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밤에 인적이 끊어진 깊은 산 숲 속 길을 걸어가면 무서운 마음에 몸이 긴장되고 살갗에 소름이 돋으며 머리칼이 쭈삣 쭈삣 선다. 화가 많이 나면 숨이 가빠지고 맥박이 빨라지면서 기운이 머리로 몰려(上氣되어) 얼굴이 붉어진다. 좋지 않은 일을 당하여 마음이 괴로우면 잠을 설치고 입맛이 떨어진다. 고향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아련한 향수에 젖어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 못 이루고 끼니를 걸러도 배고픈 줄을 모른다. 마음이 크게 충격을 받으면 졸도하기도 하고 극도로 분하고 원통한 마음에 사로잡히면 시름시름 앓다가 화병(火病)으로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마음이 일어나면 바로 몸이 반응한다. 마음이 불편하면 얼굴 표정부터 찡그려 지고 마음이 평화로우면 편안한 얼굴표정이 된다. 그리고 마음에 따라 장기(臟器)도 영향을 받는다. 특히 일어난 마음이 부정적인 마음일 때는 몸도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큰 마음이 일어나면 몸의 반응도 크게 오기 때문에 금방 알아채지만 마음이 약하게 일어나면 몸의 반응도 약하여 느끼지 못하고 지나친다. 마음이 크게 일어나든 약하게 일어나든,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든 느끼지 못하든, 몸에 영향을 주고 또 살면서 생긴 일체의 마음은 몸(細胞)에 저장되고 저장된 마음들이 기혈(氣穴)에 쌓인다. 오랜 세월 크고 작은 온갖 마음들이 쌓이고 쌓이면 그것이 기혈을 막아 기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여 병이 생긴다. 기(氣) 수련을 오래 하면 병이 낫기도 하는데 기 수련을 하여 막힌 기혈이 뚫려 기의 흐름이 원활해 지기 때문이다. 기혈이 뚫렸다가도 살면서 마음이 일어나 쌓이면 다시 기혈이 막혀 병이 생긴다.
예로부터 한의학(韓醫學)에서는 마음이 만병(萬病)의 근원이라 하였다. 슬퍼하고 화내고 분해하는 부정적인 마음만이 아니고 기쁨도 즐거움도 지나치면 좋지 않다고 하였다. 일체의 마음이 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꿰뚫어본 동양의 지혜가 엿보인다.
많은 양의(洋醫)들이 병은 스트레스에서 온다고 말한다. 스트레스는 왜 생기는가? 삶은 ‘특정의 환경조건 속에서’ ‘사람들과 어우러져’ 산다. 그런데 사람은 각기 자기의 삶에서 겪은 것들로 구축된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자기만의 세계의 가치와 기준이 있고 가진 마음이 다 다르다. 어우러져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 다르니 서로 대립하고 부딪치는 일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또 특정의 환경조건도 자기만이 가진 세계의 기준과 맞지 않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난다. 특히 인간이 만든 사회는 나의 세계와는 다른 룰(기준)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갈등이 더 심하다. 내가 살고 있는 환경조건과 갈등이 일어나고 어우러져 사는 사람들과 부딪치는 그것이 스트레스이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모두 나의 마음이 세상(환경조건, 사람들)과 다른 데서 오는 것이다. 또 나의 이중(二重) 마음에서 스트레스가 생긴다. 체면 때문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거나 양심과 다른 일을 하면 갈등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