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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2009. 17:07 코리아타임스 (124.♡.145.221)
아침에 일어나니 십년지기 친구 상석이 도착해 있었다. 상석은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교민으로 왕가레이 최고의 낚시꾼이다. 교민 사이에서는 "생선을 잡고 싶으면 상석과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낚시에 탁월한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함께 낚시하러 간 상대가 아무것도 잡지 못하면 자신이 잡은 생선을 기쁘게 나눠 주는 푸근한 친구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우리를 아침 식사에 초대 했다. 무뚝뚝해 보이는 상석의 표정과는 달리, 그의 따뜻한 배려는 늘 주위를 밝게 만든다. 그를 따라 나서며 자연스럽게 오늘 일정도 결정됐다. "그래, 오늘은 낚시를 하는 거다."
이 곳은 노스랜드다. 말 그대로 '북쪽의 땅'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북쪽'의 이미지가 살을 에는 바람과 추위라면, 뉴질랜드가 위치한 남반구에서 '북쪽'은 따뜻함을 상징한다. 그리고 넉넉한 강우량으로 인한 초원과, 강렬한 태양이 작열하는 해변과 바다도 이곳의 상징이다.
노스랜드의 중심에 있는 왕가레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마오리어인 왕가레이는 '소중한 항구'라는 뜻을 가졌다. 해는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지만 남반구에서는 해가 북쪽으로 치우친 궤도를 그리며 움직인다. 그래서 노스랜드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따뜻한 아열대 기후를 가졌다. 이런 온화한 기후 덕분에 왕가레이 앞바다는 어종이 풍부하면서도 가장 좋은 도미 산란지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날그날의 운에 모든 것을 맡기는 우리 같은 운칠기삼(運七技三) 낚시꾼도 50센티미터가 넘는 대어를 어렵지 않게 잡곤 한다. 게다가 상석의 정확한 물때(밀물, 썰물) 판단과 미끼 선별 등의 노하우는 우리의 승률을 몇 단계 쭈욱 끌어 올려 줄 것이다.
상석이 알려 준 오션비치(Ocean Beach)의 비밀 포인트로 가는 길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한참 걷다가 경사진 모래언덕을 만나면 비린내 나는 미끼 봉지를 입에 물고 뚱뚱한 도마뱀들처럼 네 발로 기어서 흘러내리는 모래를 거슬러 올라간다. 그 언덕 위에 펼쳐진 완만한 잡초 숲을 한참 헤치고 나가면 드디어 작은 섬이 하나 나온다.
일단 낚시터에 도착하니 각자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박영석 대장은 오자마자 미끼 봉지를 뜯어 큰 미끼를 통째로 엉성하게 바늘에 걸고 일찌감치 바다에 던져 놓았고, 회의 참맛은 알지만 낚시는 잘 모르는 허영만 화백은 미끼를 끼울 줄 몰라서 반 토만 난 생선머리를 들고 우왕좌왕이다. 봉주 형님은 객석에 앉아 한창 리허설로 분주한 무대를 쳐다보듯 정적에 휩싸인 바다를 배경으로 부산스러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이 초보자들을 돌보느라 고생 많은 상석은 우선 미끼를 알맞은 크기로 자르더니 배려 깊은 그의 성격답게 한 사람씩 찾아가 미끼를 끼워 주고 릴 던지는 요령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뉴질랜드라는 나라가 워낙 평등하고 후해서인지 우리 같은 엉성한 낚시꾼들에게도 미끼만 달면 고기가 올라왔다. 그것도 50센티미터가 넘는 대어들이 줄지어 낚였다. 큰 고기들의 힘을 못 이긴 낚싯줄이 세 번이나 끊어졌고 온몸을 적시는 파도와 사투를 벌인 끝에 결국 우리는 세 시간 동안 카하와이 9마리(40-55센티미터 정도), 도미 2마리(34센티미터 이상), 트레벨리 1마리, 우럭 2마리를 손에 넣었다. 중반부터 우리의 눈치를 보며 미끼를 낚시 바늘에서 떼먹으려다 잡힌 뺀질이 갈매기는 훈방 조치했다. 갈매기는 흔하지만 야생 조류이기 때문에 만약 고의로 잡거나 죽이게 되면 뉴질랜드의 엄격한 자연보호법에 저촉되므로 반드시 바늘을 빼고 돌려보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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