으련만 실제 국제무대에서 활동을 하는 화가의 수는 거꾸로 적은 것이 현실이다.
형용사가 극히 발달된 언어를 보나 놀이문화를 보더라도 한국인처럼 동적이고 감성이 풍요로운 민족은 보기가 드믈다. 그러하기에 테크닉과 예술성이 같이 중요시되는 음악 쪽에서는 어릴 때부터 많은 한국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미술 쪽에는 그러하지 못한 것을 볼 때 교육환경의 중요성을 실감 할 수가 있다.
한국도 그렇지만 뉴질랜드에서도 많은 학생이나 부형들이 대학의 전공 선택에 있어서 여타학과는 적성보다 성적위주로 지원을 하는데 반해 미술전공을 결정할 적에는 적성과 소질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 이유는 화가나 디자이너, 건축가가 되기 위하여 제일 중요한 것은 학업성취도인 타 과목의 성적보다도 미술이 학생의 적성에 맞고 감각이 있는가하는 점인데 이는 미술이 타학문과는 달리 조형적인 감각이나 예술적인 감성이 전혀없이 노력만 가지고는 성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필자가 말하는 학생의 적성이나 감각은 학생이 그림이나 미술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느냐는 것이지, 필자가 20여년의 교육현장에서 한두 명 볼까 말까한 그런 타고난 천재라든가, 막연하게 기대하는 예술에 대한 선천적인 소질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바꿔 말해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 자체가 소질이 있는 것이고, 그림을 배우면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 감각이 있다는 것이다.
음악에 음치가 있듯이 미술에도 간혹 미치가 있으니 이렇듯 적성에 맞지 않는 학생이 무리를 해서 미대에 간다 해도 수업에 흥미를 잃고 중도탈락자 안에 속할 확률은 높을 것이며 설사 졸업한다 해도 미술계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인바 대학을 긴 인생항로의 시발점이라고 볼 때 그 학생은 돛도 펴보지 못한 채 좌초된 셈이니 본인의 좌절감은 물론 경제적 시간적으로도 엄청난 낭비일 것이다.
더욱이 영어나 학과공부가 부족해서 적성에 맞지도 않고 그림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미대를 지망한다면 오히려 학생의 인생을 복잡하게 헝클어 놓는 결과를 초래 할 것이며 반대로 미술에 재능이 있고 예술적 감성이 풍부한 학생이 미술가에 대한 굴절된 시각 때문에 미술전공을 기피한다면 이 또한 건조한 삶을 살아가며 후회를 할 것이니 전공을 결정할 때에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판단이 어려우면 교육현장에서 경험이 풍부한 미술전문가에게 한 번쯤 상담을 하여 진단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미술의 사회적 연관성이나 학생 본인의 소질과 적성 등에 대해 점검이 끝나고 대학에서 미술전공을 하기로 결정을 하였는데 어떻게 입시분비를 하여야 본인이 원하는 대학의 학과에 입학을 할 수 있는지 걱정이 될 것이다.
주변에 들리는 말로는 미대진학을 위하여 인터부터 미술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하는데 늦은 것은 아닌지 또 다른 걱정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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