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렌트비가 $8300에서 $73750로 올랐다고? - 글라스고 리스
리스홀드(leasehold) 소유권에 대해선 이미 지난 칼럼에서 여러 번 언급한적이 있다.
독자들이 가장 많이 접해본 리스홀드는 크로스리스일 듯 한데, 크로스리스 타이틀은 프리홀드(freehold)와 리스홀드를 혼합한 특별한 타이틀로서, 필자의 짧은 지식으로는 뉴질랜드에서만 사용되는 타이틀인 것으로 알고 있다. 1960년대 택지분할의 규제가 엄격히 적용될 당시, 한 필지의 택지를 두 필지로 분할 할 수는 없지만, 한 필지 위에 한 채 이상의 집을 지을 수 있는 점을 이용하여 변호사들이 ‘개발’ 해낸 타이틀이다. 크로스리스 역시 여러 해 전 동 칼럼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리스 중에서도 글라스고 리스(glasgow lease)를 소개해볼까 한다. 글라스고 리스는 법조계와 부동산 업계에서 ground lease라 부르는 대지의 임대차 중의 한 종류이다. Ground lease와 일반 임대차와의 다른 점은, 일반 임대차는 대지와 대지 위에 있는 건물을 같이 임대/차 하지만, ground lease는 대지만을 임대/차 한다는 점이다. 즉 ground lease가 존재하는 대지 위에 건물이 있다면, 리스 기간 동안 그 건물의 소유권과 관리는 임차인이 갖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글라스고 리스는 ground lease라는 개념을 도입한 하나의 리스 형식이지만, ground lease와 글라스고 리스는 같은 의미로 쓰인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하다.
오클랜드에서는 다운타운을 포함한 시내 중심가 그리고 뉴마켓을 포함한 동부지역에서 글라스고 리스를 더 흔히 접할 수 있는데, 이는 1900년대 초반 많은 자선단체들이 기부 받은 토지를 이용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장기 리스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백여년이 지난 지금도 콘월파크 트러스트, 멜라네시안 선교단, 딜워스 재단 그리고 성공회 종단 등의 단체가 글라스고 리스가 사용된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글라스고 리스는 흔히 21년 주기의 리스기간을 갖는다. 21년의 임대차 기간이 끝난 후에는 임차인의 선택에 따라 다시 21년씩 연장이 가능한데, 이 연장권한은 무제한, 즉 21년 주기로 끊임없이 반복된다.
글라스고 리스 역시 여타 리스처럼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렌트비를 지불해야 한다. 렌트비는 주기적으로 조정되는데, 처음 리스를 체결했을 때에는 저렴하다고 생각했던 렌트비도 렌트조정을 거치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부분의 글라스고 리스는 7년 또는 21년의 주기로 렌트비가 조정되는데, 렌트비의 조정을 거칠 때마다 땅의 주인과 임차인 사이에는 큰 신경전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서로 각자의 감정사를 선임하여 대지의 감정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합당한 렌트비에 대한 합의를 하지 못해 중재나 소송으로까지 번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2005년경에는 콘월파크 트러스트보드 소유의 원트리힐 부근의 글라스고 리스가 렌트조정을 거쳤는데, 새로운 렌트비의 산정에 불복한 임차인들이 소송을 제기하여 대법원까지 상고 되었으나, 대법원은 대부분의 쟁점에서 임대인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게 된다. 이 때 인상된 렌트비 중에는 무려 1800%의 인상폭을 보인 곳도 있었다고 한다. 더 최근의 예로는 시내에 위치한 보몬트 쿼터(Beaumont Quarter) 아파트가 있는데, 7년 주기의 렌트비 조정에서 렌트비가 400% 이상 인상되었다고 한다.
만약 어떤 이유에서건 임차인이 리스의 연장을 거부 또는 포기한다면 대지 위에 존재하는 건물은 보통 임대인, 즉 땅의 주인에게 귀속된다. 실제로 원트리힐 부근의 한 주택은, 글라스고 리스를 통해 임차인이 리스홀드를 소유하고 있는데, 21년만에 돌아온 렌트비 조정에서 렌트비가 $8,300에서 $73,750로 인상되었고, 인상된 렌트비를 감당하지 못해 임차인이 집을 포기하고 나와버렸다고 한다.
글라스고 리스.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수익이 창출되는 환상적인 투자 수단일 수도 있지만,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렌트비 인상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와 공급의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듯하다. 글라스고 리스도 언젠가는 시대의 유물로 회자될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