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 헉슬리 포크 헛 트랙(III) 모뉴먼트 산장 - 구름다리

[342] 헉슬리 포크 헛 트랙(III) 모뉴먼트 산장 - 구름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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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뉴먼트 산장 - 구름다리  *****

모뉴먼트 산장에서는 가까운 레드 산장(45분)으로 가는 길과 헉슬리 포크 산장으로 가는 두 갈래 길로 나뉜다. 레드 산장이 강 건너에 보이는데, 이곳을 가려면 다리가 없이 강을 건너가야 하기 때문에 강물이 불어나는 시기에는 산장에 도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레드 산장은 따로 트랙이 없이 눈으로 보며 가야 하기 때문에 선명한 붉은 색을 칠해 놓은 듯하다. 헉슬리 포크 산장은 숲길로 들어가는 데, 굵은 자갈과 습지를 지나온 것과는 달리 낙엽이 쌓여 폭신한 길을 걷는 느낌이 상쾌하다. 조금 전에 벗은 옷을 다시 꺼내 입고는 걸어 들어간다. 숲 속에는 숲이 울창하게 있어 아주 잘 정리된 산길을 걷는 느낌이다. 두 세 개의 작은 폭포 밑을 지나는데 그 밑에 있는 돌에 짙은 색의 이끼가 잔뜩 붙어 있어 매우 미끄럽다. 약 30분가량의 숲길을 지나자 작은 습지와 다리가 나온다. 주위의 풍광은 대단히 스케일이 크지만 트랙이 이렇게 아기자기 할 수 있는 것은 이곳의 커다란 장점이다. 사막이나 바닷가 해변 트랙이 그 규모는 대단하지만 트래킹으로 적합하지 않은 것은 바로 이 ‘단순함'에 의한 싫증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곳은 그 규모가 큰 반면, 아기자기함과 와일드함이 그대로 있어 마음 가운데 흥분되는 그 무엇이 있다.

주변의 웅덩이는 물이 너무나 맑아 옥색 빛이 나고 이런 웅덩이에는 커다란 연어나 송어가 보인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작은 평지에서 잠시 쉰 후에 숲 속의 작은 언덕을 넘어가니 제법 큰 강과 함께 바닥이 훤하게 보이는 철망으로 된 구름다리가 보인다. 이 구름다리는 한 번에 한명씩만 건너도록 무게 제한이 있어서 함께 지나가지 못하는 것이 좀 아쉬웠다. 구름다리의 바닥의 철망 밑으로 보이는 시퍼런 물과 흔들림이 약한 공포감과 함께 즐거운 자극을 준다.


*****  구름다리 - 헉슬리 강 - 헉슬리 포크 산장  *****

‘처음 가는 길'은 묘한 느낌을 준다. 대로가 쭉쭉 뻗은 도시에서야 ‘길'이라는 것이 아무것도 아니지만, 뉴질랜드 깊은 숲 속의 ‘길'은 그 의미가 다르다. 이곳에서는 ‘길'을 잃으면 ‘조난'이 되고 ‘조난'이 되면 무척이나 심하게 고생을 하거나, 자칫 잘못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 가는 길은 떨림이 있고, 궁금함이 있고, 작은 걱정이 있다. 이러한 것들이  육체적인 중압감과 합쳐져 ‘트래킹'이 된다. 트래킹 도중, 고도가 높은 곳 목표물로 가는 길의 내리막처럼 힘들게 하는 것도 없다.(내려간 만큼 결국엔 다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헉슬리 포크 산장으로 가는 길 중에 이런 곳들이 있다. 특히 잘 다져진 듯 한 강 하구를 두고 옆의 산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일은 더욱 선택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산길을 피해 계곡의 플랫(계곡의 토사나 작은 자갈이 쌓여 평지가 만들어진 곳)으로 무작정 걷기로 했다. 플랫의 땅은 표면은 녹아 있지만 땅 밑 1-2센티미터부터 얼어 있어 걷는 느낌이 조금 불쾌하다. 아마도 기온이 올라가면 걷기가 훨씬 더 힘들 것 같다. 빨리 산장에 도착해서 가방을 풀겠다는 일념으로 미끈거리는 땅과 발이 빠지는 습지와 발목이 다치기 쉬운 작은 돌밭을 지나가는데 좌측의 헉슬리 강과 산 사이의 공간이 점점 좁아지고 산의 경사가 심해지더니 결국은 좌측의 강에 길이 막혀 버렸다. 좀 더 편하려고 한 일에 대한 대가였다. 한숨을 쉰 우리는 세 가지 대안을 놓고 생각하기로 했다.

1. 오던 길을 돌아서 산길 입구까지 다시 가기 - 확실하지만 이 방법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그러다가는 컴컴해 질 수도 있는 방법

2. 강 건너기 - 이 방법은 지금 당장 앞에 있는 강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몇 번을 더 건너야 할지, 또 건널 수는 있을지 확인이 되지 않아 포기

3. 우측의 산을 기어 올라가 트랙을 찾아보기 - 이 방법은 약간의 위험과 트랙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약간의 도박이 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