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1월 벽두에는 잘 살고자 다짐 했지만 큰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마지막 달을 맞이했습니다.
오늘 오래된 신도님이 사찰을 방문해 주셨습니다.
지난날을 회고 하고 반가워하면서 지갑 속에서 호신용 불상 사진을 꺼내어서 보라고 하였습니다. 그 조그마한 불상 사진 뒤에는 삽화 그림과 함께 “고불 미미소(古佛 微微笑) 0 0 0에게! 1980년 12월10일 동진 합장”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아마 그 당시 그 분에게 수호신으로 휴대하고 다니시라고 하면서 제가 선물한 것인데 그 분은 그것을 버리지 않고 이제껏 가지고 기도하고 있었으니 그 분의 정성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었고 저도 보람을 느꼈고 잔잔한 감동과 남을 배려하는 소중함 을 다시 한 번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긴 세월이 며칠 전처럼 잠깐 이었습니다. 그 분은 60환갑을 이제 갓 넘기시고 계셨습니다. 몸은 표가 나는데 마음은 전혀 늙지 않고 옛날 그대로 이었습니다. 외동아들은 그 옛날 절에 다닐 때 4살로 어머니 손잡고 다녔는데 이제는 공부 다 하고 결혼해서 직장 구해서 살림을 나갔다고 합니다.
이런 저런 정다운 얘기를 나누다가 음력 16일의 보름 달이 산 위로 둥글고 밝게 솟아오르자 산사에서 보는 달이 유난히 빛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함께 감상하고 자연이 주는 서정을 가슴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왜 저 달이 하늘에서 둥글고 밝게 빛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왜 그러냐고 묻기에 제가 답하기를 “저 달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그 마음들이 본래는 둥글고 밝았는데, 태어나고 성장하고 사회를 살아가면서 사랑과 부와 명예와 권력을 알고부터 더 많이 가지려고 탐내고 분노하고 어리석은 행위를 많이 해서 마음이 어두워지고 쭈그러들고 모가 나서 잠시나마 저 밝고 둥글 달을 보면서 자신의 마음을 달과 같이 회복하라는 의미입니다”라고 했더니 스님 말씀이 맞다고 하면서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 분은 나이가 들었어도 모습이 단아하였고 표정이 맑았습니다.
친구 분과 함께 오셨는데 그 분은 여류시인으로 새해에 자신의 시집이 출간 된다고 자랑스럽지 않게 담담히 겸손하게 전하는 모습이 선한 얼굴 이었습니다. 남의 말을 잘 경청하고 미소로 답하고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때때로 자신의 의견을 진정성 있게 전달 해 주셨습니다.
저녁 공양과 작설차와 오룡 차, 보이차, 홍차를 대접하고 작은 선물을 드리면서 환송해 드렸습니다.
세월이 가고 만나지 못해도 잊지 않고 기억 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젊음이 멈추지 않음은 달리는 말과 같고, 사람의 나이 들어감은 흐르는 물보다 빠르다, 세월은 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다, 오늘은 살았다고 하지만 내일은 기약할 수 없다”고 <범 망경>에서 말씀 하셨습니다.
또 “한결같은 마음으로 부지런하게 일하고 정진하고 게으르지 말고, 함부로 잠자거나 놀거나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부질없이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뒷날에 크게 후회하게 된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얻기 어려운 것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겸손하고 인내하고 성실히 살아야 하는데 한해의 끝 부분에서도 보수와 진보와 여야가 서로를 부정하고 노사가 갈등하고 가족이 반목 한다면 얼마나 불행하겠습니까? 그러면서 발전하기도 하지만... 금년을 잘 살았는지 보람된 일이 얼마나 되는지 이룩한 성과가 무엇인지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야 합니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