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을철 사과 배 과수원에서는 까치와의 전쟁이 치열하다. 농업인들은 일 년 내내 가꿔온 탐스러운 과일을 지키느라 눈을 부릅뜬 상태이고, 먹을거리가 마땅치 못한 까치들은 과수원의 잘 익은 과일이 자신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하여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편 모두 생존을 위한 필사의 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과수원 주인은 까치가 너무 영리해서 막아 내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푸념한다. 그러면서 까치와의 전쟁에게 이겨내려고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가을 들녘에 새를 쫓기 위해서 세운다는 허수아비는 아주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요즈음에는 사과나무에 은박지 테이프를 두른다든지, 요란한 소리를 내는 종을 매달아 주기적으로 소리를 내서 새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또한 어떤 과수원에서는 공기총을 동원해서 총소리로 새를 쫓기도 한다. 이런 수단으로도 신통치 않아 이제는 과수원 전체를 방조망으로 둘러 싸맨다.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기에는 시설비가 많이 들어가게 될 뿐 아니라 겨울철에는 이 시설 위에 눈이 쌓여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서 이제는 극한 대결 방법으로 까치를 유인해서 잡아 버리는 새로운 시설 도구가 개발되었다. 그래서 까치를 과수원에서 완전히 격리시키려 한다.
그렇다면 과수원에는 이 까치가 아무런 필요 없이 과일만 축내는, 없어도 되는 야생동물일까? 더 나아가서 까치 없이도 과수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 것일까?
여기 뉴질랜드에서도 포도 체리 등 과일 재배에 비슷한 야생조류로 골치를 앓고 있다. 특히 새들이 이런 과일을 유난히 즐기고 있어 이에 대한 뚜렷한 방책이 없이는 이러한 과수재배가 어려운 상태이다. 그러면 여기서는 어떠한 대책들이 동원될까? 새들을 접근을 막아서 방지하는 그물망이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용 방법의 차원이 사뭇 다르다. 블루베리 체리 같이 작은 과일에서는 붙박이 그물망이 제격이다. 그런데 포도 재배에서는 과일이 익기 전에 골을 따라 그물망을 덮었다가, 포도를 수확하고 나서는 다시 망을 걷어 낸다. 이러한 작업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수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이들 망의 보관에 넓은 면적이 소요된다. 그러면 왜 이들은 이러한 수고를 참아 내는 것일까?
여름철 한국의 과수원에서는 풍뎅이 갈색여치 같은 벌레들의 피해로 특별 대책이 필요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어느 해는 마을 전체가 아닌 주산지 전체가 이러한 해충의 피해로 골머리를 앓게 된다. 당장 이들에 피해로부터 과수단지를 보호하기 위하여 농약이 동원 된다. 그런대로 효과는 보고 있지만 이에 대한 비용과 방제를 위한 인력동원이 만만하질 않게 된다. 과일 생산비가 늘어나게 되고, 과일에 잔류 농약에 대한 우려가 가시질 않게 된다.
그런데 풍뎅이 갈색여치는 까치 같은 새들의 먹이가 된다. 새들의 밀도가 적정하다면 이들 해충이 문제가 될 정도로 확산되기는 힘이 든다. 그러니까 과수원 생태계에서 까치를 완전히 없애게 되면 이들의 먹이가 되었던 벌레들이 너무나 번성하게 되고, 또한 이들은 과수원을 위협하게 된다. 우리 과수원도 크게는 자연생태의 일부이다. 자연 상태는 먹이사슬로 엉켜 있어 자연의 질서를 잡아가면서 서로가 지지하고 견제 하면서 균형을 이루어 나간다.
그래서 뉴질랜드의 과수원에서 새들의 밀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려 하질 않고, 어떻게 보면 소극적인 방법으로 그물망을 설치했다 풀었다 하면서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야생조류 포획 틀에 잡힌 까치는 사과 배 수확이 끝나고는 다시 풀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까치 같은 야생동물이 과수원의 생태계를 균형을 유지하는 동반자의 역할 해내야 한다. 포획틀에 잡힌 까치를 모두 사람들의 약재로 사용할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선조들은 감나무 꼭대기에 따기 어려운 감은 까치밥으로 남겨 놓았다. 이 몇 개의 감을 남겨 두는 의미를 잘 생각해보고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과수원 주변 울타리에는 새들이 좋아하는 야생 딸기 같은 작은 열매가 달리는 나무를 심어서 새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달래야 한다. 까치 없이는 우리의 과수원 경영이 어려워 질 뿐 아니라 우리들 생활마저도 행복해 질 수 없게 된다. 우리 모두 이 점이 빨리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