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터지는 나라....

속 터지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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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국가로 뉴질랜드가 선정됐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뉴질랜드가 정말 속 터지는 나라라는 생각뿐이다.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서 글 한번 쓰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되는데 하도 열불 나서 컴퓨터를 끄려하면 꺼지지도 않는다. 아이고, 속 터져~ 전에 한국으로 이사 간 윤영이 아빠가 집을 세주기 위해 수리를 하는데 새로 산 가스렌지를 설치하려고 엔지니어를 불렀더니 1주일 만에 도착했다고 한다.

"형님, 오후에 온다. 내일 온다.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1주일동안 꼬박 기다렸어요. 가스렌지 설치하러 존 키 수상이 오는 것도 아닌데... 정말 이 나라에선 속 터져서 못 살아요. 어휴~"

2년 전 태풍이 왔을 때 우리 집 언덕의 큰 나무가 쓰러졌는데 또 태풍이 오면 더 큰 나무가 쓰러질 것 같아 이곳 사람에게 나무를 베어 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안 베어 주더니 드디어 얼마 전 태풍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키가 족히 30미터나 되는 나무인데 그나마 풀밭으로 쓰러져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고 울타리만 부서졌다.

얼마 전 은행에서 추가로 대출 신청을 했는데 계좌조회를 해 보니 신청한 금액보다 몇 배나 많은 돈이 입금되어 있었다. 요즘 같은 상황에 우리계좌에 많은 돈이 들어 있으니 아내는 너무 기뻐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돈 쓸 궁리를 하고 있었다.

"여보~ 우리가 너무 착하게 살아서 이런 돈이 들어오는 거 아냐?" 착각도 유분수지... 내가 계산을 해 보니 그 금액은 우리가 그동안 받았던 총 대출금액이었다. 며칠 후 계좌조회를 해 보니 대출 받았던 순서대로 금액을 빼 가 버렸다. 어휴~ 속 터져~~

"아니, 은행직원들이 우리계좌에서 산수 공부를 하고 있는 거야~ 제길,"

1년 전 송아지만한 소 2마리를 샀는데 모두 새끼를 밴 소였다. 처음에 누렁이가 송아지를 낳았을 때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좋아했는데 속 터지는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겨우내 비가 내리고 풀도 자라지 않으니 풀이 모자라 아우성을 치며 나만 보면 풀 달라고 무 무~ 하고 울어대는 소 울음소리에 내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늦게 태어난 송아지도 좀 자랐으니 몽땅 팔기로 마음먹고 스티브라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그런데 한 달이 넘도록 기다리라고만 하였다. 속도 터지지만 팔은 아픈데 하루하루 4마리 배속 채워 주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얼마나 먹어대는지 잡초도 뽑아다 주고 !; 잔디도 깎아 주고 건초도 주고 그래 봤자 한없이 먹어 대는 소들의 양식을 감당할 길이 없고 눈 빠지게 기다리던 어느 날 스티브가 소 살 사람을 데려왔다. 소를 살 사람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냥 돌아갔다.

아들이 이곳저곳 전화를 해서 소 경매회사를 찾았고 우리구역을 담당자와 통화를 했는데 곧 바로 경매를 붙여 팔아 준다고 하였다.

다음날 저녁에 스티브와 폴이 맥주 한 박스를 들고 우리 집에 찾아왔다. 스티브 이야기는 어미 소가 너무 말랐다면서 시청 동물 담당자가 봤으면 동물 학대 죄로 벌금 2만 달러를 내야 한다면서 걱정해 주었다.

제길, 작은 소 2마리를 산 것이 모두 새끼 밴 줄을 누가 알았겠느냐고 내가 불평을 하자 스티브는 지금이라도 어미 소를 위해 송아지를 총으로 쏴 죽여 파 묻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잔디나 풀을 잘라 먹이면 소에게 독을 먹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들이 소 경매 담당자가 곧 경매로 팔아 준다고 했다고 말하자 그들은 참 다행이라고 그때서야 비로소 안심을 하였다.

며칠 후 마음씨 좋게 생긴 경매 담당이 우리소를 가져가고 2주후에 우편으로 수표가 도착했다. 수수료 떼고 780달러, 소 4마리 값이 한국 돈으로 620,000원... 제길, 한국에서 머슴 살아도 이보단 낫겠다...

하긴, 벌금 안내고 팔은 것만도 얼마나 다행이야, 아이고~ 요즘 두 다리 쭉 뻗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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