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1] 천국도 지옥도 내 마음 속에

[341] 천국도 지옥도 내 마음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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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봄은 목련과 함께 피어난다.

< LA에 자식들 따라 이민 온 경상도와 전라도 출신 할머니가 있었다. 늘 붙어 다니던 어느 날 경상도 할머니가 화장실에 갔는데  한참 지나도 오지 않아 걱정스레 찾아가 노크한다.
.경상도할머니:후꼬?(who꼬?)(번역:누구세요?) /.전라도할머니:미랑께.(me랑께.)(나라니까.)
.경상도 할머니:화이카노?(why카노?)(왜그래?)/.전라도할머니:빨랑컴(빨랑come!)(빨리나와!)>

이민 온 지 20년이 넘었건만 여전히 영어도 아니고 한국어도 아닌 국적불명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실제 상황이고, 이민 1세대의 어쩔 수 없는 ‘슬픈 우리 자화상’인 것이다.

Pilgrim Fathers들이 1620년 May Flower호를 타고 플리머스항에 도착했을 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세가지 극한 상황은 기근과 풍토병과 인디언들의 배척이었다. 하지만 미래를 향한 강한 의지와 불굴의 개척정신은 그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오늘 날 세계 최고선진국 미국을 만들어 냈고 그게 바로 문화사적으로 볼 때 문명인들의 가장 성공한 이민이 되었다. 거기 비하면 우리의 뉴질랜드 이민은 지극히 평화롭고 소박하고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처음 이땅에 왔을 때 뉴질랜드는 그런 우리들의 바램에 적당히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은행에서 돈을 셀 때 여왕의 얼굴을 일일이 맞추는 할머니 텔러들의 손동작에서 한 없는 여유로움을 느꼈다. 행여 길이라도 물으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신나게 안내해 주는 키위들의 모습에서 친절하지 않으면 벌금이라도 무는 나라인가 의심이 날 정도였다. 그러나 본격이민 15년만에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친절한 인상은 경계의 모습으로, 타인종에 대한 호기심은 배타적 태도와 돈벌이의 대상 정도로만 생각할만큼 무섭게 변화 된 느낌이다. 최근 새삼스럽게 뉴질랜드 이민에 대한 찬반 양론이 심심찮게 일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한 교민의 자조적인 생각은 이를 잘 나타내 준다. <91년 최초의 점수제이민법에 의해 영주권을 얻었습니다. 사람들이 뉴질랜드를 ‘후질랜드’라면서 깔보곤 했는데 한 3년 사이에 저도 그에 동조하게되고 작년부터는 이민 온 것이 후회 되기 시작한 자신을 보고 매후 당혹스럽습니다. 교민 매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이민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쓰지만 여기 이민 오려는 사람들에게는 말리고 싶습니다. 부동산 가격도 많이 올랐지만 현재의 집이 60만불이라해도 한국 돈으로 3억 6천인데 서울에서 어느 정도의 아파트를 살 수 있을런지.(후략)>

그런가하면 뉴질랜드에 거주하다 떠난 사람의 다음 이야기 또한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한국의 국민소득이 1만불도 못되던 시절, 당시 뉴질랜드는 2만불에 근접하고 있었다. 그러니 당시의 한국과 비교하면 뉴질랜드는 한국보다 두배이상 부자였다. 그런데 어느 교민집에 갔을 때 주부들끼리 ‘에이 거지 같은 나라 뉴질랜드’하는 말을 듣고 황당했다. 국민소득으로 따지면 뉴질랜드 국민들이 한국을 향해 ‘거지 같은 나라 한국’이라 해야할 판인데 거꾸로였던 것이다. 돈 많은 사람을 귀빈으로 대접해주는 한국과는 달리 내돈을 가지고도 흥청망청 쓸 곳도 없고, 개나 소나 다 골프쳐서 자기들과 별로 차별이 안 되니 기분 나쁘고 거지 같은 나라라는 거였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더불어 살아가는 나라였던 것이다.>

2주전 시내에서 일식당을 경영하던 L사장이 호주로 떠났다.  여러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왔고 최근까지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사회활동에서도 비교적 성공했다고 알려졌기에 그의 떠남은 어느 정도 충격이었다. 호주에서 취업중인 장남과 합치기 위해서라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음에도 막상 떠난다하니 섭섭하고 착잡한 심정을 부인할 수가 없었다. 남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칫 비행기 타고 떠나는 사람이 무조건 부러워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민자수가 5만명쯤이면 자생력이 생겨 살만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호주, 캐나다 그리고 일본이나 미국은 행복한 교민 사회일까? 아무도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뉴질랜드가 좋다고 자랑하거나 부추길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렇다고 뉴질랜드가 나쁘다고 부정적인 생각을 확대재생산하는 데에 동의할 생각은 더욱 없다. 하지만 한국, 미국, 영국, 중국, 불란서등 내가 살았거나, 다녀 본 30여 국가중 뉴질랜드만큼 ‘영어 쓰면서 덜 오염 되고, 만만한 나라’는 발견하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이 뉴질랜드 교민들에게 무척 어려운 시기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도 새로운 봄 기운에 밀려 결국은 사라지게 될 것임을 믿는다. 천국도 지옥도 오직 내마음 속에 있음을 우리는 알기에 견디어 낼 수 있는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와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라는 금언은 언제나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