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가리로 국립공원에서 와이오우루 군인박물관으로 가는 사막길은 북섬에서 가장 인상 깊은 길 중 하나다. 우리는 루아페후 산 북서쪽에 있는 화카파파 빌리지에서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 1번 국도인 사막 길을 횡단하기로 했다. 이곳은 고도가 높고 기후가 험해 한여름에 눈이 내릴 때도 있다. 그래서 화카파파 빌리지에서 가는 도로고 닫혀 있지 않은지 미리 확인하고 출발해야 한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활화산들(통가리로, 나우루호에, 루아페후 산)과 나란히 나 있는 1번 국도의 풍경은 정말 낯설고 신기할 뿐이다. 활화산에서 뿜어져 나온 용암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넓게 펼쳐져 있고 산 정상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이 '전형적인 활화산'의 모습이다. 참고로 이 사막 길은 쉬어갈 만한 곳이 전혀 없기 때문에 도보나 자전거 여행자는 가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1시간쯤 지났을까. 활엽수들이 간간히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이 가까워졌다는 증거다. 겨울은 매섭게 춥고 여름은 지독히도 더운 곳, 날씨만으로도 강도 높은 훈련을 하기에 가장 적당한 곳, 그래서 뉴질랜드 최대의 군 기지가 있는 마을 와이오우루에 도착했다. 웰컴! 와이오우루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와이오우루 군인박물관
뉴질랜드 유일의 군인박물관(Army Museum Waiouru)에 들어갔다. 뉴질랜드는 정규군이 4500명쯤 되는데 크고 작은 전쟁에서 연합군으로 참전하지 않은 곳이 없다. 뉴질랜드의 어떤 작은 마을에 가더라도 마을의 중심부에는 아직도 '전몰 용사비'가 있는데, '자유를 위한 투사'들에 대한 기념비들 중 한국 참전 용사에 대한 내용을 보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한국전에 참전한 뉴질랜드 군인은 1044명 정도 되는 자원병이었으며 이들은 아직도 수첩 깊은 곳이나 자동차 등에 태극기를 붙이고 다닌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도 교민들과 함께 가장 기뻐한 서포터도 바로 이들이다. 당시 한국전에 참가한 뉴질랜드 군인은 전체 정규군 숫자(3794명)의 4분의 1이 훨씬 넘는 수로, 엄청나게 높은 비율이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 시대에 먼 곳에 있는 다른 나라를 위해 아무런 대가도 없이 도움을 준 뉴질랜드는 참 독특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렇게 크고 작은 전쟁에 참가해온 뉴질랜드에는 전쟁에서 노획한 무기 종류가 대단히 다양하다. 그 무기들을 모두 이곳에 집적해 놓았는데 2000명도 살지 않는 작은 와이오우루 마을에 있는 박물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규모다.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곳 중 하나이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야 파머스톤 노스의 가정집에 도착했다. 우리는 이 집 주인과 일면식도 없었지만, 아주 적은 금액만으로 이 집 마당에서 캠퍼밴을 주차하고 하룻밤을 지낼 수 있었다. 이것은 P.O.P.(Park On Property)라는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의 한 방법인데, 캠퍼밴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 중 자신의 집 주차장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다른 캠퍼밴 여행자들을 위해서 주차장을 빌려주는 것이다. 캠퍼밴도 있고, 주차장도 넓어야 하기 때문에 P.O.P.를 하는 집 주인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안정된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시골 민박집에 들른 느낌을 준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