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이네 가족이 우리 집에 놀러온 날 어머니는 아이들이 어디에서 놀고 있는지 연신 동태를 살피셨다.
“아범아~ 혹시 애들 닭장에 간 거 아니냐?”
내가 닭장에 내려 가보니 닭장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토끼장을 갖다 놓고 병아리를 잡아 넣으려고 했는지 병아리 집에는 몽둥이며 돌이 잔뜩 들어 있었고 병아리 한마리가 없어져 버렸다. 달걀도 많이 없어진 것 같았다. 닭장을 대강 정리하고 미정이와 미나에게 병아리를 어찌했냐고 물어 보았더니 모른다고 딱 잡아떼었다.
미정이네가 돌아간 후 손자를 닭장에 데리고 가서 달걀을 몇 개나 깨트렸냐고 물어 보았으나 정확한 숫자를 모른다고 하였다. 병아리는 어찌했냐고 물었더니 처음에는 입을 안 열다가 조건을 달았다. “하지~ 미정이가 병아리 아프게 했어, 오케이?” “오케이...”
손자랑 같이 창고에 가보니 다 죽어가는 병아리가 바구니 안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하지~ 미정이가 그랬어, 오케이?” “이놈아~ 뭐가 오케이야~ 병아리 죽여 놓고,”
“하지~ 병아리 살아 있어, 오케이?”
병아리를 엄마 품속에 넣어 줬지만 다음날 죽었다. 앞으로 친구를 집에 초대할 수 없다는 나의 말에 손자는 달걀을 깨트리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 그나저나 달걀을 몇 개나 깨트렸는지 알아야 어머니에게 무슨 말이라도 돌려 댈 텐데...
아침에 어머니가 전동차를 타고 서둘러 닭장으로 가시고 있었다.
“어머니... 어제 미정이 아빠가 병아리 깬다고 우리 달걀을 가져갔는데... ”
“미정이네도 닭이 많은데 뭔 소리여~”
“아, 우리 닭이 종자가 좋대요. 근데, 몇 개 가져갔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들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한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어머니는 전동차를 타고 부랴부랴 닭장으로 가셨다가 성급히 돌아 오셨다. 그리고 화가 잔뜩 나서 나를 불러 세웠다.
“나 이제 닭장에서 손 뗀다! 세상에~ 달걀이 17개나 없어졌어. 지난번에 증손자 친구가 왔을 때도 7개나 깨트렸는데~ 그러게 내가 자물통 채워 달라고 안하든~”
모두 내 잘못이다. 언젠가 손자가 보는 앞에서 닭똥이 잔뜩 묻은 달걀을 깨트려 닭을 준 적이 있는데 손자가 그것을 재미로 느낀 모양이다. 어머니는 닭장바닥에 달걀껍질을 확인하고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내가 이 곳에 친구가 있냐? 경로당이 있냐? 오직 닭이 친구고 달걀 세는 재미로 살아가는데, 세상에~ 17개나 깨버리다니... 다 큰 병아리도 죽이고... 아이고~ 나 절대 닭장에 안 간다. 고사리나 따러 다닐 테니 고사리 있는 곳이나 당장 가르쳐 줘라~ ”
어머니는 달걀 넣는 곳에 자물통을 채울 수 있게 만들어 놓자 진정이 되셨다.
아내에게 고사리 있는 곳을 찾아보라 했더니 길가 구석진 곳이면 고사리 나무가 있다고 고사리를 많이 꺾어 왔다. 손자도 고사리 꺾으러 가는 걸 좋아하여 같이 가기도 한다.
“하지~ 고사리 잡으러 가자~” 손자의 말에 어머니가 한 말씀하신다.
“이놈아, 고사리는 잡는 게 아니라 꺾는 거야~”
“아니야~ 이렇게 손으로 잡는 거야~” 둘 다 맞는 거 같다, 손으로 잡아서 꺾으니 뭐...
아이고... 문화도 다른 곳에 4대가 한집에서 같이 살아가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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