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부시 홀리데이파크 직원이 트랙 입구인 오네포토까지 낡은 밴(봉고차)으로 데려다 준다. 오네포토에서 보이는 와이카레모아나 호수의 물은 아름답다. 오늘의 숙소는 파네키리 산장으로 산 정상(1.180m)에 위치한 산장이다. 따라서 오늘은 내리막이 없는 5시간 오르막이다.
산을 오르다 보니, 길옆에 키위 새똥이 보인다. 뉴질랜드의 상징인 키위의 똥은 다른 새와 는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우성 색이 아주 희고 다른 새에 비해 양이 많다. 찍어서 냄새를 맡아보니, 아주 톡 쏘는 암모니아 냄새와 함께 휘발성 냄새가 나는 게 틀림없이 키위의 배설물이다.
이외에는 키위새는 여러 가지 포유류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조류는 난소가 하나인데 키위는 포유류처럼 2개이고, 뼈 속이 꽉 차 있고, 체온이 38℃로 일반 조류의 40℃보다 낮다. 또한 표면은 깃이 없이 털에 가까운 형태의 것으로 덮여 있고, 콧구멍이 부리의 뿌리 쪽이 아닌 끝에 달려 있다.
다른 조류는 체형이 역삼각형인데 키위는 삼각형이고, 몸집 대비 가장 큰 알을 낳는 새이기도 하다. 알의 무게가 몸무게의 20%에 달래 사라에 비유하면 12kg의 아기를 낳는 것과 같다. 조심성이 워낙 많아 자연 상태에서 보기는 상당히 어렵다. 한때는 뉴질랜드 전역을 통해서 가장 흔한 새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개체 수가 너무 줄어 보호 조류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은 뉴질랜드에서 유일하게 키위 수가 늘어나는 곳이다.
능선을 따라 올라가는데, 산 좌측은 완전히 구름으로 덮여 있고, 오른 쪽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다행이 호수를 오른 쪽에 두고 올라가기 때문에 깨끗하게 보인다. 올라갈수록 호수 전모가 점점 한눈에 들어온다. 밑에서 본 호수 뒤로 훨씬 커다란 호구가 연결되어 있다. 그 규모가 대단하다.
이 구간은 숲이 짙어 많은 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실버아이, 블랙로빈, 팬테일 같은 새는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기 때문에 더 가까이 온다. 너도밤나무 숲이 군락을 이루었고, 그 줄기와 땅에도 이끼가 잔뜩 덮여 있어 숲 전체가 온통 초록색이다.
한겨울이지만 날씨가 따뜻해 등줄기로 땀이 흐른다. 정상 부는 고도가 그리 높은 곳이 아닌데도 호수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에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다. 산장에 도착할 즈음 나무 계단이 보인다. 정상에 오르자 거대한 호수와 첩첩한 산들이 장관을 이룬다. 마침내 이 깊은 산 최정상에 아름다운 산장이 나온다. 가스로 난방이 되는 36인 침대를 갖춘 산장은 전방에 와이카레모아나 호수를 두고 정북향으로 나 있어, 일출과 일몰을 모두 다 즐길 수 잇는 최고의 산장이다(뉴질랜드는 적도 남쪽인 남반구에 위치하고 있어, 정북향이 한국의 정남향 위치와 같음).
산장 내부에는 햇볕이 따뜻하게 들어와 더욱 평화롭다. 물을 끊여 따끈한 홍차를 마시고 있느니, 한 쌍의 커플이 올라온다. 영국에서 온 제임스와 페리 커플은 휴가 여정이 3주의 짧은(?) 기간이어서, 뉴질랜드 북섬만 여행한다고 한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도중 호수 좌측으로 해 가지며, 산장 뒤쪽에서 넘어오는 구름이 장관을 연출한다. 나와 제임스 커플은 식사하다 말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 커플은 "원더풀!"을 외치며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둘이 연신 키스를 한다. 집에 두고 온 가족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