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의 간을 빼먹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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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2005. 10:17
코리아타임즈 ()
얼마전 저의집에 좀도둑이 들었습니다 .
하긴 이 동네로 이사오기 전에 좀도둑들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해서 모 귀금속이야 없다치지만서도 가재보험 정도는 들어야겠다 싶었죠,
근데 지가 한발 늦은겁니다,
여기 사는동안 할건 다 해보고 사는구나 싶으면서도,
맘은 쉬이 풀리지를 않더군요,
신기하게도 도둑 맞은 물건들에 대한 아까움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 집안에 언넘이 신발을 신고 겅중거림서 다녔을
생각을 하니 그게 더 못참겠더이다.
이곳에 들어오시는 분들중에도 말은 못하지만서도 저처럼
도둑 맞은 경험을 가지신 분들이 왜 없겠습니까,
오전나절,,
볼일이 있어서 애들과 함께 근처 쇼핑센타를 찾았었는데,
그사이에 침입을 한거죠,
이곳 뉴질랜드에 좀도둑이 많다는 이야기는 많이들 아실테지만,
좀도둑 뿐이겠습니까,
그래도 사람은 상해하지 않는다 하니 그정도에 다행이다 함서,
도둑맞은것들 걍 잊고 사는사람들이 더 많겠지요,
집으로 돌아오니..
뒷문에 경찰 마크가 새겨진 명함이 떠억 하니 꽂혀있는겁니다,
이게 모시라?
내가 위반한거 있나??
아니 글타고 집까정 찾아와? 난 그런거 없는데...흠,,
명함뒷면을 보니,,
"we believe that you're burgled today......
우짜고,,저짜고,,,
갑자기 소름이 짠 돋더군요.
흐,말로만 듣던 도둑을 내가 맞는구낭,하이고,,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고 들어서니.주방쪽으로 향하는 뒷문으로
들어갔는데..겉보기엔 집안이 멀쩡하더군요,
다시 거실로 들어서려는 순간,,
크,,
대강 감이 오더이다.
어린넘들이 들어왔었나부다,,
가져간 물건들은 죄다 울 아이들이 목메고 좋아하는 것들,
겜기..씨디.디비디.플레이스테이션,
애들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하는데..
"옴마,,,!!! 로드오브링이랑 해리포토 스파이더맨,,,씨디..몽땅 다 없어여~~
"그래 알았다,,일단 하나하나 훑어보도록 하고,창문열린데 있는지 확인해보고,,
아이들 방으로 들어가니.
환기창으로 가장 윗쪽에 조금 열어둔 문으로 무언가 넣어서,
아랫창문을 따고 들어왔던겁니다,
블라인더는 거의 다 구겨져있고,,
일단 경찰이 오기전까지 그쪽은 만지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일러두고,
집안을 둘러보았습니다,
좀도둑이든,,큰도둑이든,
우리집에 언넘이 침입했다는 사실만으로도,간떨리고 살떨리는데.
애들앞에서야 괸찬다,괸찬다 함서도,
실상,저는 다리가 후들거려서 걷지를 못하겠대여,
청심환 하나를 입안에 털어넣고,
하이고,,혼자 중얼거렸습니다,,
"하이고 살이 찔수가 없구먼,,,젠장,,
내방침실문을 열으니..
화장대위에 놓인 퍼퓸두개가 없습니다,
갑자기 웃음이 나오대요,
서랍을 열어보니..카메라가 없습니다,
그 순간 아이들이 소리칩니다.
"엄마 내 씨디플레이어도 없구요,,! 워크맨도 없어요!!
헉,,엄마 ~~~~~ 엄마씨디는 몽땅 다 가져갔대욧~~~~~~
이구동성으로 두넘이 난리 난리 입니다,
한넘이 엄마!!!! 부르면 다른넘도 또 무언가 발견을 한듯 엄마~~~~~~~
부르고,,
오냐 알았다,그만,,그만,,,해라.
후들거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들었죠,
"핼로우,경찰서입니까?오늘 우리집에 누군가 무단침입을 했네요.흑
여기 명함이 있는데 누가 신고를 한거 같은데.
목격자가 있는지요?
여기는 어디어디 구요,저는 아무개구요,....
