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 타라나키 북사면 트랙(Ⅴ)

[380] 타라나키 북사면 트랙(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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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섬이 육지로 붙은 '뉴질랜드의 후지산'

헨리 피크 ~ 카이아우아이 대피소 ~ 주차장 (3시간30분)


해발 1,224m의 헨리봉 꼭대기에 올라서니 트랙 시작점과 홀리 산장, 그리고 아후카와카와 습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타라나키 주봉의 늠름한 모습까지 파노라마에 들어서 있다. 정상에는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는데, 거기에 카이아우아이 대피소(Kaiauai Shed)로 가는 트랙에 대한 주의 사항이 적혀 있는데, 무책임하게 '트랙이 비에 씻겨져 거의 보이지 않으므로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할 것'이라는 말뿐이다.

  실제로 가보니 길은 거의 없었고, 그나마 간간이 보이던 루트 표식도 없이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 겨우 내려 왔다. 정상적인 트랙을 만나기까지 거의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거의150m 간격으로 묶어 놓은 작은 핑크색 리본이 트랙을 알려 주는 표식의 전부다. 가까스로 길을 찾고 나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타이아우아이 대피소는 원래 4인용 침대가 있는 아주 작은 산장을 철거하고 만든 대피소다. 단순히 비를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장소인데, 식수가 없는 곳이므로 포우아카이 산장에서 출발 할 때 물을 챙겨야 한다. 물이 모자라  스프를 반만 넣고 라면을 끊였다. 라면 먹는 내 모습이 신기한지, 여러 종류의 새들이 쳐다본다.

  이 곳에서부터는 수림 한계선 아래이기 때문에 주변 경치보다는 삼림욕과 숲 자체, 그리고 새소리를 즐기는 트레킹이 이어지나. 시내를 대 여섯 개 지나자 작은 폭포가 나온다. 건강한 산이 그렇듯이 폭포 주위에는 이끼와 작은 난과 식물, 그리고 양치 식물이 붙어 폭포를 멋지게 꾸몄다.

  이젠 그만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 즈음에 구름다리가 나온다. 와아와카이호 강을 넘는 작은 구름다리는 바닥이 철망으로 되어 있어 트레킹 끝의 나름함에 스릴 만점의 톡 쏘는 느낌을 준다. 트레킹을 마치니 거의 오후 4시가 다 됐다. 이 곳을 택시를 부를 수도, 버스가 있는 곳도 아니어서 히치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뉴질랜드 전체를 히치하이킹 만으로도 여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인심이 푸짐하고 안전한 곳이다. 나는 삼림감시원의 트럭을 얻어 타고 뉴플리머스 시내의 숙소로 돌아왔다.

  등산 인구가 많은 한국의 산과 달리 인구밀도가 낮은 뉴질랜드의 산을 오를 때는 그 산의 지도와 기본적인 서바이벌 키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비상용 준비물은 안전벨트와 같아서, 조금은 불편하지만 준비하지 않을 경우 큰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