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칼럼]“재미동포들 뿔났다”

[김동열칼럼]“재미동포들 뿔났다”

0 개 3,024 김동열
한국을 욕 했다고 동포가수가 미국으로 쫓겨왔다.
그것도 4년 전에 일어난 일로 인해.
사건 발생 4일만에 양키고홈을 외치는 한국의 네티즌들.
‘재범 사건’의 실상이 들어나면서 재미 한인사회는 분노 속에 빠졌다.
‘재범사건’이란 2PM의 리딩싱거인 박재범의 이름을 줄여서 붙여진 사건 이름이다.

박재범은 누구인가
그는 시애틀에서 태어난 2세로 비보이팀으로 활동 하던 중 JYP(가수 박진영)엔터테인먼트에서 오디션이 있다는 말을 엄마로부터 듣고, 권유를 받아 응모했다가 래퍼와 춤 담당으로 뽑혀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 나이가 22살이고 4년 전에 시작했으니 18살에 데뷔한 셈이다.
부모와 처음 떨어져 살기가 두려워 한국 행을 포기할 생각도 있었지만 주위에서 그의 재능을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권했다.
처음 4년은 가수로 활동하기 보다 배우고 연습하는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여러 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어와 환경적응이 어려워 다른 사람들 사이에 잘 끼지 못하는 것을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 가족을 실망 시키지 않고, 학교도 중단하고 왔기 때문에 인생을 다 걸고 성공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보이기도 했다.
2세들이 한국에 가서 연예인 활동 과정에서 겪는 갈등을 박재범도 거의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가족과 떨어져 있고, 음식도 맞지 않는 한국 생활을 하면서도 피아노 실력도 키우고 열심히 돈 벌어 부모님께 선물해 드리고 싶은 따뜻한 마음을 자주 피력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인기그룹으로 뜨면서 과거 인터넷에 올린 글에 대한 시비가 터져 나온 것이다.

어떤 부분이 문제였나.
이번 사건의 문제로 등장한 인터넷 사이트 박준범의 글 가운데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잘 지내 똥 같은 놈아.
니 게이얼굴 얼마간 못 봤네.
뭐했냐?
요즘 뭐해.
그 ㅈ 같은 랩하고 지내냐?
한국졸라 엿 같다. 한국사람 증오해.
진짜 돌아가고 싶어……
씨파.
언제 챗이나 하게 연락 때려라.
너의 가장 큰 팬 제이로부터 피스”
여기서 게이라는 표현은 마음에 안 드는 얼굴을 의미하고, 한국사람을 증오한다는 것은 I hate Korean 정도이다.
미국 아이들이 잘 쓰는 simple hate인 것이다.
이런 문장 외에 ‘한국이 싫다’는 다른 글도 있다.
2005년부터 07년 사이에 미국쇼셜 네트워킹 사이트인 마이페이스에 ‘한국이 싫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그러나 2006년에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서 긍정적으로 변화된 글도 있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점차 긍정적인 면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전혀 무시한 한국인의 시각이 문제 제기의 핵심이다.

두 얼굴의 한국인
인종 문제에 관한 한 본국인들은 동물 같은 단면을 엿 볼 수 있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 대다수가 한국인들의 몰지각한 인종차별에 치를 떤다.
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들은 “자기를 괴롭힌 한국인들을 죽이고 싶었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얼마 전 인도출신 교수가 자기를 보고 더럽고, 냄새 난다고 욕한 한국인을 고소한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한국인은 왜 피부가 다크한 외국인에 적대적이고 우월성에 빠지는지 사실 연구대상 중에 하나다.
기자는 지난 7월 본 난에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왜 34위에 머물고 있는가’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한국이 이집트 보다 낮은 점수를 받는 치명적인 이유가 바로 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 이다.
한국인이 외국인을 차별하는 못된 성격은 지난 10년 전부터 친북반미가 한국의 젊은이들 머리 가운데 자리 잡으면서 삐뚤어진 민족주의가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미국에 관련된 모든 것을 배척하면서도 어리석게도 미국에 대한 동경은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자신은 교단에서 열심히 반미를 선동하며 자신의 아이들을 미국에 조기유학을 보내는 사람이 바로 한국민인 것이다.
이율배반도 보통 이율배반이 아니다.
이런 환경이 바로 ‘재범사건’을 일어나게 한 한국의 현재 풍토이다.

