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 British & Irish Lions 그리고 Barmy Army

[313] British & Irish Lions 그리고 Barmy Ar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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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itish & Irish L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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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장 6주간에 걸친 British & Irish Lions의 뉴질랜드 럭비투어가 종료된지 어느덧 2, 3주가 흘렀다. 럭비라는 스포츠를 필자와 같이 뉴질랜드에 와서나 알게 된 많은 분들에게는 이 British & Irish Lions라는 개념자체가 아예 없을 것 같아 간단히 이에 대해 먼저 소개하고 넘 어가고자 한다.

  British & Irish Lions는 매 4년마다 남반구의 럭비 강국 South Africa, Australia 그리고 New Zealand를 방문하여 그 국가의 지방 럭비팀 및 국가대표팀과 원정 경기를 갖기 위해 영국과 아일랜드 양국에서 최고의 럭비 선수들을 선별한 연합 팀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영국은 England 뿐만 아니라 Wales 그리고 Scotland를 총칭하는 Britain(the United Kingdom)을 말한다.

세계무대에서 정치적으로 영국이라 하면 이 Britain을 한 국가로 인정하지만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 아시다시피 축구월드컵 예선을 치를 때면 한 국가인 영국에서 England, Scotland와 Wales 세 팀이 마치 별개의 국가대표팀처럼 참가한다. 이는 비록 이 팀들이 정체(政體)로서의 한 국가는 아니지만 축구의 발생국가인 점을 고려하여 특혜를 준 것으로 이해된다. 럭비도 마찬가지기로 럭비 국가대항전에서 이들 세 팀은 마치 각각 다른 국가 대표팀처럼 인정이 된다. 그래서 2003년 호주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에서도 이들은 각각 참가했었고 이 중 England가 우승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럭비는 뉴질랜드를 위시로 한 남반구 국가의 실력이 북반구 국가 팀들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이들 팀들이 개별적으로 남반구 국가에 원정투어를 오게 되면 대부분 신통치 못한 성적을 거두게 마련이다(최근의 England를 제외하고는). 따라서 창안된 것이 이들 세 팀, England, Wales 그리고 Scotland가 Britain이라는 이름으로 연합을 하고 거기에 옆 국가 Ireland까지 포함시켜 소위 대연합 팀을 구성하여 이들 남반구 국가에 원정투어를 하는 British & Irish Lions라는 럭비 연합 원정 팀 개념이다.

  이번 뉴질랜드 투어에서 보여지듯이 이들은 6주 동안 이 곳에서 체류하면서 지방 럭비 팀부터 차례대로 게임을 하기 시작해서 마지막 3주는 뉴질랜드 럭비 국가대표팀 All Blacks와의 3연전을 통해 그 해 원정경기 Series의 승패를 가르는 것이다.

  이 British & Irish Lions는 최초 1888년 결성되어 호주, 뉴질랜드 투어를 시작했다고 하니 그 역사가 벌써 120년 가까이 되는 전통있는 행사임에 틀림없다. 이번 뉴질랜드 투어에서는 제 2의 전성기를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뉴질랜드 All Blacks 팀과의 3차례 Test Match 에서 3:0으로 완패를 했다. 이번 British & Irish Lions의 투어를 통해 뉴질랜드는 단순히 자국 대표팀인 All Blacks가 지난 월드컵의 우승 팀인 England 그리고 북
반구 럭비 국가대표팀 대항전인 Six Nations의 승자인 Wales까지 포함된 이 원정연합 팀을 이겼다는 만족감 외에도 다른 측면에서도 혜택을 누리었다. 그 혜택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Barmy Arm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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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rmy Ar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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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rmy Army는 이 British & Irish Lions의 해외 원정투어를 응원하기 위해 영국에서부터 결성되어 따라온 응원조직을 일컫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들이 British & Irish Lions 팀 자체 못지 않게 주목 받은 것은 이들의 규모와 체류기간 그리고 이들이 6주 동안 뉴질랜드에 체류하면서 뿌리고 가는 돈의 규모 때문이다(물론 이중 상당비중이 맥주 값이지만).
  마지막 원정 경기인 All Blacks와의 오클랜드 경기에서 약 2만 여명의 Barmy Army가 Eden Park 경기장 스탠드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직접 스탠드를 찾은 인원 외에 뉴질랜드를 방문한 Barmy Army 이외의 영국인들까지 고려하면 그 숫자는 4년 전 호주의 원정경 기에 따라온 숫자 3만 여명에 버금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최초 경기인 Bay of Plenty와의 로토루아 경기에서부터 시작해서 이 원정 팀의 행로를 따라 인버카길, 더 니든, 크라이스트처치, 웰링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클랜 드에 이르기까지 뉴질랜드 전역을 순회하면서 경기관람은 물론 경기가 없는 날은 자체적으로 투어를 즐기기 때문에 이들이 체류하는 지역의 관광 관련 산업은 단기간이 지만 초호황(특히 Pub)을 누리었다.