잠시후,,경찰이 갈테니 기다리라는 말에 전화를 끊었지요,
그렇게 신고를 하고 경찰은 그날 온종일 기다려도 오지 않더니,
다시 전화를 했죠,
담당경찰이 지금 순찰중인데.그쪽으로 갈거라고,,
다시 기다리라네요,
"그래..니들이 빨리 온다고 없어진 물건이 다시 돌아오겄냐,,
애고 하고 말았죠,,
그리고 오후늦게서야 두명의 경찰이 왔습니다,
없어진 물건들을 적어가고,
전자제품의 경우엔 시리얼넘버를 적어가고 (이것은 꼭 기재해 두시길..)
그래저래.그렇게 조사만 하고 갔습니다,
담날 아침..
지문채취를 한다고 다시한명의 경찰이 왔더군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진즉에 가재보험을 들어둘걸,,후회가 막심한 순간이엇습니다,
신고를 한사람을 찾으니.
우리앞집이었는데.
그 마오리 할머니에겐 아주 어린 사내아이 둘이있지요.
그아이들이 골목에서 놀다가 우리집에 들어온 녀석들을 본건데.
우리 작은녀석하고도 친하게 놀던 아이라,
제가 물어보았죠,
"어케 생긴거 까지 보았니??
"네..
"어디사는지 아니?
"집은 모르고 동네는,,,,
"우리동네근처니??
"네..
"그래서 할머니께 말씀드렸니??
"네..그럼 신고는 누가 했니?
"뒷집 아저씨요,
"그래 잘했다,굿보이..착하다,,,너,
경찰에게 이 사실을 말하니.
모 대강 대강,이더이다.
첨부터 믿었던건 아니지만,그래도,하이고 싶습디다.
그렇게.그날밤,
당최 창문만 보아도 무셔워서리 잠을 잘수가 없더군요,
하얗게 밤을 새고,
이른아침..
누가 문을 탕탕 두드리는겁니다,
"거기누구세요?
"앞집입니다.
우리앞집 할머니.
뉴질랜드와서 나하고 할머니들하곤 무슨 인연이 그리 많길래.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할머니들일까,,후,
첫인상이 너무 뚝뚝하고 무서워서,전형적인 마오리 할머니인데..
전에 동네 살던 버클할머니하고는 하늘과 땅땅차이지만,
그래서 좀처럼 인사를 건내는거 조차 어색했던 사람입니다.
'무슨일입니까?
"우리 손자중에 한명이 그넘들을 보았다고 하네요,
"네 압니다.
"사실 나는 이 일에 끼기가 싫습니다,
",,,
"나는 여기서 25년을 살았고,궂은일 안좋았던 일들을 더 많이
보고살았죠,
"그런데요? 여기오신 이유는??
"근데 내맘이 자꾸 이쪽으로 향합니다,
"무슨 뜻인지? 저는,,,
"그쪽이 여기 첨 이사오던날 부터 쭈욱 보았습니다.
첨에 우리동네 사람들은 아시안이 첨이기도 했고,
여긴 아시안들이 거의 들어오지를 않는 동네죠,
그래서 그쪽이 이집을 사서 왔다는게 이상했습니다.
"이집을 사요?? 제가요?
"주인아닙니까?
"저는 세입자인데요,
그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절래 절래 가로젖는겁니다.
내가 도리어 이상했죠,
잠시후,,동네사람들이 왜 그런생각을 햇는지 알수있었는데.
전에 살던 동네하고는 천지차이인 이 동네는,
내가 첨 이사를 왔을때만도,,
천지에 널린게 패트병,,쓰레기.맥도널드 종이...
이집에서 으앙~ 하는 소리 저집에선 쿵쾅쿵쾅하는 앰프소리.
쪼끔 으히...함서도,
울 아이들 여기선 망고강산을 간다한들,
누가 모라 안할테니..실컷 소리지름서 놀겠군,,했죠,
해서 이사온 담날부터 저는 쓰레기를 주으러 다녔습니다,
최소한 우리집 근처 길가는 다,,,
누구 보라해서도 아니고,
그저 내가 사는 동네라서,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와도 그렇고,,
아니 그거보다도,쓰레기가 떨어져있다는게 참으로 어색했습니다.
매일 쓰레기를 줍는 까무잡잡하게 깡마른 아시안여자,
그리고 매일 무엇을 하는지.
노상 앞마당,뒷마당을 종종거림서 꽃을 심는 여자,
당연히 그들눈에는 세입자라기 보다는 집을 사서 온 아시안 여자로
보였을테죠,
그랫던 겁니다..
