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유학생과 교민경제

[334]유학생과 교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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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의 초등학교 영어수업 시간은 교사와 학생이 바뀌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고 한다.  "선생님! 그 단어 발음이 틀렸는데요." ?선생님! 해석이 이상해요."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 영어권 학교 에서 공부하고 온 학생들이 본토 발음 억양을 가지고 유 창한 영어를 구사해서 한국 토종 영어교사들을 당황케 하니 아무리 청출어람이라지만 가르쳐야 할 교사 입장에 서는 고충이 이만 저만 아니라고 한다.

초·중·고등학교 시절 외국으로 떠나 공부하는 조기 유학 붐이 뜨겁게 일어나고 있다. 해마다 수천명의 학생 들이 한국의 교육현실을 비관하며 또는 좀 더 나은 교육 수준을 기대하며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다.

몇 해 전까지 유학은 부유한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생각되어 왔지만 이젠 중산층에서도 방학을 이용한 단기 어학연수 코스를 활용, 자녀들이 영어에 동시에, 급우들에게 뒤떨어 지게 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으며 동시에 조기유학 붐에 박차를 가하는 또 하나의 부류가 되었다. 그런데 명실상 부 한국의 교육열을 그대로 보여 주는 이런 바쁜 발걸음 과 마음속의 기대를 한국이 아닌 유학생들을 맞이하는 이 곳 뉴질랜드에서 바라볼 때, 보내는 사람과는 사뭇 다른 견해를 갖게 되지 않을까 한다.


*****   유학 붐! 붐! - 뉴질랜드는 해당 없다?  *****

지난 달 서울시 교육청의 집계 자료에 의하면 2001 ~2003학년도 서울 초중고교생 4500여명이 해외유학을 떠났고 2004학년도에는 6089명으로 37.5% 증가, 작년 에는 7001명으로 다시 15% 증가해 2000년 11월 자비 해외유학 자율화 대상이 중졸 이상으로 확대 실시된 이후 사상 최대의 수치를 보였다. 서울에서만 하루 19명 의 학생이 유학길에 올랐다는 셈이다.

그 중 중학생이 18.2%나 늘어 가장 많았고(2521명), 초등학생이 15.3% (2453명), 고교생은 10.9%(1828명)씩 각각 증가했다. 뉴질랜드가 미국, 캐나다, 중국, 동남아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유학생이 많이 찾은 지역으로 나타난 것인데 순위는 다섯 번째이지만 전체의 4.6%에 불과하며 미국 2,757명, 캐나다 1,107명에 비해 312명의 초라한 숫자다.

교육 인적 자원부에 따르면 2000년 국가전체 초중고 해 외 유학생은 2000년부터 5년 사이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중요한 것은 이렇듯 우리나라를 뜨는 유학생들은 증가 해가고 있으나 거꾸로 뉴질랜드에 오는 유학생 수는 계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것이다.

2005년 뉴질 랜드 내 한국 유학생(유학생 수업료를 내고 입학한 자)은 대학생 포함 12,962명(13.4%)으로 중국(49,569명)에 이어 두번째였는데 이는 2003년 15,475명 이후 꾸준히 줄어든 것이다.

유학생 감소의 이유는 무엇보다도 2004년 이후 800원대가 넘어갈 만큼 높은 환율과 이민부의 이민/비자 절차의 강화가 되겠는데 이러한 영향들과 함께 유학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른 나라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외부적으로도 뉴질랜드 유학산업에 타격이 왔음을 볼 수 있다.

본지에서는 이번에 오클랜드 북부의 일부 학교들의 도움을 얻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A 초등학교의 경우 한국 유학생의 수가 2004년 24명에 비해 반으로 줄고 유학 기간도 더 짧아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B 초등학교도 같은 기간 46명에서 35명으로 감소되었고 C 고등학교의 경우 58명에서 43명으로 14%정도 줄었다. 설문에 응한 대부분의 학교들이 비슷한 양상을 나타내 뉴질랜드 유학 산업의 축소를 드러내었다.


*****  유학생 가족 "돈 많이 들 각오하고 오는 거죠"  *****

지난주에는 본지의 인터넷 사이트(www.koreatimes.co. nz) 독자게시판에 아들과 함께 2년 여의 조기유학을 마치고 돌아간 한 학부모의 글이 올라왔다. 친절한 키위들과 이웃들을 만나면서 또한 영어공부도 했던 좋은 추억이었다고 만족스러움을 담고 있었는데 조기유학 국가로 손색없는 뉴질랜드의 양질의 교육과 안전한 환경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었다.

2004년 말 아이들이 방학을 하자마자 두 아이들을 데리고 오클랜드 북쪽 지역으로 조기유학을 떠나 온 K씨. 입학전 두 달간 랭귀지 스쿨에서 공부하고 M초등학교에 입학, 벌써 세 학기, 여섯 Term을 꽉 채워 간다.

K씨의 아이들은 작년에는 같은 반에 서너 명씩 한국 친구들이 있었는데 올 해는 자기 혼자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Year 6인 첫째는 한국에서 올 때만 해도 한 페이지에 영어 단어 30개 정도되는 쉬운 동화 책을 읽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몰라보게 실력이 늘어 원어민 중학생 수준의 책을 읽고 있다.

