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사회적 기여와 활용

미술의 사회적 기여와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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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미술을 전공하던 학창시절에 타과 학생들에게 자주 듣던 질문과 일본과 뉴질랜드에서 후학을 지도하며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미술에 대해 주변의 한국인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이 거의 변하지 않고 대동소이 한 것을 보면 묘한 생각이 든다.

그 궁금증을 요약해 보면, 그림 그려도 밥 먹고 살 수 있느냐는 상당히 고전적인 질문과 함께 미술(그림)은 난해함 때문에 접근하기가 어려운데다, 화가의 사고나 행동 또한 정상에서 벗어난 부류가 아니냐는 근거 없는 호기심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그림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고 화가 역시 선천적 지적장애를 가진 변종의 집단도 아니며, 그림 그려도 밥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으며 불편하지 않게 살고 있다.

필자도 화가로 업종전환 없이 30여년을 버티며 살고 있지만 전혀 난해한 인간이 아닐뿐더러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세 딸과 할미꽃 한 송이까지 포함한 적지 않은 식구가 쌀밥과 김치에 가끔씩은 삼겹살에다가 와인도 곁들여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질문의 내용을 화가의 입장에서 분석해보면 모든 분야가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더욱이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전문적인 정보도 관심만 갖으면 누구나 공유를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아직도 그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지적 게으름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더욱이 지역마다 아트센터가 있고 주택가 곳곳에 화랑이 산재해 있어 미술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뉴질랜드에 살면서도 미술에 관한 한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무관심이고, 자신과 가족의 정서에 대한 무책임이다.

그러나 이민생활의 다난함 속에서 교민들이 미술작품을 감상하며 빠르게 변해가는 미술사조를 이해하고, 복잡한 화가들의 머릿속을 엿보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더욱이 미술시간에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아서 선생에게 혼이 나고, 입시 준비로 다른 공부를 하다 걸려서 복도로 쫓겨났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적지 않은 교민 1세들에게 그러한 요구는 무리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미술과 가까이 하고는 싶은데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을 하여야 미술작품을 이해하고 올바르게 감상할 수 있는지, 혹은 자제가 미술을 좋아하는데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하며 진로를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 미술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궁금증과 걱정을 가진 교민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분들을 위하여 미술과 화가 그리고 미술작품 감상법, 미술교육 제반에 관한 사항들을 기술하면서 교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을 질문해 주면 그 질의에 대한 답을 게재하는 방식으로 연재를 하려고 한다.

먼저 미술에 대한 이해나 감상도 중요하지만 교민들의 현실적인 입장에서 자제들의 미술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미술의 사회연관성과 기여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많은 학생이나 부형들이 미술전공을 생각할 적에 걱정하는 것이 사회적 응용도 즉 취직이나 자영업에 있어 얼마나 미술을 활용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과연 미술이 삶에 어떻게 적용이 되고 있는지 화가의 입장에서 보는 예술적 측면이 아닌 일반사람들의 기본적인 실생활에서 미술이 미치는 영향과 관여도를 생각해보자.

사람이 살아가는데 제일 기본적인 것으로 의, 식, 주(衣食住) 세 가지를 꼽는데 그 첫 번째인 의 에서는 옷의 기능성과 함께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복식디자인(패션)이며, 두 번째의 식에서는 음식디자인(이미 스위스나 프랑스 등 전문요리학과로 유명한 대학에서는 음식의 모양이나 칼라, 요리를 담는 그릇, 컵 등 식재와 식기에 대한 디자인공부는 필수이다), 마지막의 주에 있어서는 건물을 지을 적에 시작부터 중요한 건축 디자인(아키텍) 등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적에 디자인개념을 빼 놓고서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그 외에도 감상을 통해 우리의 정서를 풍요롭게 해주는 회화나 조각과 같은 순수 미술에서부터 우리생활에 필수적인 자동차, 비행기, 선박 등에 필요한 트랜스포트디자인, 텔레비전이나 휴대폰, 컴퓨터 등의 상품 디자인, 텔레비전을 통해 익숙해지는 각종선전의 광고디자인, 드라마나 영화 등을 볼 때 빠질 수 없는 무대, 배경 디자인, 여러 형태의 실내공간을 비롯해 백화점의 진열이나 전시 공간, 을 꾸미는 인테리어디자인,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분야가 화대되고 있는 웹디자인, 이밖에도 미대교수, 미술교사, 애니메이션, 특수 분장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우리의 실생활에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미술의 영역이다. 2003년도에 미국의 타임지는 미술전공자가 관계되는 직업군은 2,800개가 있다고 발표하였는데 지금 조사를 해 보면 3000개가 넘을 듯싶다.

이렇듯 우리의 모든 일상생활에서 떼어내서는 생각할 수 없는 제일 밀접한 부분이 미술이며 전공을 살려서 일할 수 있는 직업군이 여타 직종에 비해 상당히 넓은 폭을 가지고 잊음에도 불구하고 미술에 재능이 있어도 전공 선택에서 망설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미술 관련분야 산업에 대한 정보부족의 이유도 있지만 학생본인이 미술에 대해 감각이나 소질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자기 확신이 없기 때문인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다음호에는 미술전공에 있어 현명한 선택을 돕기 위해 미술교육이 추구하는 본질과 적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다.


▶ 현재 다소아트 공방을 운영하는 이기재 원장님이 교육 현장에서 본 뉴질랜드 미술교육에 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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