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 소리없이 강하다, 필리핀 이민자들

[367] 소리없이 강하다, 필리핀 이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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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없는 2007년>

  지난 6월 스페인에서 열렸던 어메리카 컵 결승전에서도 팀뉴질랜드가 접전이라 할 수 없는 성적으로 스위스 알링기팀에게 져 컵 탈환에 실패했을 때만해도 지난 일요일 끝난 2007 럭비월드컵만큼은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램 속에 지난 몇 달을 손꼽아 기다려 왔던 키위들에게는 지난 몇 주간이 고통스럽기만 했다. 사상최강의 팀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이번 대회만큼은 우승을 놓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모두 생각하고 기대했던 올블랙스팀이 역대 최악의 성적인 8강전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7년 뉴질랜드 국민들의 가장 큰 두 스포츠 이벤트는 잔인하게 키위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는 그렇게 끝나 버렸다. 이제 올 한해도 두어 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 국가적으로 즐거울 일은 별로 없을 것 같고 그저 가족단위로 소박하게 섬머 홀리데이를 즐길 계획이나 잡을 시점이 되었다.

  이렇게 키위들도 별로 재미없었던 한 해였지만 뉴질랜드 교민사회도 재미없기는 마찬가지가 아니었나 싶다. 한국으로부터 유학생과 이민자가 많이 들어와야 활성화되는 현 교민경제 체력인데 유감스럽게도 2006/7 회계연도의 1,115명의 한국인 영주권 승인 숫자는 2000년대 들어 최저치이고 2007/8 회계연도 역시 이를 상회할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더 줄어들지 않을까 예측된다. 이에 반해 같은 아시안이지만 눈부시게 떠오르는 필리핀 출신 이민자에게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소리없는 강자, 필리핀>

   도표에서 보듯이 필리핀 이민자는 2006/7년도부터 급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기술이민(Skilled Migrant Category)에서 필리핀 기술이민 영주권자의 눈부신 성장세와 정확히 비례하는 것이다. 지난 두 번에 걸친 의향서 채택 현황에서도 필리핀은 영국과 중국에 이어 15%대로서 3위(한국은 1,2%대)를 차지했었다.

  필자가 사는 오클랜드 노스쇼어 지역, 특히 글렌필드 지역에 가보면 많은 필리핀인들을 만날 수가 있는데 점차 많아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다. 가족 단위로 식당에 오는 이들을 살펴보면 이들이 언제 이민 왔는지 감이 잘 안 잡힌다. 아이들부터 엄마, 아버지까지 모두 영어로 얘기하는데 아주 자연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필리핀 교민회장을 만나서 인터뷰했던 교민지 기자와 얘기할 시간이 있었는데 이 교민회장이 몇 번에 걸친 이민부 장관과의 면담 끝에 자국 기술이민 희망자들의 뉴질랜드 내에서의 잡서치 기간을 6개월에서 9개월로 늘리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필리핀 기술이민자들의 대폭적인 증가세는 이런 필리핀 교민회의 배후지원도 컸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그 들 기술이민 희망자들의 기술의 호환성과 커뮤니케이션의 용이성이 주 요인이 아닌가 싶다. 본국에서부터 영어를 사용해왔던 그 들이기에 영어장벽에 부딪혀 처음부터 아예 명함도 못 내미는 우리 한국이민희망자와는 출발점부터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찍이 미국과 스페인의 식민경험 때문인지 유러피안 문화에 대한 거부감 내지 이질감이 우리보다 훨씬 덜함에 따라 이 곳 키위들 문화와 직장에 적응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중국의 경우 젊은 유학생들이 이 곳에서 학교를 마치고 졸업하면서 취직과 더불어 자연스러이 영주권을 받아 이 곳 직장 사회에 밑으로부터 편입을 이루고 필리핀(그리고 인디언)의 경우 이 곳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았으나 자국 내에서 쌓은 학력과 경력으로 뉴질랜드 직장에서 이 곳 키위들이 호주로 영국으로 떠나 공석으로 남아 있는 중, 하위 기술관리직을 꿰차고 들어앉는 형국으로 보인다. 영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중, 고위 관리직 쪽에도 많이 진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인의 자리는 어디에? >

  1인당 GDP를 따져도 한국의 5분의 1밖에 되지는 않는 필리핀, 그리고 뉴질랜드 대외 수출입 파트너로서 비중을 따져 보아도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되는 필리핀이지만 뉴질랜드 이민 부 관점에서는 필리핀 이민자가 훨씬 매력 있는 셈이다. 이민이야 개인이 오는 것이지 국가가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비교가 무의미할 수 있겠지만 자칫 한국이라는 국가가 뉴질랜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통해 한국인 이민자 수용의 당위성까지 억지로 유추하는 오류를 범할까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는 것이다.

  앞으로도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극동아시안들을 위한 별도의 카테고리를 만들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러한 한국인의 위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보다 많은 한국인들을 뉴질랜드에 이민 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인지 생각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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