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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008. 13:32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 (124.♡.145.221)
주말 저녁에 베리 집으로 커피를 마시러 갔습니다. 노부부가 살고 있는 언덕 위의 작은집이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꽃밭과 연못도 보기 좋더군요. 여러 종류의 장미꽃이 많아서 사진을 찍었는데 가운데 손가락 끝이 빨갛게 부어 올라 아프더군요.
음... 벌에게 쏘였나보군... 내가 사진 찍었던 주변을 살펴보니 벌집이 있더군요. 이런 곳에 숨어 있는 벌집도 찾아내고... 내가 생각해도 나는 뭐 찾는 데는 정말 뛰어나~ 직업을 잘못 택했어... 금이나 캐러 다녀야 하는 건데,
몇 년전 우리 집에서 커다란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곳의 친한 동생 부부싸움을 말리러 갔다가 나만 술에 잔뜩 취해 아내가 운전하고 돌아와서 그냥 골아 떨어졌지요. 소변을 보려고 깨어났는데 구조요원들이 왔다 갔다 하고 밖에는 앰블런스가 와 있더군요. 뭐 꿈인가 보다 하고 그냥 들어와서 또 잤습니다.
다음날 눈을 비비고 일어나 보니 아내는 살이 잔뜩 쪄 가지고 침대에 누워 있더군요. 갑자기 웬 살이 이렇게 많이 쪘나 의아해 하는데 딸이 말하기를, 엄마가 어젯밤에 다리를 벌에 쏘여 기절하고 사람들한테 연락하고 앰블런스까지 부르고 미장원집 부부도 달려오고 난리가 났었다는군요. 아내는 온몸과 얼굴까지 퉁퉁 부어 있더군요.
아내는 다 죽어 가는데 나는 세상 모르고 골아 떨어졌으니, 더구나 미장원 아줌마도 다녀갔으니 소문이 다 났을 것이고...부기가 빠지는데 일주일은 걸리고 얼굴의 부기는 더 오래가더군요. 성당에서 아내의 부은 얼굴을 본 사람들이 소곤거리며 나를 쳐다보는 눈초리가 이상하더군요. 아내가 벌에 쏘였다고 말하자 그 때서야 곱게 쳐다보더군요.
아내가 회복된 후 어디서 벌에 쏘였냐고 물어 봤더니 텃밭에서 그랬다는군요. 내가 텃밭을 살펴보니 커다란 벌집이 있더군요. 한방만 쏘이길 참 다행이군, 하마터면 홀아비 될 뻔 했어... 그 후 나는 벌집 토벌작전에 나섰습니다.
벌집은 주로 햇볕이 잘 들어오고 비를 피할 수 있는 곳, 좀 단단한 벽이나 나무 같은 곳에 많이 짓더군요. 텃밭은 주로 고추나무에 벌집이 많이 있습니다. 고추나무는 겨울에 죽었다가 봄이 되면 다시 살아나기 때문에 가지가 단단합니다. 살충제를 하얀 거품이 나올 정도로 뿌리면 벌들이 죽습니다.
언젠가 아내가 또 텃밭에서 비실거리며 나오는데 벌에 쏘였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 내려 안더군요. 그런데 두 번째에는 쏘인 부위만 붓더군요. 돋보기를 쓰고 가던지 해야지 그 큰 벌집을 왜 못 보는지, 요즘은 벌집 토벌을 안 해도 됩니다. 이제 만성이 되서 쏘여도 따끔 할 뿐 붓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벌침 맞아서 건강이 좋아졌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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