  이 Barmy Army 구성원들은 이 뉴질랜드 투어를 위해 지난 몇 년간 저축하면서 일생일대의 꿈의 여행으로 순꼽아 기다렸다고 하니 이들이 잘 준비된 관광객임은 틀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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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rmy Army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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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리건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영국 스포츠 팬들이 All Blacks와의 경기에서 패한 뒤 술 취해서 거리에서 난동을 부릴 때 뉴질랜드 경찰로부터 나온 말이 아니다. 바로 뉴질랜드 이민 부에서 나온 말이다.

  이번 Barmy Army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지상에서 얘기하듯 이쁜 짓만 골라 하는 아주 모범적인 신사, 숙녀 처럼 지내다 돌아갔다. 기억하기로는 이들이 뉴질랜드에 체류하면서 일으킨 사고는 북섬에서 일어나 자동차 사고 한 건으로 알고 있다. 경기 끝난 후 술 취해서 경찰에 연 행된 사람들은 젊은 키위들이지 이들이 아닌 것이다. 이들의 뉴질랜드 체류 본거지로 삼은 오클랜드 America cup village 근처의 주민들도 처음에는 이들이 훌리건일 것 같아 반대를 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우에 지나지 않음을 알자 더 이상 불평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다 보니 뉴질랜드 정부 입장에서는 이들이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해외 관광객이자 잠재 이민자로서 각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뉴질랜드 문화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선조 영국 및 아일랜드 후손들이 6주 동안 체류하면서 이구동성으로 뉴질랜드 아름답고 사람들 친절해서 꼭 다시 오고 싶다고 하니 필요 인력이 부족한 뉴질랜드로서는 어떻게든지 이들을 다시 뉴질랜드로 오게 만들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을 것이다.

  실제로 이들을 상대로 뉴질랜드 취업을 알선해주는 업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니 이들의 실제회귀율이 얼마가 될지 모르나 현행 뉴질랜드 이민의 백색화 (Whitening) 현상에 더욱 일조를 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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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안 이민 개방의 가능성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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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다 보니 평소 국익과 무관하게 이민을 반대하는 정서를 가진 뉴질랜드 국민들조차 지난 6주 동안 Barmy Army가 보여준 행동을 보면서 이들이라면 이민을 받아 들여도 좋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듯하며 정부 역시 이런 정서를 배경으로 이민의 백색화(Whitening)에 탄력을 얻을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를 불과 한, 두 달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노동당을 찍자니 그간 보여준 이민 정책이 괘씸해서 싫고 국민당을 찍자니 자체 과반수가 안되어 천상 Winston Peters의 NZ First당과의 연정이 불가피해 보이니(당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부인하지만)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2005년 겨울 총선을 맞는 쓸쓸한 뉴질랜드 아시안 커뮤니티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