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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1/2009. 14:37 코리아타임스 (124.♡.150.213)
일요법회를 마치고 한 잔의 차를 마시고 있자니 어떤 신도가 찾아와서 "스님! 사람을 미워하는데 어떻게 하면 미워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저는 한 번 미워하면 감정이 잘 풀리지 않아 끝까지 미워하는데 그러다 보니 제 자신이 괴롭습니 다! 그 영향이 제 자신에게만 끼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합니다! 이 마음을 어떻게 하면 됩니까?" 그래서 "그 미워하게 하는 마음의 실체를 고요히 찾아보고 그 마음을 내려 놓으시지요! 작설차 한 잔 하시고 생각 해 봐요"
사회를 살아 가다 보면 친구도 있고 나를 어렵게 만드는 사람도 있고 적(敵)이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는 좋은 사람들만 만나려고 합니다. 좋은 사람은 서로 마음이 편하고 자신을 알아주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어려운 사람은 되도록 만나지 않으려고 합니다. 더구나 자신과 상대가 되고. 적이 되는 사람은 더욱 만나지 않으려고 합니다.
여기서 적이라고 한다면 꼭 전쟁터에서 군대가 대치하면서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적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을 하다보면 사업상의 적이 있고, 업종마다 업종의 원수지간이 있고, 이익을 보자면 이익을 나눠 갖게 되는 상대가 생기게 됩니다.
"같은 업종끼리는 서로가 질투하고, 글 쓰는 사람들은 서로를 우습게 본다"고 하는 말이 예가 됩니다. 그런데 적이 싫다고 적을 없애 버리는 것이 최고의 수단은 아닙니다.
전쟁터에서 최고 전술은 "싸우지 않고 상대를 항복시키는 것"입니다.
능력 있는 사람은 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길러 주면서 자기를 발전시키고 성장시켜 주는 자극 상대가 되도록 합니다. 영국 보수당은 집권하면서 노동당이 야당으로서 제어기능을 잃게 될까봐 걱정했습니다. 노동당 역시 집권을 해도 보수당의 몰락을 걱정합니다. 그래서 각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상대를 길러 주고 경쟁의 상대로 만듭니다. 베이컨은 "애인이 없으면 매우 고독할 것이고 적이 없어도 고독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사람과 적이 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은 있습니다. 집안 간의 원한과, 나라간의 원한에서 생기는 적도 있고, 어떤 경우는 이익의 충돌에서 생기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사상 과 이념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적은 일을 감정에 사로잡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적을 만들기도 합니다. 또 친구 사이에 잠깐의 오해로 원수가 되기도 하고, 혹은 상대가 자기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거나 모욕을 당해서 원수가 되기도 합니다.
교회에서는 "원수를 사랑하라"하고 절에서는 "원수를 원수로 갚지 말고 그것을 수용할 때 원수가 사라진다"라고 말합니다. 사실 인생에서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입니다. 병이 자신의 적이 되고, 번뇌가 자신의 적입니다. 질병이 비록 싫지만 치료를 해줘야 하고, 번뇌와 유혹이 자신을 혼란하게 하지만 상대해야 하고, 나아가서는 번뇌를 진리로 전환 해야 합니다.
적은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조심하고 예방하고 노력할 것을 일깨워 줍니다. 적이 없다면 한없이 게을러지고 노력하고 연구하지 않을 것입니다. 고대 무술이 뛰어난 고수들은 자신과 겨룰 만한 상대가 없는 것을 제일 안타까워 했습니다.
스포츠에서 양쪽 팀이 경기를 하더라도 상대 팀에 감사 해야 합니다. 상대가 없다면 시합을 할 수 없고 돈을 벌 수 없 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낙선한 상대에게 감사의 전화를 하는 것입니다. 경쟁 상대인 적은 단지 정견이 다를 뿐이지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 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스스로 적이 되어 전쟁이 끝이 없습니다. 종교와 이념간의 갈등으로 중동 전쟁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만약 외적인 상대가 없다면 내부적으로 서로 단결하고 생존의 길을 사수하고 발전하기보다, 암투와 정쟁이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외교상으로 "국제간에는 영원한 친구도 없고, 영원한 적 도 없다"라고 합니다.
교민사회에서도 사람들과 업종간의 경쟁과 시기와 중상 모략이 끝이 없습니다. 상대가 쓰러져야 내가 더 많은 이익을 보고 부자가 되고 영광을 누린다고 생각합니다. 경쟁 상대가 없어지면 진보할 수 없고 나태해지고 발전 할 수 없습니다. 걱정되고 고통스럽더라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생존할 수 있어야 교민 비즈니스가 아름다워지고, 미워하지 않고, 잘 살게 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어떤 때는 친구가 되기도 어떤 때는 적이 되기도 하는데 그것은 자신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이 어떤가에 달린 것입니다.
친구는 영원한 친구가 좋지만 적은 영원한 적으로 남겨 두지 말아야 합니다. 그 화가 두고두고 괴롭히고 되돌아 와서 대를 이어 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