비뚤어진 동포관
한국에서 보는 동포관은 상당히 묘하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재미동포에게 호감이 있지만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완전히 모르는 사람으로 급변한다.
한국언론은 재미 동포들 가운데 우수한 사람으로 알려지면 반드시 한국계 미국인 동포라고 호들갑을 떤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미국에 사는 한국 동포를 ‘검은 머리의 미국인’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사정 없이 깎아 내린다.
그러면서도 뒤에선 “미국에 사는 좋은 신랑감 없느냐”는 부탁은 빠트리지 않는다.
정말 한국민들의 태도는 칠면조가 무색할 만큼 임기응변에 능한 민족 중에 하나다.
박재범이 올해로 22살이다.
18살 어린 나이에 한국에 갔으니 초창기에 얼마나 어려웠겠나.
이곳에서 자란 아이들이 하나 같이 어른스럽지 못한 면이 많다.
더욱이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2세들이 두 얼굴로 껍질을 싼 한국민들에게 정말 한심하고 눈치 없이 보였을 것이다.
22세면 아직도 애기 같은 나인데 그런 2세의 실수를 결코 용서 못하는 한국민은 사람인가 아니면 어떤 캐럭터인가.
처음엔 박재범에게 ‘반성의 시간을 가지라’고 점잖게 충고 하더니 조금 있다가는 ‘자숙하라’로 변한 후 이번엔 ‘양키고홈’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서슴없이 사용하는 선에서 끝나나 했더니 나중에는 ‘미국으로 도망가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더 고약한 점은 ‘진실된 사과 한마디 없이 무책임하게 떠났다’는 떠넘기기 마지막 술수까지 벌렸던 것이다. 참으로 그들의 말 장난과 사람 하나 죽이기에 너무나 익숙한 패턴이 이번에도 재연한 것이다. 그들은 유승준에게 했던 똑 같은 수법으로 이번에도 대박을 터트렸다.

이젠 좀 성숙해라
한국민도 입으로만 ‘글로벌을 외치지 말고 행동으로 글로벌을 보여라.
작은 땅에서 나 홀로 우수한 민족이라고 외치지 말고 이젠 세계인과 함께 사는 방법과 남을 배려하는 순서부터 배워라.
그 동안 일본 식민지생활 36년이 한국민으로 이렇게 만들었다는 핑계를 만들었지만, 이제 대한민국 국가 건립 60주년도 지났다.
누구의 탓할 수 없는 나이가 된 것이다.
혼자 있으면 숨어 버리고, 백 명이 모이면 소리치는 그런 유치한 군중심리로부터 한국민은 탈출해야 한다.
요새말로 “쪽 팔리는 짓, 인종차별”은 그만 했으면 좋겠다.
강자처럼 보이는 백인들에게 이유 없이 속옷까지 보여 주면서, 유독 해외동포와 칼러 피플들에게만 날을 세우고 까칠한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한국민이 아니기 바란다.
한국을 알려고 열심히 한글과 문화를 배우려는 2세들에게 이번 ‘재범사건’은 엄청난 충격과 분노를 안겨 주었다. 또한 부모들도 한국을 동경하는 2세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침묵할 수 밖에 없다”는 고통을 안아야 했다.
이런 일을 당하고도 ‘한국이 좋다’는 2세들의 마음을 상처 없이 어떻게 돌려야 할지 무거운 태산을 옮기는 것만큼 힘들 것이다.
미국에 오는 한국 지도층 인사들은 하나 같이 “재외동포는 모국의 미래를 발전 시킬 동력이고 자산”이라는 말을 빠트리지 않는다.
그들 모두는 지금 어디에 있나.
왜 침묵하는가.
다시 미국에 오지 않을 것인가.
많지도 않은 한국 내 재미동포들을 보듬어 주고, 이해해 주기가 그렇게 힘들다는 말인가?
이젠 한국민도 선진국의 국민들처럼 성숙한 언행으로 존경 받았으면 좋겠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