그녀는 내게 그러대여,
"오늘 울 손자하고 그 훔쳐간 아이들이 산다는 곳에 가서,
갸들을 찾아보고 만날겁니다,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그저 내가 그리 하고싶어서고,
물건이 돌아올지 아닐지는 모르지만,내가 만난다면,
말을 할겁니다,"
갑자기..
그 까맣고,무서워 보이는 마오리 할머니가,
어찌나 이쁘게 보이던지.
그냥 나도 모르게.
그녀를 힘껏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한참동안 우리는 아무말 하지 않고,
서로 등만 두드리고 있었던거죠,
말이 필요없는 신뢰는 이렇게.
작은일로부터 찾아오는 거란걸,
다시 느끼게 하는 아침이었습니다.
"이름이 모에요?
"몰린..
"나는 르네...
"알아요,,,르네.
"어케요?
"우리손자가 르네가 쪼꼬롯을 자주 준다고 말했어요,^^
가끔 동네골목에 서서 코 찔찔 흘리는 마오리 조무라기 아이들 잡아다 놓고,
매일 쪼꼬렛 하나씩 주어감서,교육을 시키긴 햇었죠,
"니들,,이거 줄테니.이거 껍질 엇다가 버릴거야?
"우리집 쓰레기통요!
"거럼,,거럼,,
엣다,,쪼꼬렛하나 너 먹고,,,
담에..너 이리와바바,,
"너 어디살아?? 이름은?? 너 아줌마가 캔디 이거 주믄,
껍데기 어디다 버릴거야??
"내 바지포켓요!!!
"거럼,,거럼,,착하다,,너도 이거 하나가져가고,
그래서,실은 어른들보다 아이들을 먼저 사귀게 된셈인데.
그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 내이름을 말했나봅니다.
몰린이 총총이 가버리고,
나는 한참동안 그녀의 뒤를 보았습니다,
마오리.
이곳에서도 마오리들은 사람들이 싫어합니다,
아이들은 그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할땐 원주민이라고 하라는
엄마들의 가르침을 잊지않듯,
뚱뚱하고 게으르고 공부하기 싫어하고,
먹는것만 찾고,
첨에 내가 이 동네로 이사를 온다 했을때.
사람들의 한결같은 말은 그거였지요.
"아고 거기는 마오리들이 많이 살아서,환경이 안좋다는데..
결국 이번에 도둑을 맞고 보니
다들,,그것봐라,내가 모라더냐,,
얼렁 다른집을 구해야 하지 않겠냐...다들 그리 말합니다,
그런데도,
저는 이동네게 싫지가 않습니다,
이사를 하고 짐정리가 채 되기도 전에 텃밭을 가꾸는건,
하루라도 빨리 정착을 하고싶다는 맘의 표현인겁니다,
그리고 정을 붙이겠다는 약속이기도 한거구요,
몰린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이사를 다시 가야하는게 아닌가..
고민햇을지도 모르겠네요.
그치만,
다시 그넘들이 우리집을 또 들어온다면,그건 그때가서 생각하고싶을뿐,
나는 사라진 내 물건이 돌아오리라는 기대는 첨부터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이미 사라진거,
그저,
한번 훔쳐가믄 다시 또 들어온다는 사람들의 걱정처럼,
다시 누군가 우리집에 또 들어와,
가족이 필요로 하는 살림살이을 또 가져가면,
그건 속상하고 그리고 힘든일이죠.
나뻔넘들,
벼룩의 간을 빼먹지.
쩝,,
어제도 오늘도 뉴질랜드와서 이렇게 더워본적이 있던가 싶을만치
무덥게 찌는 날이네요,
이런날도 골프치러 나가는 사람들이있듯,^^
이런날도 저는 바늘을 잡고 퀼트를 합니다.
그다지 썩 좋지 않는 사건을 글로 올렸습니다만,
그냥,,뉴질랜드에서 살아가는 그저 소소한 사건들쯤으로,
여러분들은 봐주심 좋을듯 합니다.
이곳으로 오시려는 분들에겐 특히..
한국도 도둑은있고,
뉴질랜드역시 도둑은 있는거,
가장,,현명한 생각은,
유난할것도 없는 덤덤함이..
늘 우리를 편안하게 하는 거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