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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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2006. 10:49
르네 ()
요즘은 가끔 버스를 타 본다.
늘 차에 의존하며 살다보니 짧은 거리임에도 차에 시동을 걸게되고
그나마 걷는 운동조차도 하지 않는 이 게으름이 분명 고쳐야 할 중병임엔
틀림이 없건만 그게 참 쉽지가 않다.
얼마전부터는 큰 아이도 등교길엔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기 시작했고,
남편역시 덜덜 거리던 똥차(?) 를 과감히 팔아버리고 버스카드를 충전하기
시작했는데.
유독 나만은 여전히 절대사수 자가용을 외치면서 아직까지 ,,
블레이크,악셀..블레이크,,악셀...그렇게 발가락 운동만 하는것을, ㅠㅠ
해서 ,
얼마전 출근길에 시동을 걸려던 차 키를 다시 빼고는
오냐,버스를 타보자 ,
아이 책상서랍을 뒤져 버스 타임테이블을 꺼내서는 빨간라인.분홍라인 그린라인..
알록달록한 버스노선을 손가락으로 짚어감서,,
내가 가야할 곳의 노선을 확인하기는 했는데.
버스시간대가 삼십분 간격.
시계를 보니 이런 바로 5분전에 차가 떠난게 아닌가.
그렇담,,다시 반시간을 기다린다??
그래 이왕 결심한거 무우라도 썰어야지..기다리쥐..모,
사람 한명 없는 정류장에 혼자 앉아,,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보고 있자니...길가에 늘어선 나무들도 보이고,
바닥에 떨어진 꽃잎도 보이고,
숨을 크게 한번 들이켜 심호흡도 함서,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또 보고,
이미 버스가 와야할 시간은 지났건만 여전히 버스는 나타나지 않았다.
모야모야,,왜 안오는데..
얼라,,이러다 늦겠는데...
결국 지나가는 행인에게 " 저 ** 로 가는 버스 여기서 서는거 맞지요??" 하니
" 아뇨,,그 버스 타려면 두 블럭 건너가서 모퉁이 돌면 거기서 서는데요??"
" 헉,,,"
알아야 면장도 한다고,것도 모르고 집앞 버스정류장에만 가면,
그저 모든 버스가 나를 한양까지 델다주는줄 알았던거다.
바부,,,
결국 터덜터덜 집으로 다시 돌아와,
차에 시동을 다시 걸었겠다.
"그러면 그렇지. 안하던거 하믄 어케 된다고 했지? 그냥 차 타고 나가라는
말쌈,,,모처럼 버스한번 탈라구 했두먼,,"
그렇게 버스타기 첫날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다음날,
오늘은 절때로 버스탄다 라는 굳은 각오로 (?) 집을 나섰는데.
삐리리...
" 할로우~~"
" 하이 르네..오늘 WOF 예약한거 아시죠? 지금 오지를 않아서 기다리다
전화합니다 어디십니까? "
앗뿔싸,,오늘이 그날이구나...몬살아 몬살아,,
다시 또 부랴부랴,,집으로 들어가 차 키를 꽂고는,,
그렇게....두번째 버스타기도 도루아미타불이 되고말았다.
다 그런거,
없으면 없는데로 살게될것이고,있으면 있는데로 의지하고 살수밖에 없는거,
느긋해 보이는 이곳의 일상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저 너나 할거 없이
째깍 거리는 초침바늘처럼 늘 종종거리며 살아간다.
하루일과가 끝난 저녁이면,,
아무것도 한게 없이 하루가 지나갔노라고 넋두리를 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그다음 세번째 네번째 버스타기는
아무런 장애없이 성공했으니.^^
아마도 당분간은,
그렇게 가끔,,가끔씩이라도,
버스타기를 할거 같으다,
코인을 건내고,
뒷자리로 가서 앉을까,,운전수 바로 뒤에 앉을까,
그렇게 느긋하게 앉아서,
담사람들이 올라타는 것도 구경하고,
내릴때 창옆에 있는 줄을 잡아당기는 그런 재미도 쏠쏠 느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