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일과 2일이 공휴일인지라
혹시 식품점이 모두 문닫을까봐
얼른 장보러 갔다
24시간 주 7일 문여는 가게라고 광고되어 있어도
크리스마스날에는 문닫는 걸 보고
이젠 곧이곧대로 다 받아들이지는 않게 되었다
나는 야채,과일만 사 가지고 오는데
많은 사람들이 달랑 맥주 박스를 사 들고 가는 걸 보았다
뉴질랜드에서는
이맘때가 가장 술 소비가 많은 시기라고 한다
31일 밤 12시가 되면
시내 한복판에서 불꽃놀이가 한창 벌어진다
가보지 않고도 내가 아는 이유는
TV live로 볼 수 있다
우리동네에서도 대충 저녁 10시쯤부터
불꽃이 펑펑 퍼지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크리스마스이브부터
길거리를 다니는 차량들이 확실히 줄어든걸보면
다들 어딘가로 떠난 모양이다
정부기관인 이민성도 24일 오후부터 1월 6일까지 쉰다고 하고,
복사기 회사인 xerox도 이주동안 휴무라고 일찌감치
안내문을 보내왔다
나는 31일 아침에도 여느때처럼 출근길에 나섰는데
평소같으면 속도내기가 쉽지않은 모터웨이에도
차가 거의없어서 내 고물차가 오랜만에 씽씽 달려 보았다
새해를 맞으러 많은 사람들이
주로 가는 곳들이 바닷가나 휴양지인 모양이다
텐트를 치고 모여들 앉아서 술마시고 새해를 맞는 기분을 즐기는 것 같은데
특히 Mount Maunganui는 떼로 몰려가는 hot spot이란다
당연히 모여서 술먹고 싸움질이 잦았던지
이곳에서 이맘때는 술이 아예 금지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쉽게 예상되듯이 여전히 술싸들고 가서 마시고 취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지난 며칠동안 이것땜에 체포된 사람이
이 지역에서 200명이 넘었단다
술마시는 사람이 많으니 당연히 음주운전도 많다고 한다
이맘때면
음주운전에 관해 실감나는 공익광고도 TV에 상당히 자주 보인다
요즘 본 것 중에 가장 기억나는 것은,
친구들끼리 술먹으러 가면서 한명의 운전수를 지정했는데
당연히 이 친구는 다른친구들이 술먹을때 음료수나 먹어야 했는데
이 친구가 다른 친구들 몰래 독한 술을 마시고 나름 혼자 즐기다가
다른친구들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어디 들이박는 것이었다
이 친구를 가리켜 bloody idiot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바보들이 어디 한둘인가
안전을 위해서도 이맘때는 돌아다니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남섬의 Christchurch시장이 심지어 충고하기를
31일밤에는 12시 넘어서 혼자 걸어다니지 말란다
그러고보면 한국이나 이곳이나
연말연시의 들뜬기분, 허전한 기분은 다 비슷한 것 같다
우리옆집의
할아버지는 혼자 사는데
크리스마스에도, New Year's Eve에도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이
여느때처럼 조용하고
오늘 오후에도 혼자서 빨래 걷어서 들어간다
이런 때일수록
어려운이웃을 돌아보자는 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