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힘 좀 빼시죠 ? - 베이징 올림픽 유감

어깨 힘 좀 빼시죠 ? - 베이징 올림픽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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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 기간 내내 행복하셨는지? 자유, 평등, 선의의 경쟁이 만들어 내는 명승부와 진기록, 숨겨진 이야기들에 박수 치며 감동하고 눈물 흘렸는지? 나는 불편하고 불행했다. 베이징 올림픽은 금메달 3관왕이었다. 이렇게 많은 조작과 루머와 사건 사고 속에서 치뤄진 올림픽이 있었던가? 과연 올림픽은 지구촌 가족들의 축제인가?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의 최대 미덕은 순수 아마추어리즘이다. 모든 이해타산과 정치색을 떠나 함께 즐기고 화합하는 평화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 자유로운 공기, 인권이 존중되는 땅, 평등한 물이 어우러져 인류의 꿈과 행복을 함께 느끼는 자리가 바로 올림픽이다. 될성부른 올림픽은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거늘---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의 설계자 아이 웨이웨이는 '자유와 민주가 사라진 사회에서 올림픽 개막식은 무의미'하다며 사퇴했다. 스티븐 스필버그도 중국의 수단 다르푸르 정책을 비판, 중도 사퇴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정부의 눈 밖에 나있던 장이모우 감독만 악마에게 영혼을 판 메피스토펠레스처럼 남았다. 주경기장은 냐오차오(鳥巢), 새 둥지라는 뜻. 아이 웨이웨이는 자유 개방의 정신, 문화적 진보를 염원했다고 한다. 좀 더 상상해 보자면 알을 까고 생명이 탄생하는 보금자리처럼 인류의 자유와 생명이 탄생하고 안락하게 양육되는 터전으로서 조국을 꿈꾸었는지 모르겠다. 한 예술가의 꿈이 허무해진 것은 인류의 꿈이 쪽박처럼 산산히 깨진 것을 의미한다. 개막식 때 둥지의 안온함과 인해전술 같은 마스게임이 전혀 어우러지지 못하고 가당치도 않게 느껴졌던 것은 예술가의 혼이 합쳐지기를 끊임없이 거부했기 때문이리라.

정치적인, 너무나도 정치적인 올림픽이었다. 미국은 수단 출신의 로페스 로몽에게 시민권을 주고 육상 선수로 출전시켰다. 그가 기수단으로 입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로몽은 200명의 선수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팀 다르푸르"의 회원. '팀 다르푸르'는 전 세계에 중국 정부의 비도덕성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비극의 시작은 수단에 묻혀 있는 20억 배럴의 원유. 중국은 수단 다르푸르 사태를 묵인하고 원유를 차지했다. 원유 때문에 항상 '배고픈' 미국이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VIP석에 앉아 개막식을 보던 러시아 푸틴 총리에게 누군가 와서 뭐라 말했고 푸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시각에 러시아와 그루지야에서는 전쟁이 발발했다. 하루가 지나자, 2천명도 넘게 죽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중국은 왜 하필 남의 잔칫날에 전쟁질이냐며 러시아를 비난했지만, 그 날 티벳에서 중국군은 총질을 했고 140명 정도가 죽었다고 달라이 라마는 말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이명박대통령은 부채질을 크게 해댔고 옆에 있던 사람은 부채질을 피하며 어처구니 없어 했다. 선수단 입장시, 나는 놀라면서 한편으론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심했음을 반성했다. 세 나라 중 한 나라꼴로 모르는 나라였다. 구소련 연방이나 아프리카 등지의 신생국가가 많았다. 국가는 소멸하고 생성되고, 먹고 먹히는 관계에 있다. 남북한은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입장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따로 입장했다. 남북이 화합하여 윈윈 전략으로 가지 못한다면 결과가 어떻게 될까? 과거 역사가 되풀이 될 수 밖에. 땅덩어리를 쪼개서 강대국이 서로 주워 먹으려는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개막식 때 새벽 3시 20분까지 졸면서 기다렸는데, 단 몇초 만에 한국 선수들이 사라져 버렸다. 폐막식에선 동해가 'East of Japan'으로 표기되면서 한국민들의 억장을 무너뜨렸다. 조선족으로 짐작되는 소수 민족 중 하나는 한복과 똑 같은 옷을 차려 입고 춤을 추었다. 그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중국은 마스게임 중에 화(和)를 몇 번 만들어 보였다. 인해전술 같은 마스게임의 내용은 결국 '중국의 힘과 거대함, 하나됨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강박증,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음험한 지배 욕망'이었다. 남북 당국은 '어부지리'의 교훈을 뼈 속 깊이 새겨야 할 때다.

수영 8관왕 마이클 펠프스, 올림픽 사상 최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감동은 없고, 조작설만 난무했다. 펠프스의 거대한 어깨와 긴 팔이 미국 국조(國鳥)인 독수리처럼 위압적인 것은 나만의 생각인가?

인류애도 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더 소외시키고 주눅들게 하는 올림픽, 여기저기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사람이 죽어가는데, 강대국들은 어깨에 힘 주고 세(勢) 과시에만 급급한 올림픽. 불편함과 뻐근한 억눌림만 남는 축제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기약하면서 베이징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올림픽은 어떻게 진화되어야 할까?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에는 '칭송칭송(輕松輕松)'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녀가 수영을 배울 때 코치가 강조했던 말이다. 우리의 삶도 그러해야 할 것 같아 나는 무릎을 탁 쳤었다. 인류의 축제인 올림픽도 모름지기 '그러해야' 하리라.

칭송칭송, 힘 빼고 천천히 느긋하게 즐기면서 하세요. 칭송칭송, 무리하지 말고 자기 페이스대로 자연스럽게, 주위도 둘러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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