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화이트’ 16강 벽도 넘자

‘올 화이트’ 16강 벽도 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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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월드컵 뉴질랜드 올가이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은 우리 교민들에게 특별한 월드컵이 될 전망이다. 7회 연속 출전하는 조국 대한민국과 44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는 북한, 그리고 1982 스페인 월드컵 이후 28년 만이자 두 번째 월드컵 본선 출전에 성공한 뉴질랜드까지 모두 본선 무대에 이름을 올려 세계의 강호들과 자웅을 겨루게 됐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예선결과

오랜 기간 세계 축구의 변방에 머물러 있던 뉴질랜드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에서 5승1패 승점 15점으로 1위를 차지한 뒤,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플레이오프 승자 바레인과 가진 최종 플레이오프에서 1승 1무를 기록, 1982 스페인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에서 1위를 거둔 자격으로 최종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뉴질랜드는 지난 10월 바레인 마나마 국립경기장에서 진행됐던 원정경기에서 득점없이 무승부를 기록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11월 14일 웰링턴의 웨스트팩 스타디움에서 3만5,000여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로리 팔론(Rory Fallon∙27)의 결승골에 힘입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앞선 바레인(61위)을 1-0으로 승리했다. 팔론은 전반 종료 직전에 레오 베르토스(Leo Bertos∙28)의 코너킥을 강력한 헤딩슛으로 바레인의 골 망을 흔들었다.

□ 뉴질랜드 지역예선 결과

 
28년 만에 본선행

오세아니아 대륙은 그 동안 축구와는 인연이 없는 곳이었으나 이번에 뉴질랜드와 함께 호주도 나란히 진출하여 남아공월드컵은 오세아니아 대륙에 있어 특별한 월드컵으로 기억될 것이다. 비록 호주가 AFC(아시아축구연맹) 소속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따내긴 했으나, 오세아니아 대륙에서 두 나라를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킨 것은 80년 월드컵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오세아니아 국가가 월드컵에 진출한 것은 지금까지 단 세 차례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호주가 16강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일 정도이다.

북한과 함께 지역 예선 최대 이변으로 꼽히는 이번 뉴질랜드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제도 변화의 기회를 제대로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질랜드는 1986 멕시코 월드컵 예선부터 번번이 호주의 높은 벽에 막혀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내지 못하다가 호주가 2006 독일 월드컵 직후 OFC(오세아니아축구연맹)에서 AFC로 옮기며 생긴 힘의 공백을 놓치지 않고 살려 냈다.

뉴질랜드가 28년 만에 월드컵에 진출한 데는 리키 허버트(Ricki Herbert)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는 일반적인 국가대표팀 감독들과는 달리 클럽팀 FC 웰링턴 피닉스의 감독을 2년 넘게 겸하고 있다. 허버트는 뉴질랜드를 맡아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장기적인 플랜에 따라 팀을 알차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성과는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화려한 열매를 맺었다. 허버트가 2005년 2월에 뉴질랜드, 2007년 7월에 FC 웰링턴을 맡은 이후 오랫동안 감독직에 머물 수 있었던 것은 당장의 성적보다는 긴 호흡을 갖고 미래를 기다려준 뉴질랜드축구협회와 소속팀의 배려 덕분이었다.

‘올 화이트’는 어떤 팀인가

뉴질랜드 축구국가대표팀 ‘올 화이트’의 기본 포메이션은 4-4-2. 여기에 4-2-3-1을 병행한다. 허버트 감독은 뉴질랜드의 전력이 본선에 오른 다른 팀들에 비해 약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일단 수비를 든든히 한 후 기회 때 역습하는 전술로 나설 전망이다.

현 대표 팀에서 가장 돋보이는 스타는 센터포워드 셰인 스멜츠다. 그는 오세아니아 예선에서 5경기 연속골을 포함해 무려 8골을 폭발시켰다. 또한 바레인과의 플레이오프 때는 골을 터뜨리지는 못했지만 상대 수비진의 집중 마크를 받으며 동료들에게 공격 루트를 만들어줬다. 스멜츠의 파트너로는 크리스 킬런과 로리 팔론이 번갈아 나설 예정이다. 중원에서는 사이먼 엘리엇과 던컨 오턴이 주축을 이룬다. 두 선수 모두 월드컵 예선과 2009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뉴질랜드 팀플레이를 이끌었던 능력 있는 미드필더들이다.

