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 나이 든다(Aging)는 것의 의미

꽃보다 할배, 나이 든다(Aging)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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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할배’의 이순재(79세)씨와 신구(78세)씨가 고생하는 어린애(?) 이서진(43세)을 안쓰러워하다 추가멤버로 박근형씨와 동갑인 최불암(74세)씨를 추천하며 70세는 넘어야 어른이란다. 한 술 더 떠 2기 멤버로 노주현(67세)씨, 한진희(65세)씨 같은 젊은 애들(?)을 쓰라며 PD에게 추천하기도 한다.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 인식은 정년(停年)에 이른 나이로 65세를 말하지만 아직 노인대학에 발을 들이기도 멋쩍은 젊은 청년기라는 것이다. 아무튼 이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시절이 되었다.
 
와인에 있어서 Aging(나이듬)은 결국 사람이 늙어가며 몸의 세포가 산화되어가듯이 신맛으로 가는 숙성의 과정이다. 발효(Fermentation)와 압착(Pressing)이 끝나고 오크통에서의 숙성을 거치거나, 여과(Filtering)을 한 후 병입(Bottling)하여 병 속에서 숙성을 통해 더욱 깊고 복합적인 맛을 내는 과정을 말한다. 발효는 알코올을 만드는 과정이고 숙성은 술에 복합적인 향미를 더하는 과정이다. 발효는 미생물의 생명활동에 의한 것이지만 숙성은 미생물과 관계없다. 발효와 부패(Putrefaction)는 동전의 양면처럼 원리적으로는 같은 작용으로 미생물이 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고 부산물을 생성하는 것이다. 그 결과물로서 만들어지는 부산물이 인간에게 유익한 것이면 발효, 그렇지 않으면 부패라고 한다. 그러므로 미생물의 관리가 와인의 맛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쉰 음식은 부패한 것이지만 잘 익은 김치는 깊고 훌륭한 맛을 선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부산물이 알코올이면 알코올발효, 초산이면 초산발효, 젖산이면 젖산발효라고 하고 와인에서 중요한 것은 알코올 발효다. 알코올 발효는 포도당과 과당과 같은 단당류를 효모가 먹어 치우고 부산물로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생성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과즙이 발효되면 알코올이 생겨서 술이 되는 것이다. 숙성은 통 숙성과정과 병 숙성과정으로 나뉜다. 통 숙성은 주로 오크통을 사용하여 숙성시키는데 오크 나무 조직 속에 들어 있는 락톤, 바닐린, 타닌(엘라기타닌)등의 성분이 와인에 배어들어 흙 냄새, 허브 향, 코코넛 향, 바닐라 향, 스모크향, 캐러멜 향, 아몬드향 등 복합적인 향이 생겨나게 된다. 공기와 접하게 되는 동(動)적인 통 숙성이 끝난 와인은 병에 담은 이후에도 숙성이 일어난다. 병 숙성과정은 공기와 차단된 정(靜)적인 변화과정이며 주로 타닌 성분이 색소성분과 중합체를 형성하여 거칠었던 맛이 부드러워지고 진했던 색이 흐려지게 된다. 
 
또한 여러 가지 향미 성분이 복합적으로 반응하여 병입 초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2차 향이 생겨나게 된다. 병입초기의 와인이 강렬한 과실 향, 꽃 향이 지배적이라면 오래 숙성시킨 고급와인에서는 부엽토 향과 같은 복합적인 향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2차 향을 부케(Bouquet)라고 한다. 역시 와인을 숙성시키는 이유는 초기의 떫고 시었던 맛이 부드럽고 원만해지며 와인에 복합적인 맛과 향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사람의 일생에도 많은 의미 있는 과정이 있고 나이가 들수록 둥글고 조화되는 것처럼 병입 후 충분한 시간이 흐르면서 맛과 향이 좋아지고 세련되어지다가 어느 정점에 달한 뒤에는 급격히 맛이 떨어지게 되는 데 이러한 와인의 생명주기(Cellar Potential)는 와인마다 천차만별로 다르다. 그래서 장기숙성이 가능한 와인이 있는 반면 단기소비 형 와인은 바로 마시지 않으면 숙성은 커녕 맛이 시들어 버리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주름을 팽팽하게 펴고 생명 또한 발달된 의료기술로 연장할 수 있다지만, 자신의 나이에 대해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자존심, 자긍심, 자부심마저 가져야 한다. 그렇게 나이 들어왔다면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삶에 대한 자기사랑의 태도다. 사회와 기업 또한 생산성을 가진 노후마련을 위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젊게 살고 싶다면 조금씩이라도 매일 다르게 성장시키며 살아야 한다. 우린 모두 나이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되짚어봐야 할 것은 하루가 변화 없이 똑같은 사람은 평생을 똑같이 살게 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