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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2008. 15:44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 (124.♡.145.221)
컴퓨터로 전 세계의 절경을 순식간에 불러오고 저장할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가슴 가득 들이마시는 신선한 공기와 눈이 시리도록 멋진 경치, 발끝으로 느껴지는 모래사장의 까칠하고 뜨거운 감촉, 강풍에 휩쓸려 오는 바람과 천둥소리 등은 책상 앞에 앉아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런 것들을 직접 느끼는 것이야 말로 여행의 진정한 매력이다.
이번 여행이 있기까지 중심축 역할을 한 사람은 박영석 대장이다. 박영석 대장은 뉴질랜드에 와서 나를 만날 때마다 늘 허영만 화백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TV가 흔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 『각시탈』을 보고 애국심을 키우고 『무당거미』를 보며 전투력을 길렀던 내게 허영만 화백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박영석 대장을 통해 허영만 화백과 여행해 보고 싶다는 메일을 전했다. 그런데 메일을 보낸 지 이틀도 지나지 않아 허영만 화백에게서 담백하고도 단순 명료한 답변을 받았다.
"언제 갈까?"
그렇게 여행을 약속하고 계획을 세우는 동안, 동행할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들었다. 박영석 대장은 당연히 동참했고, 허영만 화백과 평생을 같이 살다시피 한 김봉주씨(이하 봉주 형님)와 KBS의 『도전지구탐험대』를 연출했던 허정 PD(이하 허 PD)가 합세했다. 이렇게 새서 28이나 되는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은 동해에 일출 보러 가듯 순식간에 계획되었다. 우리는 뉴질랜드의 북섬 동서단과 남섬의 최남단을 제외한 본토 전체를 다닐 작정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캠퍼밴은 우리의 이동수단이자 침실이고, 주방이고, 화장실이었다. 우리는 한정된 시간 동안 모든 곳을 다 들르기보다는 몇 군데 놓치더라도 발로 걷는 트레킹이나 카약을 즐기며 느리지만 자세히 보는 여행을 택했다.
함께 여행하는 멤버들은 모두 산과 자연을 사랑하고 미각이 뛰어난 '식객'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여행지는 입맛만큼이나 하나같이 독특하고도 아름다웠다. 각자의 개성과 입맛에 따라 뉴질랜드에서 각 지역별로(가장 잘 알려진 곳이 아닌) 가장 특색 있는 지역을 선택했다. 교통이 불편하다거나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유로 일반 관광객들에게는 많이 소개되지 않은 곳이라, 우리 일행만 한적하게 '자연과의 독대'를 즐길 수도 있었고, 그 만큼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 원래의 모습 그대로인 곳도 많았다. 우리의 여행은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 엘도라도로 떠나는 것 같았다.
드디어 뭉쳤다. 히말라야에서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돌아온 박영석 대장과 아프리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허영만 화백, 서울에서 날아온 봉주 형님이 뉴질랜드에 도착해, 여행을 응원하러 온 지인들과 떠들썩하게 여행 전야제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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