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니스 매매와 고용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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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009. 16:13
코리아포스트 (125.♡.244.2)
저번호에 이어, 이번호에서도 최근 판례를 하나 소개하려 한다.
이번에 소개할 판례는 상법 – 비지니스 매매에 관련된 판결인데,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F는 자동차 관련 비지니스 두 개를 운영하고 있었다. 한 비지니스는 특정 브랜드 자동차 부품의 수입과 공급을 다루는 사업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자동차 수리를 담당하는 사업이었다. 2004년 경 A는 F에게 두 비지니스의 판매를 문의 하였고, 오랜 가격 절충 및 협상 끝에 부품 관련 사업과 수리 관련 사업을 모두 인수하기로 결정한다.
비지니스가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기에, 각 파트에 알맞게 비지니스 계약서가 두 건 체결 되었고 (즉 부품 관련 사업의 매매 계약 한 건과, 수리 관련 사업의 매매 계약 한 건), F는 A가 부품 관련 파트와 수리 관련 파트를 동시에 인수하기를 원하였으나, A의 자금 상황에 따라, 두 건의 매매를 동시에 진행 하지 않고, 분리하여 부품 관련 사업을 먼저 인수하고, 수리 관련 파트는 일정시간 후에 (3년 안에) 잔금을 치루고 매매를 완료하기로 한다.
A는 부품 관련 사업은 계약한대로 제때 잔금을 치루고 인수하여, 운영을 하게 된다. 몇 년 후 수리 관련 파트의 인수가 몇 달 남지 않았을 때, 수리 파트에서 일하는 기술자 3명이 모두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다. A는 이 세 명의 기술자의 도움 없이는 자동차 수리 파트를 운영할 능력이 되지 않았고, 이를 이유로 수리 파트의 인수를 거부한다. A가 잔금 치루기를 거부함에 따라 F는 A를 고소하게 되고, A에게 원 계약 대로 수리 관련 파트의 인수 및 잔금의 지불을 요구한다.
한국적 사고 방식으로 보았을 때, A는 정당한 이유로 인수를 거부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몇십년간 일을 다뤄 온 기술자의 경력과 그로인한 부가가치를 보고 비지니스의 인수를 결정하였고 권리금을 책정 하였는데, 기술자들이 모두 일을 그만두게 되면 비지니스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음은 뻔한 사실이다.
뉴질랜드에서의 비지니스 매매 계약서는 변호사가 계약 전부터 관련되고, 이런 저런 돌발 상황을 예상하여 세부조항까지 자세히 기술하여 놓는다. 위 사례에서 사용된 계약서에도 고용인에 대한 특별 조항이 있었는데, 이 조항은 비지니스의 매도자가 자신의 직원들의 꾸준한 고용을 염려하여 구매자가 비지니스의 인수 후에도 기존 직원을 채용하게끔 하는 측면이 강한 조항이였다.
이 특별 조항은 기존 직원들이 A가 비지니스를 인수하기 전에 사직하게 되는 경우는 고려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당연히 A는 수리 관련 파트의 인수를 거부할 근거가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이 이러한 판결을 내리기 전에 주변 상황 역시 고려 하였는데, F는 수리 파트의 인수 날짜 전에 여러차례에 걸쳐 A에게 수리 파트에서 일하는 기술자들과 면담을 갖고, 고용계약에 대해 상의하라고 조언 하였으나, A는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판결에 영향을 미친 듯하다.
비지니스의 매매는 부동산 매매보다 돌발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 몇 만 불짜리의 소규모 비지니스이건, 몇 백만불 짜리의 큰 비지니스이건 각각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비지니스 매매 계약 체결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위의 사례처럼 고용된 기술자의 꾸준한 근무가 비지니스의 인수와 운영에 성사 여부의 큰 요건이라면, 비지니스 계약을 고용인의 꾸준한 근무를 조건으로 할 수도 있고, 잔금의 지불을 몇 차례로 나누어 단계별로 지불할 수도 있다.
한국과는 달리, 뉴질랜드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소송을 이기게 하는 역할 보다, 고객이 소송까지 갈 일이 없게 만드는 것이 더 큰 역할이라고 생각된다. 비지니스 매매외의 여타 다른 계약도, 계약을 체결 하기 전에 모든 상황을 꼼꼼히 점검하여 그에 알맞는 계약서를 작성한다면 돌발 상황이 발생하여도 빠져 나올 길이 생길 수 있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변호사에게 전화 한통화 또는 팩스로 계약서의 검토를 요구한다면 생각보다 적은 비용으로 잠재적인 문제점들을 체크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 해동안 변함 없는 성원과 관심을 보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새해에는 좀더 알찬 칼럼으로 만나 뵐 것을 약속드리며, 송년인사를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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