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북섬의 중동부 내륙에는 와이카레모아나(Waikaremoana)라는 이름의 신비한 호수가 있다. 이 호수를 꿰는 와이카레모아나 트랙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9개 트랙(The Great Walks) 중 하나다. 와이카레모아나는 마우리 말로 '잔물결이 티는 바다'라는 뜻이다.
이 지역을 호크스베이(Hawkes Bay)라는 부르는데, 지진이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근방 도시인 네이피어와 와이로아 지반 융기로 인해 수백만 평이 넘는 지역이 하루아침에 솟아올라 육지로 변했다. 이 융기된 땅에는 현재 포도 과수원과 가축 농장이 대부분 들어섰는데, 지금도 땅에는 조개와 게 껍질이 흔하게 발견된다.
우리가 갈 와이카레모아나 호수 역시 지진으로 인해 생성된 호수다.
2,200년 전 어느 날 엄청난 지진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가파른 산에서 쏟아져 내린 어마어마한 바위와 흙덩이가 깊은 계곡을 흐르던 강물(와이카레타레케 강)을 막아 지금의 호수를 이룬 것이다. 인공으로 만들려면 몇 년에 걸쳐 초대형 장비를 동원해야 할 터이지만 단 몇 초만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힘이다.
호수는 형성 과정에 따를 여러 가지 다른 모양을 이룬다. 화산 폭발로 인해 만들어진 화구호는 단순한 동그란 모양을 기본으로 하고, 빙하호는 거대한 빙하의 힘이 산의 계속을 긁어 내려오면서 대부분 긴 막대 모양을 이룬다. 계곡을 흐르던 강이 막혀서 생성된 호수는 인공 호수처럼 복잡한 나뭇가지 모양이며 수량에 비해 아주 긴 외곽선을 그려 낸다.
와이카레모아나 호수는 이런 출신 성문으로 인해 호수면의 높이가 매우 높고 물이 깨끗해서, 경관지 이외에도 고도차를 이용한 발전과 식수원 등으로도 매우 값어치가 높다. 아주 깊은 산속에 위치하고 있어서 호수에 도착하기 직전까지도 호수가 보이지 않는데, 산모퉁이를 도는 순간 엄청난 규모의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와이카레모아나는 북섬 내륙 깊은 곳에 고립돼 있어 신비한 느낌이 더한 것이지도 모른다. 이 지역 대부분의 주민이 마오리족이다(90% 이상).
도로 사정이 워낙 좋지 않아 비행기, 셔틀버스, 시외버스, 밴을 차례로 갈아탄 후에야 트랙 기점인 오네포토에 도착했다. 오네포토에서는 미리 예약해 놓은 빅부시(Big Bush)라는 곳에 숙소를 잡았다. 작은 호수 바로 앞에 깨끗한 욕실과 부엌이 달려 있는 방 2칸짜리 한 채를 배정 받았는데, 사람이 많지 않은 겨울철이라 하루 숙박비가 20달러 (약13,000원)이다. 내일 도착할 산장에서 지낼 수 있는 2일 숙박용 티켓을 사기 위해 28달러(약 20,000원)를 빅부시에 지불하니 뉴질랜드 자연보호국에서 팩스로 티켓을 보내 준다.
트랙킹 총 일정은 2박3일이고, 전체 구간은 46km다. 2박3일로 산행하려면 둘째 날 걷는 시간이 많아 중상 정도의 체력 조건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