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개
1,503
10/11/2008. 16:36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 (124.♡.145.221)
아이에게 엄마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온종일 아이 곁에 붙어 있으면서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어떤 훌륭한 이론으로 무장했다 하더라도, 엄마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온종일 아이와 부대끼다 보면 짜증이 나게 마련이고 엄마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이런저런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특히 아이 때문에 일을 그만 둔 엄마들은 ‘내가 너 때문에 일까지 그만두었는데 너는 왜 이 모양이냐?’라는 생각에 더욱 아이를 몰아붙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하는 엄마는 아이와 꼭 함께 있어줘야 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 부분에 대한 한계는 인정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아이가 느낄 수 있는 결핍감을 채워줘야 합니다.
첫째, 일주일 중 하루는 충분히 놀아주어야 합니다. 일주일 중 하루를 정하여 그날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만사를 젖혀두고 아이와 함께 놀아야 합니다. ‘가뜩이나 시간도 없는데 이 시간에라도 아이들 공부를 신경써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갈등이 생기기도 하겠지만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학습능력 자체보다 공부를 잘하기 위한 정서적 기반이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은 접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은 공부로 말미암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더욱이 엄마가 일을 할 경우에는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다는 것도 아이에게는 스트레스가 됩니다. 엄마의 부재감 자체가 스트레스인데 거기에 공부 스트레스까지 더 한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엄마 없이 놀게 하는 편이 낫습니다. 엄마와 함께 즐겁게 지내는 것, 이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토양이 됩니다.
둘째, 정기적으로 아이와 함께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함께 잘 지내는 것과 동시에 오로지 공부만을 위한 시간을 따로 마련해야 합니다. 시간이 길지 않아도 좋습니다. 주말에 한번이든 격주에 한번이든 “이 시간은 엄마랑 공부하는 거야”라고 미리 못을 박아두고 그 시간 동안 아이와 함께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이는 공부를 잘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의 공부습관을 알아보고, 잘못된 것을 고치기 위해서입니다. 맞벌이 엄마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 중의 하나가 아이의 공부를 학원이나 학습지 선생님께 맡겨버리는 것입니다. 직장 다니랴, 살림하랴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처음부터 공부는 다른 사람에게 맡겨 버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집안 살림을 남에게 맡기더라도 한번 자리 잡은 공부습관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고치기가 어렵기 때문에 틀을 갖추지 않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첫 습관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의할 것은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 성적을 끌어 올리는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공부습관을 세우는 것이 아닌 성적 향상이 목적이 되면 공부에 임하는 아이의 태도보다 문제 하나하나를 잘 푸는지, 보고 잘 베껴 쓰는지, 주어진 시간 안에 잘 외우는지 등 아이의 학습 능력에 관심이 가게 됩니다. 그것은 결과가 바로 눈에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아이를 평가하고 때로 비난하고 야단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공부자체가 아니라 공부습관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아이가 엄마를 간절히 원할 때에는 일단 아이의 말을 경청해야 합니다. 엄마가 없는 것이 싫어도 잘 참다가 어느 순간 아이가 “엄마 오늘 회사 안가면 안돼?”라고 하는 날이 있습니다. 이런 순간 엄마는 만감이 교차하지만 일단은 아이의 요구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일종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기초기에 기침을 하듯, 정서적으로 불안을 느낄 때 아이는 그런 식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이때만큼은 엄마를 요구하는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간절히 엄마를 필요로 할 때는 애써 아이를 설득하려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당장 오늘 회사를 빠지는 것이 힘들다면 “이틀 후에는 온종일 함께 있어줄게”하고 약속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약속은 반드시 들어줘야 합니다. 엄마에게 자신이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경험은 아이에게 상상 이상으로 큰 힘이 됩니다. 반대로 엄마에게 자신의 절실한 감정이 거절당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생각보다 아이가 입는 정서적인 타격은 큽니다. 일하는 엄마일수록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 입장에 서고자 더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http://www.koreatimes.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