둘째 아이는 현재 Year 4로 한국에서 초 등 학교 입학하기 전 유학을 왔다. 영어 유치원에서 영 어를 조금 배운 것이 전부인데 지금까지 별 무리 없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왔으며 영어 실력도 많이 늘었고 스피킹도 첫째 아이보다 빨리 늘었다고 한다.

이번 9월에 아이들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K씨는 2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영어만은 확실히 익히고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영어교육에 남다른 열심을 냈다.

K씨는 아이들이 각각 한 주에 적어도 세 번씩 현 지인 영어 선생님과 공부하도록 시간표를 짰다. 큰 아이 를 위해서는 수학 과외, 작은 아이는 뉴질랜드 내에서 구할 수 있는 국어/수학 학습지를 시 키는 등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 공부 할 때를 대비해 왔다.

"큰 아이는 4 학년, 5학년을 이 곳에서 보내는 것이 되었는데 참 적절한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100% 만족하면서 돌아가는 사람들은 없겠지 만 아이들이 현재의 수준을 잘 유지해 주면서 실력을 키워 나간다면 앞으로 한국에서 공부하면서 영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많지 않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  한 명의 유학생이 열 명을 먹여 살린다  *****

이렇게 뉴질랜드에 와서 긍정적으로 영어교육 효과를 누리고 가는 조기유학 가족들이 뉴질랜드와 교민 경제에 미치는 여러 가지 경제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뉴질랜드 국가적으로도 유학교육산업은 국가 수입의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중요한 산업이다.

2004년 뉴질 랜드의 초ㆍ중ㆍ고등학교와 대학교 및 사설 학원들이 얻 은 수입은 2004년 GST 포함 없이 7억7천5 백만 달러, 2005년에는 7억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액수였다.

앞서 말했듯 작년 뉴질랜드 전체 유학생 중 우리 나라 유학 생이 중국 다음으로 많은 13% 차지한다고 할 때 대한민 국 유학생이 뉴질랜드에 쏟아 놓는 돈은 학비만 어마어 마한 액수가 될 것이다.

환율의 상승으로 유학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일차적으로는 교민들의 사설 어학원, 유학원, 과외 교사 등 교육업계 종사자들이 상당히 타격을 받았고 문을 닫는 일도 일어났다.

일례로 위에서 인터뷰한 유학생 어머 니 K씨의 경우처럼 대부분의 유학중인 초ㆍ중ㆍ 고등학생이 적어도 두세 명의 과외교사를 두고 공부하는데 대충 어림잡아 보아도 수백 명의 과외 교사들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유학생들 덕을 보아 왔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물론 랭귀지 스쿨과 유학원, 들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한인의 날' 당시 한인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서 자신이 종사해 왔던 직업을 묻는 질문에 '교육, 서비 스업 및 상업'에 종사한 적이 있거나 현재 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질문 응답자의 약 1/3에 해당하는 120여명에 달했다.

대부분이 한국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이러한 업종들이 유학생의 감소로 교민경제가 위축되면서 받았을 타격이 짐작이 간다.

이차적으로 생각해 볼 것은, 유학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 아래 선택하는 것인데 유학생 가족들이 그들의 경제력에 상응하는 높은 소비력을 발휘, 뉴질랜드 경제 특히 한인 교민 경제에 큰 활력이 되어 주었었다는 점이다.

유학생 학부모들은 대부분 기러기아빠를 한국에 두고 어머니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K씨 의 경우 한 달에 렌트비로만 2000달러 정도를 사용하고, 생활비와 과외/교육비를 합해 일주일에 1000여 달러가 들어간다.

본인도 정기적으로 골프와 영어를 배우고 있고, 일 년에 한 두번씩 오는 남편과 아이들 방학을 이용해 뉴질랜드 내에서 여행을 한다. 대부분의 유학생 가족들은 이와 비슷한 적극적인 소비를 만들어 낸다.

이로써 유학생들이 한 가족 한 가족 늘어남으로 한인 인구의 증가와 경제 확장에 뒤따르는 고용 창출 효과가 상당히 컸고, 교민 경제에 큰 가치를 가진 집단으로 자 리매김 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적으로도 유학생의 유치로 인한 효과가 크다. 그 동안 유학생 가족들 사이에서 비일비재하게 있었던 주택 등 부동산 구입도 최근 한국의 해외부동산 투자 규제가 열려 가면서 더 큰 관심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가디언 비자에서 워크비자를 취득할 수 없도록 개정된 법은 아이들의 조기유학을 계기로 아예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한 명의 경제인구가 아쉬운 교민사회에도 멀리 볼 때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닐 것 같 다.

환율의 동향에 탄력적인 유학산업이 올해 들어 지속 적으로 600원대를 유지하는 것과 맞물
려 점차 회복되며 더불어 뉴질랜드의 교육 경쟁력을 극대화, 교민경제도 그늘진 터널을 속히 빠져 나가길 기대해본다.


@기사작성을 위해 협조해주신 Milford School, Browns Bay Primary, North Cross Interme- diate, Carmel College,  Rosmini College, Westlake Boys, 관계자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