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아시아 다운언더 제작자 멜리사 리

[365] 아시아 다운언더 제작자 멜리사 리

0 개 2,630 KoreaTimes


아시아인의 눈으로 아시아를 전한다.


아시아 다운언더 제작자, 멜리사 리

일요일 아침 8시 30분, TV1에서 방송되는 아시아 다운 언더(Asia Downunder). 아시안들의 문화와 이슈 등을 소개하는 이 프로그램은, 동양인들의 관점에서 동양인을 조명하는 뉴질랜드의 유일한 TV 쇼로 평가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을 맡고, 프리젠터로 직접 나서기도 하는 멜리사 리는 이미 뉴질랜드 사회의 명사로 떠오른 한국인 여성이다. 넘치는 카리스마와 특유의 재치로 만나는 사람마다 열정의 에너지를 선사하는 그녀를 만났다.

이 번에 수상하신 NZ on Air 상은?

NZ On Air는 뉴질랜드에 대한 정보를 다루는 방송이나 영상매체에 자금을 지원해 주는 정부 기관이다. 수 천 여개의 프로그램, 작품들이 이 기관의 지원을 받아 영상물을 만든다. 금년에 NZ on Air 가 지원한 방송/영상 제작물 총 합산 시간이 15,000시간을 넘은 것을 기념해, 저희 회사에 특별상을 주었다. 시청률이 저조한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프로가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어, 그 공을 인정 받은 것 같다. 영광스럽고 감사할 따름이다.


'아시아 다운언더'는 어떤 프로그램인가? 기획 방향은?

뉴질랜드에 사는 아시아 인들의 문화나, 이슈,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보통, 아시안이라고 하면 '범죄, 폭력, 마약' 등의 주제를 떠올리고 이 곳 신문/방송사들도 그런 식의 선정적인 이미지만을 다루려는 성향이 있다. 아시아 인들을 그런 시점에서만 보지 말아야 한다는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아시아인들도 아름다운 문화, 이야기를 가진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꽤 오래된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다. 현재 자체 프로덕션에서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 프로그램과의 인연은?

TVNZ에서 기획한 '아시아 다이나믹'이란 프로가 시초다. 처음엔 프리젠터로 팀에 합류했다. 1년 후 앵커로 활동했고, 2년 후엔 이 프로그램을 따로 제작할 외주 업체를 차려 독립했다. 당시 방송국 내에선 큰 기대를 하지 않던 별 볼일 없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고, 그래서 쉽게 제작권을 따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TVNZ이 내 보낸 것을 후회하고 있다. ^^


뉴질랜드 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경쟁 프로나 아시아인들을 다루는 더 많은 프로그램이 없는 게 아쉽다. 아이디어가 생길 때 마다 방송국 측에 시도는 많이 해 보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동양인을 대상으로 방송을 만드는 것 자체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 하는 것 같다. 안타깝다.


현재 나이는?

굳이 밝혀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사람들을 대할 때 나이는 묻지도 않고 잘 밝히지도 않는 편이다. 나이를 말하면 아무래도 그에 따른 선입견을 갖고 사람을 대하게 된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이라고 하기엔 자라온 환경이 매우 국제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한국인이다. 당수도 중앙도장 사범이시던 아버지가 동남아시아 수석사범으로 말레이시아에 파견되셔서 온 가족이 함께 이주했다. 그 당시 내 나이가 11살이었다. 좀 더 큰 세상에서 공부하기 위해 혼자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뉴질랜드에 온 건 1988년이다. 가족들과 함께 이민을 와, 이 곳에서 대학원을 마쳤다.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살아온 것이 지금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나?

여러 사람과 문화를 경험하다 보면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편견이 적어진다. 나 뿐만 아니라 누구나 그럴 것이다. 또, 자신의 문화를 가진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 부모님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셨다. 어렸을 때, 집에서는 늘 한국말을 사용하게 했고, 한국과 관련된 자료를 구해 읽게 하셨다. 덕분에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클 수 있었다.


교민들이 언어 문제로 뉴질랜드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내가 누군가 한테 조언할 입장은 아니지만... 꼭 해야 한다면, '창피해 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무조건 부딪치시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나도 아직까지 여러 나라 언어를 공부해 봤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시간이 된다면 양로원이나 자선단체 같은 곳에서 봉사활동을 해 보실 것을 추천하고 싶다. 그 분들은 대화상대가 필요 하고, 우리는 지역 사회에 좋은 일을 하면서 영어도 배울 수 있다. 뉴질랜드는 개인에게 득이 되는 좋은 자원봉사의 기회가 아주 많은 나라다.


어릴 적 꿈은 뭐였나? 대학원에서 극작(Script Writing)을 전공하셨다고 들었는데 방송에 원래 관심이 많았는지?

어릴 적 꿈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이 되는 거였다. 11살 때 한국을 떠나면서 그 꿈은 포기했다. (웃음) 방송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해 본적이 없었다. 전공을 살려서 첫 직장을 구한 곳이 그 당시 최고 일요 신문인 Sunday News였고 기자 생활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TVNZ에 입사하게 됐다. 지금 하는 일이 꿈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건 나의 일에 만족을 느낀다는 거다. 즐겁게 일하고 있고, 즐거운 일만 하면서 살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최근에 석사 과정을 마쳤다고 들었다.

이혼한 이후 아이가 일주일에 3일간은 아빠네 집에 가서 시간을 보낸다. 퇴근 후 혼자 있는 시간이 적적해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MA (Master of Arts) 커뮤니케이션 스터디 과정이고 일을 하면서 4년 반 만에 공부를 마쳤다. 이제 공부가 끝났으니 다시 심심해 질 것 같다. (웃음)


뉴질랜드 사회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우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역할 모델이 되고 있다.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난 성공하지도 않았고 비즈니스 우먼도 아니다. 비즈니스 감각이 있었다면 벌써 떼 돈을 벌었어야 했다. 그냥 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뿐이고, 괜히 내 말 들었다가 사고 칠 수 있다. (웃음) 하지만 내가 나의 삶의 모든 면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 그리고 내가 가야 할 길이 아니면 안 간다는 것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진행 중인 시나리오 작업이 있다. 한국 위안부를 소재로 시나리오를 써 뒀는데 영화 제작자 필리파 캠벨(Philippa Campbell)씨가 관심을 보여 제작이 결정됐다. 영화 Black Sheep, Rain, No2 등을 작업한 실력있는 분이다. 내 꿈은 정말 멋진 영화 시나리오로, 오스카 상 시상대에 서는 거다.  현재, 그 꿈을 위해 한 발자국 씩 준비하는 과정이다.


이연희 기자 (reporter@koreatimes.co.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