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루되는 세금 부담은 누가 지나?

탈루되는 세금 부담은 누가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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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비롯하여 갖가지 정부의 규제를 회피해서 보고되지 않는 경제를 흔히 지하경제라고 한다. 세무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으로 직접 거래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지하경제를 현금경제라 부르기도 한다. 지하경제는 지방정부나 IRD에서 세금을 부과할 근거자료가 없기에 불법적인 탈세가 공공연히 이루어진다. 뉴질랜드의 지하경제 규모는 정확히 측정할 수 없으나 연간 71억달러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지하경제는 일반 서민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왜냐하면 지하경제로 인한 불법적인 탈세로 가장 많은 부담을 떠안는 건 중산층의 봉급 생활자이기 때문이다. 
 
도를 넘어선 다국적 기업들의 세금회피 
다국적 기업들이 출현하고 디지털 경제가 확산되면서 조세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애플사는 지난해 뉴질랜드에서 2011년보다 38% 증가한 5억7,1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러한 어마어마한 매출에도 불구하고 IRD에 납부한 법인세는 고작 250만달러에 불과했다. 매출의 0.5%에도 못미치는 금액이다.

그 이유는 애플사 매출의 97%가 해외의 그룹내 다른 비즈니스 유닛으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애플사는 본토에서도 ‘더블 아이리시 위드 어 더치 샌드위치(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라는 복잡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2012년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의 2%만을 세금으로 냈다. 미국의 법인세율 35%와 비교하면 거의 세금을 안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방법은 아일랜드 정부가 납세지를 조세피난처로 지정하는 회사설립을 인정하고 이전가격 과세를 하지 않는 점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여기에 네덜란드의 판매세가 0.1~0.2%에 불과한 점, 아일랜드와 이중과세방지조약을 맺고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 애플은 아일랜드에 두 개, 네덜란드에 한 개의 회사를 세워 이 회사들 간 수익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세금을 최소화했다. 

이는 구글, 스타벅스 등 다른 다국적기업들도 애용하는 절세법이다. 

3억6,000만달러의 온라인 광고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21.5%의 순이익률을 기록한 구글이 지난해 뉴질랜드 세무당국에 납부한 세금은 고작 10만9,038달러였다.

구글의 수입은 기존에 세금을 정상적으로 냈던 신문사와 방송사들의 광고수입을 잠식한 것이기 때문에 뉴질랜드 전체적으로 세입은 줄게 된다.

이 점에 있어 뉴질랜드는 국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경우는 다르다.

구글은 지난해 영국에서 25억파운드의 매출을 올렸지만 600만파운드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이는 영국내 격렬한 항의를 불러 왔고 구글 에릭 슈미츠(Eric Schmidt) 회장은 영국 국회에서 쥐꼬리만한 세금 납부에 대해 해명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GST 인상 후 현금거래 증가 
지하경제를 이야기할 때는 현금이 따라 붙는다.

이 점에 있어서 많은 뉴질랜드인들이 본인도 모르게 지하경제에 참여하고 있다.

현금거래를 하는 사업주와 고객들이 그들이다.

현금거래를 하는 사업자도 문제지만 현금지급을 전제로 할인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오클랜드의 한 목수는 “고객들이 자주 현금거래를 요구한다. 할인된 현금가격을 거부하면 일을 잃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초보자의 주말 현금 일은 괜찮겠지만 현금거래는 결국 정직한 사업자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현금거래는 2010년 10월 부가가치세(GST)율이 15%로 인상된 후 더욱 증가한 것으로 세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현금거래 단절은 사람들의 의식변화가 가장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캠페인도 요구되고 있다.

소비자 고발 텔레비전 프로그램 ‘페어 고(Fair go)’를 진행했던 케빈 밀레(Kevin Milne)는 음주운전 단속처럼 현금거래 중지 캠페인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이를 어긴 사람들에게 죄책감이 들도록 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채찍과 함께 당근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뉴질랜드 조세제도의 구멍 양도소득세 
가레스 모간 인베스트먼트(Gareth Morgan Investments)의 가레스 모간 대표는 “뉴질랜드 조세 체계는 소득에 대해 선택적인 세금을 적용하기 때문에 커다란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50만달러를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있을 경우 은행에 예금한 사람은 이자소득에 자동적으로 세금을 내지만 주택을 구입한 사람은 아무런 세금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이 사업체를 인수해서 몇 년 후에 두 배로 되팔았을 경우 세금을 내지 않지만, 이를 투자회사를 통해 진행했을 경우 정부의 포트폴리오 투자기관에 의해 세금이 부과된다.

사업체나 집을 되팔아 생긴 10만달러의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고 10만달러의 봉급에 대해선 33%의 세금을 걷는 지금의 제도는 어떤 면에서도 공평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선진국가들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양도소득세의 부재는 언제나 뉴질랜드 조세제도의 구멍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정치적 부담과 주택에 대한 뉴질랜드인들의 유별난 집착 때문에 검토 과정에서 매번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처럼 온라인쇼핑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도 오래 전에 해결됐어야 할 문제였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뉴질랜드인들은 상점을 가는 대신 더욱 싼 가격을 찾아 인터넷을 검색한다.

이는 부가가치세가 덜 걷히는 결과를 초래하고 소매업의 일자리가 줄면서 실업이 늘게 된다.

온라인쇼핑에 대한 부가가치세 수입은 2억달러로 전체 재정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크지 않지만 온라인쇼핑이 증가 추세여서 이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봉급생활자 세금부담 OECD회원국중 3위
앞서 살펴 보았듯이 뉴질랜드 조세제도의 허점은 양도소득세와 온라인쇼핑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재, 현금거래, 다국적기업들의 조세회피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봉급 생활자가 납부하는 세금 PAYE(Pay As You Earn)를 회피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뉴질랜드 봉급 소득자가 납부하는 세금이 정부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중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노령화가 심화되면서 노령연금에 대한 정부지출이 증가할 것이고 PAYE를 내는 봉급 생활자의 부담 또한 늘어날 것이다.

3기의 정부에서 조세장관을 맡았다가 최근 물러난 피터 던(Peter Dunne) 의원은 “봉급 생활자가 지하경제를 통해 이루어지는 탈세와 최상위 갑부들의 세금회피 사이에서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무당국은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과거와 같은 방식을 답습한다면 조세개혁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IRD는 2010년 정부예산에서 향후 10년간 탈세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8,500만달러를 배정받았다.

뉴질랜드에서 이 기간 동안 추산되는 탈세 규모 최대 1,000억달러 가운데 IRD의 목표액은 4억달러이다.

IRD는 지난 16개월의 자진신고기간 탈세를 했던 고소득자들로부터 1,800만달러를 거두어 들였고, 앞으로 1,000만달러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IRD는 자진신고하지 않았으나 의심가는 고소득자 500명에 대해서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IRD는 거래 추적 등을 강화할 목적으로 15억달러를 투입해 컴퓨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방침이다.

전자거래를 하면 추적하기 쉬운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 동안 IRD의 컴퓨터 시스템은 이를 충분히 따라 주지 못했다.

조세개혁과 지하경제는 정치적으로 풀기 어렵고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뉴질랜드 조세제도가 장기적으로 생존력과 형평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조세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