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포케노(Ⅰ)

오클랜드→포케노(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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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쾅쾅"

놀라 일어나 문을 열었더니 오크랜드에 사는 연수 형님이 홀리데이파크로 우리를 깨우러 왔다. 어제 저녁 통화하면서 연수 형님은 우리와 함께 골프장에 가기로 약속했다. 연수 형님 차를 따라 도착한 곳은 챔벌린 골프장(Chamberlain Park). 늦을까봐 달리는 캠퍼밴에서 세수를 하며 서둘러 온 덕분에 도착해보니 오히려 시간이 남는다. 골프장에서 간단한 주스와 뮤즐리바(Muesli bar 곡물로 만든 작은 막내 모양의 음식)로 아침을 때웠다.

뉴질랜드는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골프장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약 400만 인구에 400개가 넘는 골프장이 있어 골프장당 이용 인구가 1만 명이 채 안 된다. 대부분의 골프 클럽이 비영리를 목적으로 회원들이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회원비가 매우 싸다. 물론 비싼 곳도 몇 곳 있지만, 도시를 벗어날수록 값이 더 저렴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뉴질랜드에서는 직업이나 수입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캐주얼 플레이어(회원으로 가입하지 않고 골프를 치는 사람)에게는 2-3만 원 정도의 그린피(골프장 코스 사용료)를 받지만, 1년 회원으로 가입하면 일 년 내내 추가 비용 없이 상상을 초월하는 저렴한 비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하루 평균 비용은 NZ1.80달러(1500원)정도, 뉴질랜드에서는 껌 한 통에 2달러가 넘는 것도 있으니까, 정말 껌 값도 안 된다. 이렇게 싼 회비 때문에 뉴질랜드 골프장에 사람이 바글거릴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실제로 뉴질랜드의 골프장은 주말을 제외하고는 거의 부킹이 필요 없을 정도로 한산하다.

뉴질랜드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취미나 아웃도어 생활을 즐기는데 트레킹, 서핑, 요트, 테니스, 카약, 탁구, 축구, 럭비, 사이클링, 승마, 스키, 스쿠버 다이빙, 낚시 등 그 선택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굳이 골프장에 많은 사람이 몰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입장료가 싸다고 해서 우리의 진검승부가 시들해질 수는 없는 법. 우리 네 명은 각각 적이 되어 싸우는 골프를 시작하고야 말았다. 어쨌거나 우리 일행은 승부에서 딴 돈을 여행 경비로 사용하기로 결정했지만, 진검승부는 항상 피가 튀게 마련이다. 24시간 같은 곳에서 자고 같은 음식을 먹던 끈끈한 동료애는 잠시 버리고 모두 '전투 모드'로 티오프를 시작했다. 4명 모두 최선을 다해 골프를 쳤지만, 허영만 화백과 내가 평소보다 조금 더 잘 치고, 연수 형님은 중간 정도, 그리고 봉주 형님이 평소보다 저조해서 결국 봉주 형님의 호주머니에 있던 지폐 몇 장이 우리의 여행 경비에 보태지게 됐다. 경기가 끝난 시간은 12시 45분. 허기진 배를 쥐고 베트남 국수 집에 갔다. 해산물과 매콤함이 특징인 베트남 국수도 뉴질랜드의 따뜻한 난민 정책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어디에서나 맛 볼 수는 없었을 거다.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뉴질랜드의 난민 정책

난민들은 과거 베트남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지금은 중동이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는 본능적으로 너그러운 이웃에게 발길을 돌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난민들은 풍족하지만 도회적인 유럽이나 미국이 있는 서쪽보다는 문화나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동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하지만 돈 한 푼 없이 기댈 곳도 없는 난민들을 자발적으로 받아 주는 나라는 별로 없다. 마지못해 인도적 차원에서 최소한의 인원만 받아들인 후에 대부분의 난민들을 쫓아 보낸다. 쫓겨난 난민들은 동쪽으로 동쪽으로 가서 결국에는 가장 끝에 있는 뉴질랜드에 도착하게 된다.

뉴질랜드에서도 초기에는 난민들이 자국 경제에 불이익이 된다는 이유로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뉴질랜드에 도착한 난민들에 관해 한 정치인이 중요한 발언을 했는데,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난민들은 아주 오랫동안 바다 위와 여러 나라에서 갈 곳 없이 떠돌던 사람들입니다. 거쳐 왔던 나라들마다 이들의 도움을 거절했고 결국은 뉴질랜드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우리 뉴질랜드는 땅 끝에 있는 나라입니다. 맨 마지막 희망인 우리마저 거절한다면 그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습니다. 뉴질랜드의 거절은 그들에게 죽음과 같습니다. 뉴질랜드로 오는 난민은 이유를 막론하고 받아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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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도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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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that I know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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