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 이런 분 어디 계세요?

[355] 이런 분 어디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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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회장을 처음 맡은 것은 2002년 9월이었다. 당시 한인회는 혼미를 거듭했고 한인회장 또한 개인사정으로 일선에서 떠난 ‘보궐상태’ 였다. 어려운 시절 아무도 그 일을 떠맡으려 하지 않았고 빚만 수만불에 달했으며 업무는 마비되다시피 했다. 자연히 교민사회는 선장이 없는 상태로 표류하고 있었다. 한인회장을 맡을 만한 인물들이 많이 있었지만 과중한 업무와 막중한 책임만 있고, 명예와 영광은 없는 초창기의 교민사회에서 그 자리에 선뜻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조용히 살려고 왔는데 여기까지 와서 그런 일에 끼어 들고 싶지 않아’ (나 홀로 주의)와 ‘그렇지만 내게만은 어떤 손해도 있어선 안돼’ (NIMBY : not in my back yard) 현상이 빚어낸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그럴즈음 주위에서 내게 한인회장을 권유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때 <한인회는 꼭 필요한 단체이고, 한인회장 또한 매우 중요한 자리인데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오클랜드 교민사회에 적어도 회장 대상자가 1,000명쯤은 되는 것 같은데 아무도 원치 않는다면 1,001번째라도 나서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001번째 사람의 심정으로 일을 맡았고 6개월 후 최초로 경선을 통해 2년 임기의 회장 일을 다시 맡게 되었던 것이다.

  “이민 와서 그냥 조용히 나 할 일만 하면 되지 한인회가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인가?” 하고 무책임하고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한인회를 맡은 이들이 잘못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비판이요 질타일 수는 있으나 한인회 자체의 필요성과 존재가치를 평가절하 하거나 단순논리로 부정하기에는 모두에게 너무 중요하고 필요한 조직이 아닐 수 없다.

  우선 교민사회에는 현실적으로나 상징적으로 대표기관이 있어야 한다. 구심점이 있어야 하고 대표할 단체와 그를 이끌어 갈 리더가 있어야 교민사회가 안정을 기할 수 있고 그들을 중심으로 발전해 가기가 쉬운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결코 잃어서는 안되며 그러한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지켜주고 이끌어 주는 단체가 한인회인 것이다.

  한인회의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은 이민 와 살고 있는 그 나라 정부와 현지인들과의 연결고리(Contact Point)가 되는 일이다. 즉 ‘뉴질랜드한인회’는 뉴질랜드 정부와 현지인들과의 접촉창구인 동시에 대화의 수단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나라 정부나 각 기관, 경제단체 등으로부터 수 많은 협조사항, 공지사항, 연결사항 등을 의뢰 받고 이를 처리해야 한다.

  현지적응세미나, 의료세미나, 각종 자격취득세미나, 경제세미나 등의 안내 및 홍보, 참가자 동원 등에 협조해야 한다. 또 오클랜드와 부산시와의 자매도시 교류촉진 및 확대, 각종행사시의 한국상품전시 및 홍보 등도 필요하다. 또한 교민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현황들을 질의, 협조의뢰 등을 통해 협력 내지 처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해당 교민들을 위한 청원서, 탄원서, 경위서, Reference 등을 보내기도 한다. 또한 수 많은 단체들과의 문화, 정보교류, 다른 소수민족들과의 유대강화 및 문화교류 등 그 역할 및 사업범위는 무한하다.

  뉴질랜드 교민사회는 그 역사가 매우 짧아 대부분 정착하는 일과 먹고 사는 일이 바쁘고 힘들어 한인회에도 관심 갖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한인회나 한인회장들은 나름대로 많은 역할을 했고, 교민사회가 안정되는데 구심체 역할을 해 왔다고 본다. 그리고 뉴질랜드 교민사회는 세계에서 평균학력, 경제력, 문화 수준 등이 가장 높은 사회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만큼 경륜이나 인품을 갖춘 훌륭한 인물들이 도처에서 조용히 살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제는 그런 분들 중에서 나서야 한다. 재력만 있고 가치관이 결여된 사람, 능력만 있고 재력이 없는 사람, 능력도 재력도 있지만 인격이 결여된 사람 또한 곤란하다.

  2007년 오클랜드 교민사회를 이끌어 갈 우리의 얼굴은 덕망 있고 능력을 갖춘 의지의 지도자이어야하고 미래지향적인 희망의 메신저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한인회장이 일단 선출되면 모두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협조해야 한다. <지치고 피곤했던 어느 날 남쪽에서 토마토 농장을 하는 박** 라는 분에게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회장님과 한인회임직원들의 노고에 감사 드리며 적은 금액이지만 교민사회 발전을 위해 써 달라는 내용과 함께 $500 수표가 들어 있었다. 나는 전에도 그리고 퇴임 후에도 그 분을 만나 본 적은 없지만 그 $500은 어느 재벌이 보내 주는 $5,000보다 훨씬 값지고 귀한 성금이었고 그런 분이 있는 한 교민사회는 계속 발전될 것이라고 지금도 확신하고 있다.> 이제 누가 보기에도 떳떳하고 자랑스런, 그리고 헌신적이고 품격 높은 인사가 나타나기를 우리는 진정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