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보통 사람의 기대수명은 80세 정도이다. 이와 달리 장수족으로 분류되는 백세족(百歲族, Centenarian)은 이 보다 이십년 정도 더 오래 산다. 또한 이들 장수족은 일반 사람보다 오랫동안 더 건강하게 산다. 그러니까 보통사람은 뇌졸중, 심장병, 암 같은 성인병으로 일생동안 19년 동안이나 싸우게 되지만, 백세족은 일반인 보다 더 오래 살면서도 이 기간은 9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차이는 유전적 요인이나 환경적 요소로 설명해 보지만 이것들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다는 게 현재까지의 정설이다. 민족에 따른 식생활 차이, 개인의 생활습관, 개별 교육문화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유엔의 세계 백세족 추정통계는 아직은 십만명당 4.5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런 인구의 증가 추세는 앞으로 계속되리라는 전망이며,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어떤 종교 지도자는 현재의 장년층은 수명 백세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물론 이 주장에는 과학적 근거보다는 현재 인간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추세에 대한 체험에서 읽어내는 자신의 직관에 의한 견해로 생각된다. 이러한 예측에 대한 반박의 여지도 적어 보인다. 현재의 장년층은 전후세대라 불리 운다. 세계 이차대전 후 갑작스레 인구가 늘어나게 되는 이른바 베이비부머(Baby boomers)로도 지칭된다.
이들은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해 어느 세대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 왔다. 동·서양의 산업화 차이에 따라 상황은 좀 다르지만, 동양의 전후세대는 서양보다 늦은 산업화를 따라잡느라 보다 높은 경제성장 목표에 시달려 왔다. ‘경제성장 만의 우리의 살길이요, 우리의 행복을 보장해 준다’고 굳게 믿어 왔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면서 서양보다는 좀 늦었지만 도시생활 시대를 열어 왔고, 자동차 문화를 도입했다. 이제는 늘어나는 수명으로 인하여 자연히 일하는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을 받고 있다. 또한 새로운 백세족 시대를 여는 세대로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이들은 앞선 세대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후세 양육에 혼신을 다했다. 자신의 성장시대를 반영해서 자식세대들은 보다 당당하게 그들의 앞날을 개척해 나가길 바래왔다. 자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예전의 왕자님 공주님 부럽지 않게 풍요롭게 떠받들며 교육에 매진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그들의 자식들은 한 없이 게으르며 자만심으로 가득 찬 자기중심적인 성격을 형성해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현상도 산업화를 일찍 경험한 서양이 조금은 앞서가지만, 서구문화의 확산으로 전 세계가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비교적 폐쇄적이고 전통 가계 중심 문화가 지속되는 동양에서도 자녀들의 자기중심주의는 만연하다. 그들은 개인주의, 물질주의, 기술만능주의에 빠져있다고 평한다. 기술정보 혁명으로 젊은 세대들은 보다 강력하게 무장되어 앞 세대의 경험을 볼품없는 구시대의 유물로 간주한다. 앞 세대의 경험을 잘 이어 받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던 다른 세대들과는 사뭇 다르게 그들은 자신 세대만의 정보교류로 모든 걸 해결하려 든다. 이로 인해 전후세대들은 다음 세대의 앞날을 불안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어느 덧 세월이 흐르면서 이들 전후세대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부모를 닮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다. 부모세대도 자식들의 행동이 미덥지 않아 본인 자신의 사후세계를 직접 설계했다. 자식들은 부모의 의도를 따르는 것만으로 효도의 전부인양 여겨 왔었다. 이제 우리는 백세시대를 향해 다가가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간다. 일백 개의 촛불을 꺼야 하는 사람들은 축복일까, 아니면 힘만 드는 단순한 생의 연장일까. 여태껏 지구상을 살아간 모든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이에 대한 대답은 생의 연출자 자신에 달려 있어 보인다.
<참조>
1. Hall, S. S. On beyond 100. National Geograpic. May 2013
2. Stein, J. The new greatest generation. Time. May 20,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