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신화에 나오는 'Janus'(영어식 발음:제이너스)는 두 얼굴을 가진, 문을 지키는 신이었다.
로마에는 많은 'Janus'들이 있었다. 이 문들은 독특하고도 독립적인 구조물로 건축되었고, 로마군대의 출정 등 특별한 행진 시에 행운을 가져다 주는 출입구로 인식 되었다.
로마에서 가장 유명했던 길은 'Roman Forum'(로마 광장) 북편에 있는 야누스의 성소인 'Janus Geminus'였다. 일부 학자들은 야누스를 모든 일의 '시작의 신'으로 여기고 예배 시 제일 먼저 그에 대한 기원을 하곤 했다. 그리고 달력이나, 농경, 치세 등 여러 분야의 새로운 일, 월, 년의 시작 또한 그에게 봉헌 되었고, 새해를 시작하는 1월(January)이란 말도 그의 이름을 따서 붙여지게 된 것이다. 고대 로마인들은 '야누스는 눈이 앞 뒤에 있어 지나 온 것들을 돌아 보고 한편으로는 앞으로 다가올 해를 기대하며 바라본다고 여겼던 것이다. 야누스의 이런 양면성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서로 상반되는 일, 또한 표리부동(表裏不同)한 현상이나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을 'Janus' Face(야누스의 얼굴)'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영국의 'Nelson 제독'이 장군들을 초청하여 전승 축하파티를 열고 있었다. 그는 항복한 적진에서 받은 황금빛 라이터로 담배를 피우면서 승리자의 쾌감을 마음껏 펼치고 있었다. 한참 장미빛 대화들이 무르익을 무렵 다시 그 라이터를 찾았으나 보이질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며 "누가 장난으로 가져 갔으면 내 놓으라"면서 웃었지만 아무도 내 놓지를 않았다. 그 순간 주위에 갑자기 냉기가 돌았고 그 때 어떤 장군이 나서면서 말했다. "우리가 목숨을 걸고 싸워 얻은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모였는데 그깟 하찮은 라이터 하나로 분위기를 망쳐서 되겠는가!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한 사람씩 주머니 속의 물건들을 꺼내 놓기로 합시다." 그러자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하자면서 하나씩 주머니의 물건들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이윽고 어느 노 장군의 차례에 이르렀을 때 주저주저하던 그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명예를 버릴 수는 없소이다. 주머니 속의 물건을 모두 꺼내 놓으면서까지 결백을 주장하고 싶지 않소. 명예란 신사가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인 것이오."하고는 끝내 주머니 속을 내 보이지 않은 채 나가 버렸다. 뒤에서 수근 거리는 속에 집으로 향하는 노 장군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주머니 속을 차마 공개할 수 없는 피치 못할 다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 장군의 주머니 속에는 황금라이터가 아닌 냅킨에 싸인 몇 가지 음식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은퇴 후 가난하게 살아 오다가 파티 석상에서 잘 차려진 음식들을 보자 집에서 쓸쓸히 기다리고 있을 부인 생각에 음식을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 몇 가지를 슬쩍 호주머니에 넣어 둔 때문이었다.> 이민 와서 십여 년 살아 가는 동안 우리의 처지가 그 노 장군의 모습과 닮아 가지는 않았는지 참으로 착잡하기만 하다.
연말연시가 되면 우리는 묵은 해를 돌아 보고 새해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각오를 다짐하게 된다. 그러나 묵은 해에 대한 되돌아 봄보다는 새해에 대한 희망과 설계에 무게 중심을 두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이번 연말연시에도 수첩을 정리하면서 여러가지 상념에 사로 잡히게 되었다. 여느 해처럼 처음 몇 명을 제외하고는 수첩의 주소란에 기록되는 순위가 바뀌게 되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새롭게 내 인생에 끼어 들어 와 가까워진 인사들이 있는가 하면 뜻하지 않게 멀어져 버린 사람들도 꽤 있다. 그리고 습관처럼 목표를 세운다. 작년 목표 중 70%도 채 달성치 못했으면서 또 희망사항 포함하여 다소 무리한 목표치를 정해 본다. 참으로 '야누스의 얼굴'인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늙고 싶지 않은, 아직은 동시대의 활동무대에서 내려 오고 싶지 않은 안간힘일지도 모른다.
휴가기간 다녀간 사람들 중 평소 가까이 지내던 젊은 중국인 부부가 있었다. 얘기 중에 부인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면서 곱게 포장한 물건을 내밀었다. 예뻤지만 평범한 머그잔이었다. 그런데 그 머그잔에는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은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었다.
"I count myself as lucky for I could travel far, and never find myself a friend who's as special as you are."(멀리까지 여행할 수 있고, 당신처럼 귀한 친구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내게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 금년에는 특별하고, 거창한 목표는 세우지 말자. 하지만 누구에겐가 꼭 필요하고, 항상 생각나게 하는 그런 사람이 되자.
올해도 어김없이 '헤밍웨이의 태양'은 또 다시 떠 올랐다. 그리고 야누스의 얼굴처럼 새로운 1월을 맞았다. 그리고 기왕이면 우리 모두 산뜻한 출발이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