문제는 수비진. 스피드가 떨어지고 돌파 당하기 시작하면 일순간에 무너지는 디펜스가 불안해 보인다. 허버트 감독이 가장 신경을 써서 조율하고 있는 부분도 바로 수비의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그러나 센터백 벤 시그문드와 앤디 보옌스의 큰 신장은 상대 스트라이커들과의 공중전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경험이 풍부한 GK 마크 패스턴도 수비진의 리더로서 한몫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16강 진출 가능성은?

뉴질랜드는 유일하게 본선에 출전했던 1982 스페인 월드컵 당시 조별리그에서 브라질, 소련, 스코틀랜드를 만나 3전 전패로 탈락했다. 첫 번째 월드컵 무대에서 단단히 쓴 맛을 본 셈이다.

28년 만에 그 치욕을 씻어낼 수 있을지 뉴질랜드인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5일 열린 본선 조추첨 결과 뉴질랜드는 이탈리아, 파라과이, 슬로바키아와 함께 F조에 편성됐다. 객관적 전력이나 경험 등에서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가 16강 티켓 중 하나를 가져갈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나머지 한 장은 파라과이와 슬로바키아가 다투고 뉴질랜드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조추첨을 앞두고 시드 배정의 기준이 된 지난 10월 FIFA 랭킹에서 이탈리아는 4위에 올랐다. 파라과이가 21위, 슬로바키아가 33위이고 뉴질랜드는 83위로 가장 처졌다. 사실 뉴질랜드보다 랭킹이 낮은 출전국은 주최국인 남아공(85위)와 북한(91위) 등 두 나라에 불과하다.

2006 독일 월드컵 우승국 이탈리아는 이번 유럽 예선에서도 무패행진(7승3무)으로 8조 1위를 차지하면서 13회 연속이자 통산 17번째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탈리아는 브라질(5회)에 이어 두 번째로 월드컵 우승 경험(4회)이 많고, 1978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 16강일 만큼 세계적 강호로 이번 대회에서는 유력한 우승 후보다.

파라과이는 남미 예선에서 10승3무5패의 성적을 거둬 3위로 본선 진출을 이뤘다. 4회 연속이자 통산 8번째다. 16라운드 홈 경기에서 궁지에 몰린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고 남아공행을 일찌감치 확정 지으며 저력을 보여줬다.

이탈리아나 파라과이에 비하면 슬로바키아와 뉴질랜드의 월드컵 경험은 보잘 것 없다. 유럽 예선에서 7승1무2패로 슬로베니아(6승2무2패)를 따돌리고 3조 1위로 본선 대열에 합류한 슬로바키아는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분리 독립한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체코슬로바키아 시절에는 8차례나 본선 무대를 밟고 준우승도 두 차례(1934년, 1962년)나 차지했지만, 분리 독립 이후 2004년 유럽선수권대회 4강 등 여전히 강호다운 면모를 유지한 체코와는 상반된 길을 걸었다.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베팅전문업체 ‘윌리엄힐’이 남아공월드컵의 우승 후보를 승률 랭킹이라는 최신 방식을 통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북한, 온두라스와 함께 동률 최하위로 501배당이었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5.5배당을 기록한 스페인과 브라질이었다.

다른 베팅업체 ‘래드브룩스’에서도 뉴질랜드는 1000:1로 북한, 온두라스와 꼴찌를 달렸다.

TAB도 뉴질랜드의 우승 확률을 1,000달러로 최하위에 올리며 F조의 순위를 이탈리아(13달러), 파라과이(60달러), 슬로바키아(200달러), 뉴질랜드 순으로 매겼다.

28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은 뉴질랜드가 16강에 진출할 정도의 전력을 갖추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월드컵 첫 승이나 첫 승점을 거두는 것을 현실적인 목표로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월드컵에서의 성적을 떠나 축구팬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좋은 경기를 보여 준다면 2002년 한국의 4강 신화와 같은 뉴질랜드판 16강 신화를 기대하는 것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뉴질랜드 경기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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