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깎는 재미

잔디 깎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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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꾸러기 톰(Tom)은 말썽을 부린 벌로 부모로부터 담장에 페인트를 칠하라는 명을 받게 된다. 톰에게는 페인트를 칠하는 것은 지겨운 일인데, 이것을 바라보는 동네 아이들에게는 재미가 있어 보인다. 동네 아이들은 한번 칠을 해 보자고 한다. 애들의 심리를 짐작한 톰은 안 된다고 거절한다. 그러자 애들은 자기가 먹던 사과를 줄 테니 한번 해 보자고 한다. 그러자 마지 못하는 양 한번 칠해보도록 한다. 톰은 애들을 사과를 먹으며 애들을 시켜 페인트를 칠하게 한다.『톰 소야의 모험』에 나오는 얘기다. 잔디 깎는 일도 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한번 해보고 싶은 충동을 일어나게 한다.

여기 뉴질랜드에 살자면 이 주일에 한번 정도 잔디를 깎아야 한다. 때로는 귀찮은 일일지 모르나 나에게는 아직은 재미가 있다. 모자를 뒤집어 쓰고 잔디 깎는 기계를 밀고 다니면 흐뭇하고 남부러울 일이 없다. 잘라지는 풀 냄새도 상긋하지만 잔디를 깎아 놓은 앞뜰은 혼자 보기에는 아깝다.

옆 집 키위 할아버지는 잔디가 자랄 만하면 깎아 준다. 그래서 늘 바라보기에는 아주 그만이다. 건너 집 인도 아저씨는 집이 너무 커서 전문가에 맡겼는데 자주 박박 대머리로 깎아서 땅바닥이 드러나 있다. 우리 집 잔디가 가장 길다. 잔디를 깎는 날은 2부 머리로 단정하지만 곧바로 자라 스포츠머리가 된다. 시청 (City Council)에서는 잔디를 좀 길게 깎아 달라는 주문이지만, 주민들은 짧게 깎는다. 아마도 겉보기에 보다 단정해 보이고 잔디 깎는 주기를 길게 가져갈 수 있어서 그러하리라. 비가 내리면 잔디밭은 물을 머금어 줄 수 있어야 하며, 여름철 가뭄에 땅이 갈라지지 않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작은 생활공간에도 생명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키위 할아버지는 잔디 깎아 낸 풀을 유기물 쓰레기통에 버려 매주 수거해 가도록 한다. 그래서 집 주위가 늘 단정하다. 뒷집 마오리 아저씨는 가로수 나무 밑에 수북이 쌓아 놓는다. 건너편 필리핀 아저씨는 잔디밭에 흩뿌려 말려 버린다. 잔디를 깎아 낸 풀은 소중한 유기물 자원이다. 퇴비로 만들어서 텃밭에 뿌려 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처리방법이다.

그런데 정원에서 생긴 유기물을 수거해서 퇴비로 만드는 일은 비용이 많이 든다. 그렇다고 나무 밑에 수북이 쌓아 놓게 되면 처음에는 땅을 덮어서 멀칭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너무 많이 쌓게 되면 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죽게 된다. 풀밭에 흩뿌리면 빗물에 씻겨 내려 터전의 유기물이 유실될 뿐 아니라 인근 하천 오염원이 된다. 뒤뜰 한 곳에 있는 퇴비장이나 콤포스트 빈(Compost bin)에 넣어서 퇴비를 만들면 쉽게 해결된다. 이때 매일 집안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도 함께 처리할 수 있어 좋다. 집에서 퇴비를 만들 때는 정원용 석회와 우드 칩을 함께 넣어 주면 정말로 이상적인 유기질 퇴비가 된다. 이것을 과일나무나 텃밭에 내게 되면 화학비료 없이도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가 있다.

우리 터전이 주변의 자연 환경과 어우러질 때만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앞뜰에 꽃 한 송이, 뒤뜰에 나무 한 그루, 주변의 풀 한포기도 모두 자기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잠시 머물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주변 환경을 비롯한 자연은 순환의 원리 요구하는 데, 우리는 자꾸만 우리 욕심을 채우려 자연을 바꾸어 간다. 이런 순환 원리가 존중되지 않는 생활 터전은 영속성을 유지할 수가 없게 된다.

여름철은 잔디 깎기에 아주 좋은 계절이다. 비가 자주 내리지 않아 땅이 단단해서 기계를 다루기도 쉽고, 풀 잘 자라는 것이 더뎌서 기계도 가 가볍다. 또한 석양녘에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아주 상쾌하다. 저편 길모퉁이에서 뚱보 아주머니가 비키니 차림으로 론모어(Lawnmower)를 밀고 다니지 않는가? 언덕 아래 포도밭에서 승용 잔디 깎는 기계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언젠가는 저놈을 한번 몰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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