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삶에는 참 행복이 없다. 그것은 사람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항상 부족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사람이 완전한 존재라면 일체의 부족함 없는 충만함 속에서 행복하게 살 것이다. 사람은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끊임없이 가지려 하고 이루려 한다. 그러나 아무리 가지고 이루어도 불완전한 존재가 완전한 존재가 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가지고 이루고자 하는 욕심에 끝이 없다. 그 끝없는 욕심이 채워지지 않으니 만족할 수가 없고 계속 더 가지고 더 이루려고 한다. 하나를 가지면 둘을 가지고 싶고 이것을 가지고 나면 저것을 가지고 싶고 가질 만큼 가졌다고 만족해 하다가도 나보다 많이 가진 사람을 보면 부러워한다.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는 순간은 잠깐 행복해 하지만 금방 욕심이 생긴다. 그러니 항상 부족함 속에서 허기져 살고 불만에 가득 차 산다.
이 세상에 있는 만물 만상은 하늘 뜻(攝理, 順理)으로 나왔고 하늘 뜻으로 존재하고(살고) 하늘 뜻으로 돌아간다. 무한한 우주에 있는 수많은 별들이 한번 나가보자 하고 나오지도 않았고 나왔으니 이렇게 운행해 보자고 운행하는 것도 아니고 있을 만큼 있었으니(살만큼 살았으니) 이제는 돌아가야지 하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일체가 ‘하늘 뜻으로’ 되는 것이다. 물고기도 토끼도 나무도 새도 다 하늘 뜻으로 나와 존재하다가 사라진다. 사람이 나서 살다가 가는 것도 다른 피조물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하늘 뜻으로 되는 것인데 사람은 제 뜻으로 살려고 한다. 사람은 제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는다. 욕심이 나면 취하고 싫으면 버린다. 그리고 정(情)을 따라 간다. 하늘 뜻을 따르지 않고 제 뜻을 따라 사니 그 삶이 하늘 뜻을 거스르는 것이어서 사는 것이 어렵고 힘이 들고 짐 지고 사는 삶이어서 사는 것이 고통이다. 흐르는 물을 가로막고 있는 바위는 끊임없이 물의 부딪침에 시달리듯 하늘 뜻을 거스르는 만큼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사람은 살면서 시련(試鍊) 속에 있지 않은 적이 없다. 그래서 불가(佛家)에서는 삶을 고해(苦海)라 하였다.
만물만상이 그냥 하늘 뜻으로 사는 것은 사람처럼 가지는 마음이 없어서이다. 마음이 없으니 ‘나’가 없고, 서로를 구분 짓는 ‘나’가 없으니 모두가 하늘과 하나이어서 그냥 하늘 뜻으로 산다. 그러나 사람은 자기의 마음세계를 가진 ‘나’가 있어 하늘과 하나되지 못하고 제 뜻으로 살려고 한다. 하늘 뜻을 거스르고 하늘 뜻을 밀어내고 하늘에 등돌리고 산다. 하늘의 별처럼, 하늘을 나는 새처럼, 들에 핀 들꽃처럼, 숲 속의 토끼처럼, 물속의 돌고래처럼 하늘 뜻으로 그냥 살려면 사람이 지어놓은 마음세계를 다 없애고 ‘나’ 마저도 다 없애야 한다. ‘나’가 있어 하늘 따로 ‘나’ 따로이고 만물 따로 ‘나’ 따로 이지만 ‘나’가 없어지면 하늘과 하나인 만물만상과 하나되어 산다. 만물만상이 하늘과 하나이어서 하늘 뜻으로 그냥 살듯이 ‘나’가 없으면 하늘 뜻으로 그냥 산다. 부족함 없이 산다. 부러움 없이 산다. 고통 없이 산다. 시련을 벗어나 산다. 짐 벗고 산다. 영원한 하늘이 되어 하늘 삶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