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옷과 배낭을 걸고, 진흙을 턴 등산화를 난로 옆에 놓은 후 오늘 저녁을 위해 산장 바로 앞에 있는 바다로 갔다. 마침 썰물 시간이 가까워져 조개를 채취하기에 더 없이 좋은 시간이다.
바람은 전혀 없고, 얼굴이 겨우 젖을 만큼 가는 비가 안개처럼 깔리고, 바다 경계선까지 빽빽하게 자라나 있는 나무들이 마치 동양화 한 폭을 보는 듯하다.
저녁거리로 홍합 몇 개를 바위에서 손쉽게 따서는 산장으로 들어왔다. 아까 피워 놓은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이스라엘에서 온 청년 한 사람이 들어와 있었다.
노스 암 산장에는 화로와 나무, 그리고 깨끗한 재래식 화장실이 있고, 30명이 잘 수 있는 침대와 매트리스가 구비돼 있다. 단, 한 산장에서 2일 이상 머무를 수 없다. 자연보호국(DOC : Department of Conservation)에 직접 가면 예약하는 순서대로 이용 허가를 내준다.
노스 암 산장~하프문 베이 <12km-4~5시간 소요>
트래킹 마지막 날은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 오래지 않아 마을로 내려가서 신선한 야채와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가 곧 쏟아질 것 같은 날씨 때문에 점심은 거르고, 대신 아침을 실하게 먹기로 마음먹었다. 아침에 국과 햄, 그리고 밥을 지어먹은 후 다같이 산장 청소를 한 뒤 트래킹을 시작한다.
패터슨 하구로 연결되는 길을 따라 걸어가면 소밀 캠프사이트(Sawmill Campsite)와 해변이 나온다. 트랙 좌우에는 리무, 카마히 등의 고급 수종이 가득하다. 길 옆으로 카이피피 베이가 나온다.
카이(Kai)는 음식물이라는 뜻이고, 피피(Pipi)는 길고 흰 조개라는 뜻이니 피피조개가 베이 가득히 들어 있다는 뜻이다. 옛날 마오리족에게는 더 없이 중요한 해산물 창고였던 곳이다. 이 창고는 결코 신선도가 떨어지지 않으며, 가만히 두면 그 양이 늘며, 오존층을 파괴하는 냉매도 필요치 않다.
트랙 끝으로 가는 길은 조용하고 경사가 거의 없는 평지로 조용히 마무리된다. 트랙의 끝 부분에 오면 아기들 모자 만한 전복 껍질을 박은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트랙 전체의 난이도를 따지면 비교적 쉽다.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든지 트랙을 완주할 수 있다.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므로 비옷과 배낭의 방수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산 속에 있는 많은 새들과 바다에서 나오는 신선한 해산물이 여행에 큰 재미를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