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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2009. 10:52 코리아타임스 (124.♡.145.168)
여름밤은 길어서 하모니카를 불기에도 좋다. 그러나 하모니카를 불어 본지가 너무 오래되었고, 어디에 두었는지 찾아내기도 쉽지가 않을 거다. 대신에 옥수수 하모니카를 불어보면 어떨는지? 어떤 이는 어릴 적 여름밤에 별을 세면서 먹었던 그 맛이 떠오를 것이고. 옥수수 맛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달콤한 그 맛에 취하게 될 것이니,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기회가 될 거다. 하여튼 옥수수 하모니카는 여름밤의 정취를 돋우는 데 제격이다.
대개 옥수수는 북한이나 아프리카 같은 식량이 부족한 국가에서 먹는 식품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쌀이나 밀가루 대신에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그런 지겨운 식품쯤으로. 그렇다, 옥수수는 쌀 밀 감자와 함께 인류의 주요한 식량원임에는 틀림이 없다. 옥수수는 인류 모두의 주식으로 큰 역할을 할뿐 아니라, 간식거리로 손색이 없으며, 또한 현대사회의 건강식품으로 뛰어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먹을 것이 넘쳐 나서 문제가 되고 있는 요즈음에도 아주 훌륭한 우리의 먹거리인 셈이다.
원래 옥수수는 남미가 원산지이며 신대륙 발견 이전에 아메리카 전역에 퍼져 있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유럽에 전파되었다. 이것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갔으며, 현재 먹을거리가 충분치 못한 아프리카에서는 식량문제 해결에 큰 목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아메리카 대륙에서 소 돼지 같은 동물 사료로 곡실은 물론 줄기까지도 활용되고 있다. 이러저러한 활용거리로 인하여 옥수수는 우리와 아주 친숙한 식량자원으로 자리를 잡아 왔다.
최근 우리가 즐기는 것은 단옥수수로 달콤하게 육종되어 누구나 좋아하게 된다. 옥수수에는 당분과 함께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하여 영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게다가 옥수수 껍질에 우리 건강에 좋다는 식이섬유가 듬뿍 들어 있어 요즈음에는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그러니 지금이 바로 제철이라 대형 마트에서 산처럼 쌓아 놓고 저렴하게 팔고 있은 옥수수를 즐기랄 수밖에.
옥수수는 땅을 가리지 않고 잘 자란다. 그렇지만 옥수수는 거름기와 물을 좋아하는 작물이다. 옥수수는 물 속에 자라는 벼 보다 더 많은 물을 먹고 자란다. 그렇다고 물 속에 심어서 안 된다. 물 빠짐이 좋은 비옥한 토양에 더욱 잘 자란다. 정원 한 켠이나 빈터에 재배하기에 제격이다. 내가심은 옥수수를 맛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간단히 심어서 즐기시라. 봄철에 옥수수 모종을 사다 심어도 좋고, 종자를 구해서 곧바로 뿌려도 된다. 처음 싹이 날 때 풀에 치지 않고 벌레들의 공격을 이겨 낼 정도로 심으면 그만이다. 자라는 대로 바라만 보면서 익을 때만 기다리면 된다. 옥수수수염이 누렇게 말라 진한 갈색으로 변하면 따 먹을 때다. 그리고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밤이든 낮이든 하모니카만 불면된다.
필자는 올 봄 새로 이사 온 집의 담장이 외관상 보기가 좋지 않아 좀 가려 보고 싶어 담장 밑 장미그루 옆에 옥수수 모종을 몇 그루 심었다. 거름을 충분히 주지 못해서 담장 높이 까지는 자라지 못했으나, 신기하게 꽃이 피고 열매가 맺었다. 어떻게 맛이라도 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벌써 익었다. 열매를 헤쳐 보니 알맹이가 야무지게 단단하다. 얼른 따서 쪄 먹어 보니 바로 그 맛이다.
모든 음식물은 본래의 맛을 가지고 있어 우리들이 즐겨 먹게 된다. 그 본래의 맛을 기억해야만 그 음식의 참 맛을 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에게는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음식물의 참 맛을 기억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팝콘, 옥수수 칩, 통조림으로는 원래의 옥수수 맛을 느낄 수가 없다. 팝콘은 버터의 맛으로, 옥수수 칩은 가미된 설탕 맛으로, 통조림은 조미료 맛으로 옥수수 맛을 기억하게 된다. 제철에 나는 풋풋한 옥수수는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다. 이 번 여름에는 옥수수 하모니카로 정겨운 추억을 더듬어 보는 것이 어떨 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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