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베이→오클랜드(Ⅱ)

웨일베이→오클랜드(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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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로 귀환

화려한 아침 겸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클랜드로 향했다. 좋은 음식을 먹어서인지 더 이상 피곤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 옆으로 집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북쪽 사면에 가지런하게 세워진 정북향 집들을 보며 도시에 가까워진 것을 느꼈다.(뉴질랜드의 좋은 동네는 대부분 '해변' 혹은 '북쪽 언덕'의 사면에 자리 잡고 있다. 따뜻하고 밝은 햇볕을 더 많이 받으려는 이유에서이다. 북반구인 한국에서는 남쪽으로 향한 집을 좋아하지만 남반구인 이곳에서는 '북향집'을 최고로 친다.) 봉주 형님이 웃으며 '오랫만에 사람들 보니까 반갑다'고 한다. 맞다. 뉴질랜드의 한적한 곳들을 며칠 여행하다 보면 도시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까지 귀하고 반갑게 느껴진다.

오클랜드의 원래 이름은 타마키 마카우 라우(Tamaki Makau Rau)로, '100명에게 사랑받는 지협(Isthmus 아주 얇게 연결된 땅, 파나마나 수에즈 같은 곳)'이란 뜻이다.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는 잘 가꿔진 숲과 현대적인 건물, 해변과 요트, 화창한 날씨가 한데 어우러진 남태평양 최대의 도시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5위안에 속하는 곳이다. 현재 오클랜드 인구가 130만 정도(2007년 6월 기준)니까, 뉴질랜드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이곳에 산다. 도시의 세련됨과 자연의 생명력에 덧붙여 세계 각국의 문화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도시가 바로 오클랜드라고 할 수 있다.

오클랜드 시 외곽의 타카푸나 비치 홀리데이파크에 캠퍼밴을 세우고 뉴질랜드 최대 도시의 중심가를 구경하기 위해 택시를 불렀다. 캠퍼밴은 도시 중심부에 가져가기에는 주차가 부담스럽고, 혹시나 가벼운 와인이라도 한 잔 한다면 운전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는 손님을 태우려고 빈 차로 돌아다니는 택시가 없다. 공해를 줄이고 기름을 절약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래서 반드시 콜택시를 불러야 한다. 10여 분쯤 지나자 흰색의 중형 택시가 도착했다. 이곳의 택시 운전기사들은 안전 제일주의를 원칙으로 삼는데다가 승객을 태우고 있는 동안에는 운행비용이 짭짤하게 올라가기 때문에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택시의 미터기 옆에 'Soiling Fee: $500'이라고 쓰인 큼지막한 스티커를 보고 허영만 화백이 운전기사에게 묻는다.

"Soiling Fee가 무슨 뜻입니까?"

"차량 내부에 토하면 벌금 500달러(약 35만원)라는 뜻입니다."

"하하, 농담이시죠. 구토 한 번에 벌금 500달러라니...."

"농당이 아닙니다. 미안하지만 진담이에요. 아파서 그런 건 괜찮지만, 술 먹고 토하면 무조건 500달러지요. 승객들 얼굴 보니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하"

금액이 너무 비싸 농담인 줄 알았더니, 운전기사가 웃으며 사실이란다. 하루 동안 영업도 못 하고, 차에 밴 악취에 불쾌감까지 감안하면 그 정도는 오히려 적은 금액이란다. '정신 바짝 차리자!'

택시에서 내려 오클랜드 시내를 돌아다녔다. 나와 허영만 화백의 검게 탄 얼굴이나 늘 동상이 빠질 만하면 다시 얼어 성할 날이 없는 박영석 대장은 깨끗하고 화려한 오클랜드 거리와는 도통 어울리지 않는다. 도시 한가운데 서 있으나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모습에 서로 웃었다. 그나마 피부가 흰 봉주 형님이 우리 중 제일 나았다. 그는 허영만 화백의 아주 오랜 친구이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어느 페이지에 불쑥 나타나 때론 주인공의 주변을 맴돌기도 하고, 엑스트라로 잠깐 출연하기도 했다. 봉주 형님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은 허 화백의 작품은 거의 없다. 그런데 약간은 어눌하게 표현되는 만화에서와는 달리 실제 그의 모습은 아주 호탕하다.

다인종 국가인 뉴질랜드에는 마오리인, 퍼시픽 아일랜더, 유러피안, 아시안이 골고루 섞여 있어서 우리 일행이 눈에 뜨지 않게 다닐 수 있었다. 오클랜드 시내의 고풍스러운 옛 건물 사이로 해가 넘어가자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한다. 백 년이 넘은 건물들이 그대로서 있어 편안한 영국풍의 거리가 이국적이다.

수백만 불짜리 요트들이 즐비한 아메리카스 컵 하버에 있는 카페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산책 삼아 지나가는 사람들과 오래된 건물들을 건성건성 보며 다녔다. 마주오는 사람들 중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몇몇 눈에 띈다. 저녁 9시 가까이 되자 이 큰 도시의 불빛들이 대부분 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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