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에서 막내 여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큰 딸이 취직을 해서 첫 월급을 탔는데 작은 외삼촌한테 선물을 하고 싶단다. 속옷하고 작업복 바지나 사서 보낸다고 허리 사이즈를 알려 달라고 했다. 또 며칠 후에 전화가 왔다. 생질녀가 내 양복을 사서 비행기 편으로 부쳤다고 한다.
"아이고~ 여기선 양복 입을 일이 없는데..."
“오빠 우리 딸들은 작은 외삼촌이 산타 할아버지 같은 존재였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노을이 성의를 봐서라도 성당 갈 때 꼭 양복 입고 다니세요.”
양복이 도착했는데 색깔도 좋고 몸에 꼭 맞았다. 워낙 표준 사이즈이다 보니... 이제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꼬마숙녀가 산타 할아버지 같았던 작은 외삼촌을 그리며 양복을 선물한 것이다.
1년이면 한두 번 정도 만나 선물을 주었던 생질들은 그런 기억을 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학비도 보태주고 취직도 시켜 주고 이것저것 보살펴 주었던 조카들에게는 전화 한 통도 없다.
"작은 아빠, 건강하시지요. 뭐 필요한 것은 없으세요?" 이런 빈 말이라도 하면 어디 입이 부르트는가,
하긴, 언젠가 한번 전화가 온 적이 있었다. 대기업 연구소로 직장을 옮긴다는 작은 조카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작은 아빠, 제가 이번 휴가가 좀 길은데 뉴질랜드 작은 아빠 집에 놀러 가려고요."
갑자기 조카가 오겠다는 말에 반가웠지만 우리 집 식구들은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내가 한국에 가서 한달 이상 체류할 때 여동생과 처제 집에서만 머물렀지 형님 집에서는 밥 한 끼 얻어 먹었다. 그때 형님에게 뉴질랜드 놀러 와서 고기도 많이 드시고 푹 쉬었다 가시라 했더니
"동생이 비행기 삯 대 줄 거지~" 형님이 말하자 형수도 한마디 거들었다.
"거기 가있는 동안 일 못하니까 일당도 계산해 주셔야지요."
아무리 빈말이라도 그렇지, 그렇게 심한 말을 하고도 입이 부르트지도 않다니... 비행기 삯이나 대줄까 생각하다가 나는 그냥 입에 자물통을 채우고 말았다.
내가 조카에게 말했다.
"나는 장거리 운전을 못하고 모두 바빠서 공항에 픽업 갈 사람이 없구나. 네가 공항에서 왕가레이로 오는 버스를 타고 오거라, 너 일류대학 나왔으니 영어는 잘하지?"
“예, 뭐 영어는 좀 되는데요. 근데 초행길에 더구나 외국에서 혼자 찾아가기가...”
조카는 서운했던지 뉴질랜드에 오지 않았다. 아내는 기름 값도, 쌀값도 모두 굳었으니 돈 벌은 셈이라고 깔깔거렸다. 돈 버는 방법도 종류가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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