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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2008. 10:41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 (124.♡.145.221)
최근 들어 오씨 가족들이 나들이를 나갔다가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이 간간히 들려 옵니다. 겨우내 움 추리고 집에서만 있던 오씨들이 요즘같이 따뜻한 봄철이 되면 가족을 이끌고 이곳 저곳 구경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고 여유자작 돌아다니다가 참변을 당할 때가 많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오씨들이 가족을 중요시 여기며 화목한 생활을 하는 모범적인 종족으로 생각하는데, 아마 가화만사성 같은 이야기도 거기서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가장이 온 가족을 돌보며 이끌고 다니기 때문에, 한 번 사고가 나면 그야말로 온 집안이 줄초상이라는군요. 이런 참변이 발생 하는 것은 오르지 인간들 때문입니다.
어휴... 병원 다니느라 지치고 기운도 다 빠지고 소파에서 딩굴딩굴 TV나 보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받던 아내가 숨 넘어가게 달려오더군요.
"여보여보, 우리 빨리 오징어 낚시 가자~" 나는 감기까지 걸려 쿨럭 쿨럭 대는데 뭔 낚시야, "나는 환자야~ 환자가 밤중에 싸돌아 다니면 의사한테 혼나~"
"여보~ 꼴뚜기도 한 철이라고~ 오징어도 한 철인데~ 누구는 몇 백 마리 잡아서 냉동고에다 쌓아 놨다는데 우리는 몇 십 마리라도 잡아 쟁여 놓자고요, 여보~"
"몇 백 마리 쟁여 놓은 집이 어느 집이야? 인간이 양심이 있어야지... 내가 좀 얻어 올께,"
지난주에도 박씨 형님이 10마리 갖다 줘서 얻어먹었는데... 그렇게 얻어먹고 살아도 한 철은 보내는데... 아내의 성화에 할 수없이 나는 낚시도구를 챙겼습니다.
낚시터에 가보니 비좁은 곳에 낚싯대는 수두룩하게 펴 놓고 여기저기 줄초상이 났더군요. 아이고~ 불쌍한 오씨들~ 나는 낚시를 가면 낚싯대 하나만 가져 가는데 대부분의 인간들은 여러 대의 낚싯대를 펴 놓고 엄마오징어 잡고 아빠오징어 꺼내고 자식 오징어들까지 몽땅 싹쓸이를 해 버리니 어느 자식이 대를 이을지 참 걱정입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낚시꾼은 온통 한국사람 뿐이더군요.
제길~ 내 낚싯대는 던질 자리도 없어... 나는 웬만하면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낚시를 안 합니다. 낚싯줄 엉키고 한마리라도 더 잡으려고 아우성치는 꼴도 보기 싫고, 내가 한쪽 구석에서 멀리 낚시를 던지자 마치 원양어업이라도 나갔다 온 것처럼 큰 오징어 한마리가 걸려 들었습니다. 내가 오징어를 꺼내 올리자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더군요.
“우와~ 왕 오징어다~~” 내가 또 낚시를 멀리 던지려고 하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서로 멀리 던지느라고 난장판이 되어버렸습니다.
에이~ 왕 오징어 사진이나 찍어 두자. 내가 낚싯대를 접고 카메라를 들이대자 왕 오징어 표정이 마치 웃고 있는 것 같더군요. 잡혀 온 포로가 왜 웃고 있는 걸까? 언뜻, 인간들을 비웃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왕 오징어의 몸체에서 파란광선이 발사 되었습니다. 그 후 오징어들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아마, 왕 오징어가 오씨들에게 집에 일찍 들어가 잠이나 자라고 신호를 보낸 것 같더군요.
다행이지, 씨 말릴 뻔 했는데...
그나저나 앞으로 걱정입니다. 한 두어 달 동안 우리 집 반찬은 오직 오징어로만 만들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지요. 오징어 국, 오징어 볶음, 오징어 파전, 오징어무침, 오삼 불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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