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구좌에 거금이 입금되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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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5/2009. 10:40
코리아포스트 (219.♡.219.203)
아침에 아무런 생각 없이 은행 잔고를 체크했는데 생각지 못한 거금이 입금 되었다면 어떻게 할까… 은행에 신고를 해야 할까 아니면 조용히 기다려 봐야 할까. 이도저도 아니면 현금을 인출하여 맘대로 써버릴까. 소설 속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이지만 의외로 현실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며칠 전 로토루아에 사는 한 사람/커플에게도 똑같은 일이 있었는데, 이 커플은 해외로 잠적하는 방법을 택한 듯 하다.
5월 22일 현재, 정확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 커플은 Westpac 은행에 $10,000의 융자를 신청하였는데, 누군가의 실수로 $10,000,000이 커플의 구좌에 입금이 되었다고 한다. 정확한 액수와, 이 커플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경찰과 인터폴이 수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런 경우에는 어떤 법이 적용될까. 자세한 정황을 모르기에 확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은행 구좌에 실수로 입금된 돈은 다시 원주인 또는 은행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 실수로 입금/지불된 돈은 mistaken payment 또는 payment in mistake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대부분 지불자(또는 은행)가 다시 돈을 돌려 받을 수 있다.
실수로 입금/지불된 돈은 restitution(원상회복)이라는 형평법을 적용 받는데, 형평법에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 얻은 부당한 이익은 돌려줘야 한다.'는 법언(法諺 maxim)이 있다: 이 법언을 적용한 판례들을 보면, 실수로 돈을 입금/지불한 사람은 돈을 돌려 받기 위해 다음의 사항을 증명해야 한다:
1. 실제로 돈이 입금/지불 되었고;
2. 실수가 아니었다면, 애시당초 입금/지불되지 않았을 돈이고;
3. 돈을 받은 사람이 그로 인해 (부당) 이득을 얻었고;
4. 돈을 입금/지불한 사람이 그로인해 손해를 입었다는 것.
은행이 실수로 돈을 지불/입금 하는 경우 중에 가장 빈번한 실수 몇가지를 보면:
- 고객이 은행에 지불을 요청 하지 않았는데 요청했다고 착각하는 경우; 그리고
- 은행의 전산처리 실수로 구좌이체를 할 때 구좌번호 등을 잘못 입력하는 경우이다.
첫번째 경우를 이해하려면 추가 설명이 필요한데, 예를 통하여 설명해 보겠다. 가나다은행에 구좌가 있는 A라는 사람이 역시 가나다은행과 거래하는 B라는 사람에게 $3,000짜리 체크(수표)를 발행 했고, B는 이 체크를 자신의 가나다은행 구좌에 입금하였다고 가정하자. 보통 수표는 3~5일의 기간을 두고 clear가 된 후에야 현금화 할 수 있는데, clear되기 전에 A가 체크를 취소하고 합법적으로 지불 정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가나다 은행 직원이 실수로 $3,000을 B의 구좌에 입금 시켰다면, 이는 가나다 은행의 실수로 인한 지불이다. 은행의 실수 이기에 은행은 A로부터 $3,000을 받아 낼수가 없다 (즉, $3,000을 A의 구좌에서 인출/삭감 할 수 없다.) 이 경우 은행은 B로부터 다시 $3,000을 환수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위의 5가지 사항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위의 예에서, 은행이 5가지 사항을 다 증명 하더라도 B가 은행에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존재 한다. 그 중 대표적인 예는 B가 $3,000이 당연히 합법적으로 자신의 구좌에 입금 되었다고 믿고 그 돈을 써버린 경우다.
다른 예를 들어, A가 인터넷뱅킹을 통하여 B에게 $12,000을 지불 했는데, 전산처리 과정에서 은행의 실수로 A, B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C에게 지불이 되었다면, 은행은 위의 5가지 사항을 증명해내고 $12,000을 돌려 받을 수 있다. 이번의 예에서는 C가 $12,000 써 버렸다고 해도 은행은 C에게 $12,000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데, 이는 C가 $12,000를 받을 이유가 없는 것을 알고도 (즉, 돈이 잘못 입금되었다는 것을 알고도) 자신의 돈인 것처럼 써버렸기 때문이다.
자세한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며칠 전 실수로 입금된 거금을 인출하고 잠적해버린 로토루아 주민의 경우는 두번째 예에 가까울 듯 하다. 돈을 은행에 돌려주는 것 외에도 형법의 적용을 받겠지만 뉴질랜드 경찰이 이들을 찾아내는데 얼마나 걸릴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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