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퍼레스트 / Food forest

푸드 퍼레스트 / Food forest

0 개 1,150 조병철
고향의 뒷동산은 밤, 감 같은 과일나무로 풍요로웠다. 뒷산은 높지는 않았지만 토심이 깊어 아주 오랫동안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랐으며, 밤나무 상수리나무도 잘 자랐다. 봄철에는 산나물로, 여름에는 무성한 풀로, 가을에는 밤과 상수리로 더 한층 풍요롭게, 그리고 겨울철 노란 솔잎은 사랑방 땔감으로 그렇게 많은 것을 베풀었다. 여름철에는 동네 친구들과 떨어지는 감을 주우려 골짜기를 쏘다녔고, 가을이면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 뒷동산의 밤을 주었다. 다른 애들 보다 더 많이 주우려는 욕심에서다. 그렇게 동네 과일나무는 주인은 있었으나 애들 누구나 함께 나누었던 기억이다. 

산지개발 전문가인 타네(Tane)씨의 눈에 비친 중국의 산촌 얘기다. 전통적인 가족농이 많은 중국의 서부 산시의 경우다. 가파른 퀸링산 중턱에는 풍요롭지 않은 가족농들이 모여 마을을 이룬다. 마을의 우씨 농장은 아직도 전통적인 농사에 의존한다. 산지를 개간해서 계단식 밭을 만들었고, 경사가 심한 산비탈에는 유실수가 자란다. 밭에 여름에는 콩과 옥수수를, 겨울에는 밀을 재배한다. 이웃집 밭에서는 약초가 자란다. 산봉우리에는 가족 묘지가 자리한 전형적인 산촌이다. 이 산지를 개발한지는 30년이 지났으며, 그전에는 민둥산으로 자연강우에 의한 침식이 심했었다. 이제는 우씨같은 가족농의 관리로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터전이 되었다. 이런 중국의 전통농법은 서양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중세 유럽, 대부분의 공유지 산은 영주의 소유였으나 그들의 권리를 행사할 필요성은 많지 않았다. 이들 야산은 멧돼지 사슴 꿩 같은 야생동물의 서식지로 방치되었다. 당연히 주변 농민들은 소 돼지 같은 가축의 방목지로 활용되곤 했다. 가끔은 가난한 사람들의 부족한 식량을 보충하기 위한 야생동물 사냥터로, 영주 같은 귀족들의 스포츠를 위한 사냥 놀이터로도 이용된다. 그러나 17세기 새로운 축산기술 개발로 토지의 생산성이 높아지자 모든 산림은 울타리를 치게 되고, 이에 따라 공유지의 개념은 사라지고 단독 소유지로 변한다. 그 결과 농사일을 할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영세농의 발붙일 곳이 없게 된다. 그들은 식량을 찾아 바다로 또는 새로운 터전을 찾아 신세계로 떠나게 된다.

최근 산림에서 식량을 얻고자 하는 노력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활발하다. 물론 그들은 제 3세계의 부족한 식량을 해결 하면서 지구환경을 보존하자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이다. 이 곳에서도 전문가를 중심으로 산지를 개발하고자 하는 실험이 꾸준하다. 농기계를 사용하는 현대식 농법이 대세를 이루지만, 그 폐해 역시 만만치 않다. 우선 식물의 다양성에 큰 해가 된다. 과도한 비료와 농약의 투입으로 생태가 교란된다. 세계인의 식량을 공급하는 데는 기여했다손 치더라도 다양한 소비자의 영양 요구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또한 현대농법은 과도한 에너지 투입으로 지구 온난화를 촉진했다는 오명을 지울 수 없다. 이래서 산림에서 식량을 얻고자 하는 노력은 전통농법의 특성을 살리는 의미도 된다.    

산림에서 식량을 얻고자 하는「푸드 퍼레스트」의 설계는 아주 단순한 편이다. 산림이 무성히 자라는 것처럼 식량자원의 식물을 배치하는 원리다. 산을 중심으로 여러 층의 식물을 안배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태양광을 활용하고, 자연강우를 이용하며, 건전한 토양관리를 통하여 자연이 주는 만큼 풍성한 수확을 올린다는 생각이다. 여기에는 콩과 작물, 토종 관목, 과일나무, 산림 재배에서 유리한 산딸기, 사계절 벌과 나비를 유인할 수 있는 꽃, 채취하기 쉬운 산채류, 버섯, 허브까지 총괄하는 식물의 배치다. 이렇게 생물의 다양성을 확보해서 자연 생태를 안정시키는 게 목표다. 

지역의 행정기관에서도 이런 취지를 적극 지원해서 곳곳에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푸드 퍼레스트」를 설계한다. 지역별로 어떤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안전하게 먹거리를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지난 수세기 동안 대세를 이뤘던 대규모 농장의 폐해를 염두에 둔 조치다. 이 방면의 전문가 게이톤(Guyton)씨는 ‘토종식물 중심의「푸드 퍼레스트」’를 강조하면서 사과 자두 복숭아 피조아 같은 아주 흔한 과일과 블랙커런트 클랜베리 같은 지역 산딸기의 효용성을 예로 든다.   

산림을 식량자원으로 활용하려는 기본원리는 간단할지 몰라도 이를 설계하고 만들어 내는 데는 긴 세월이 소요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충분한 이해가 절실하다. 일단「푸드 퍼레스트」가 조성되면 최소한의 관리로 여러 해 동안 이용이 가능해야 한다. 유사 이래로 산림에서 식량을 얻으려는 노력을 처절하고 간절했다. 지역에서 꼭 필요한 사람들이 산림자원이 베푸는 혜택을 받기를 바라는 것은 공상가의 꿈일까?   

▶참고자료: 1. Tane, H. The Wu whanau. Organic NZ 1/2월호
[이 게시물은 KoreaPost님에 의해 2014-04-10 09:18:19 칼럼에서 복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