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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2009. 16:19 코리아타임스 (124.♡.145.168)
왕가레이에서 출발해서 북쪽으로 20분쯤 올라가면 카휘티 동굴(Kawhiti Cave)이 나온다. 마오리 종족인 카휘티족의 소유인 동굴은 자연 그대로의 원형을 거의 보존하여 내부에 전기 시설이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마오리족 가이드가 손에 가스등 하나를 달랑 들고 기묘한 모양의 종유석과 동굴 내부를 설명해준다. 동굴 입구의 작은 시내에는 남자 종아리만 한 굵기의 장어가 사는데 그 이름이 '엘비스 프레슬리'란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마오리 청년이 준 작은 먹이를 먹으러 수면 위로 올라온다.
한 줄기 빛도 들어오지 않을 만큼 깊은 카휘티 동굴은 밖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밝은 '빛'들로 가득하다. 반딧불이를 연상시키는 애벌레 글로 웜(Glow Worm)이 동굴 천정에 붙어 은하수처럼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 웜은 천정에 앉아 낚싯줄같이 끈적이는 줄을 드리우고 밝은 불 빛을 발산해서 날아다니는 벌레들을 유인한 다음 잡아 먹는다. 그렇게 힘들게 일생에 몇 년을 애벌레의 형태로 살다가 짝짓기 철이 찾아오면 번데기에서 탈피하여 날개가 달린 어른벌레가 된다. 그러나 그 행복도 잠시, 어른 벌레가 되고 나면 애벌레 때의 입이 퇴화되어 없어지기 때문에 먹이를 섭취할 수 없어서 그리 오래 살지 못한다. 따라서 수일 내에 짝을 찾아 짝짓기를 해야 하고, 짝짓기를 마친 후에는 기력이 떨어져 연어처럼 우리에게 의미만을 남기고 굶어 죽어간다.
최고의 휴양지 베이 오브 아일랜드
카휘티 동굴을 본 후 우리가 향한 곳은 노스랜드 최고의 휴양지라 불리는 베이 오브 아일랜드(Bay of Islands)다. 노스랜드의 도시들은 대부분 동쪽 해안선을 따라 발달되어 있어서 캠퍼밴 안에서도 쉽게 일출을 볼 수 있지만, 베이 오브 아일랜드의 일출은 깨끗한 공기와 뭉게구름, 많은 섬들과 복잡한 해안선 때문에 다른 곳보다 더 찬란하게 느껴진다. 파이히아, 와이탕이, 러셀, 케리케리 네 도시와 인근 150여 개 섬을 아우르는 베이 오브 아일랜드는 뉴질랜드 역사의 탯줄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문명과 자연 경관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이곳의 여행은 파이히아(Paihia)라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하는데, 파이히아의 이름이 생기게 된 이유가 재미있다. 초기에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마오리인에게 유럽인이 이곳의 지명을 물었다. 질문을 잘못 이해한 마오리 원주민이 파이(Good) 히아(Here), '여기는 좋다'라고 대답했는데 그때의 잘못된 대답이 이곳의 지명이 되어버렸다.
베이 오브 아일랜드 만 내부에 있는 많은 섬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저마다 독특한 특색을 자랑하는 크고 작은 섬들에는 돌고래, 고래, 펭귄, 각종 바닷새, 물개 등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 여름이면 참치와 새치가 따뜻한 난류를 타고 밀려와 수백 킬로그램에 육박하는 대형 어류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게임피싱(Game Fishing 대형 어류를 잡기 위해 바다에서 트롤링(trolling)을 하는 낚시 방법)도 유명하다. 경치는 두말할 것도 없다. 유럽의 초호화 크루즈가 뉴질랜드에 도착하면 며칠씩 정박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니까. 대부분의 섬들이 무인도이며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어 여름이면 요트나 카약을 타고 며칠씩 낚시와 야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연인을 위해 섬을 통째로 빌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스타도 아니고 막강한 재력도 없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뉴질랜드에서라면 가능하다. 그 행운의 날은 바로 '크리스마스'. 그날은 모든 뉴질랜드 사람이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기 때문에 작은 섬은 텅 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에는 하룻밤 동안 섬 전체를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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