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코리아타임즈 312호(2005년 7월12일 발행)에서 ‘가정 안에서의 징계와 처벌' 이라는 제목으로 형법 59조에 대해 설명해드렸다.
작년 겨울에 [아동 훈육의 명분으로 가해지는 폭력을 금지하기 위한] 형법 개정법(Crimes [Abolition of Force as a Justification for Child Discipline] Amendment Bill)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국회에 상정된 법안이 있는 데, 혹자들 사이에선 구타방지법이라고도 희자되는 이 법안은 올해 2월에서야 두 번째 심의를 통과했다. 현재 진행 속도로는 언제 정식법으로 통과될지 예측조차 하기 힘들다.
뉴질랜드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기까지는 여러 관문이 있는데, 이번 호에는 법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절차에 관해 설명드리고자 한다.
어떠한 법안(Bill)이든지 국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 기전까지는 아무런 존재 가치가 없다.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다음, 국회는 첫 심의 [First Reading]에 들어가게 된다. Reading이란 단어를 직역하자면 ‘낭독' 이라는 뜻인데, 전통적으로 국회가 상정된 법안을 심의할 때 모든 의원ㆍ방청객이 들을 수 있도록 국회의장이 큰 소리로 낭독을 했기 때문에 이러한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첫 심의 [First Reading]는 법안이 상정 된지 적어도 3일 후에야 시작되는데 이는 의원들이 적어도 3일동안 상정된 법안을 검토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이다. 이 유예 기간동안 법무장관[Attorney General]은 이 법안이 권리장전[New Zealand Bill of Rights Act]과 불일치되는 점이 있는지에 대해 검토하게 된다.
심의가 시작되면 법안을 상정한 의원의 주도하에 토론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첫 심의는 의외로 짧은 시간인 1-2시간 안에 끝나게 된다. 토론이 끝나고 의원들은 표결에 들어가고, 이 표결에서 과반수 이상의 득표를 하지 못한다면 법안은 말 그대로 법안으로 남게 된다.
의원의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은 법안은 특별 위원회 [Select Committee]로 넘겨진다. 위원회는 보통 6개월 정도의 시간동안 법안의 모든 것을 샅샅이 해부하는데, 이 기간동안 일반 시민들의 의견도 수렴하게 된다. 위원회는 6개월의 시간이 끝날 무렵 국회에 보고서를 제출하는데 대부분의 법안들이 특별위원회를 거치면서 대폭 현실에 맞게 수정이 된다.
국회가 특별위원회의 보고를 받고 난 후에는 두 번째 심의가 시작되는데 수정된 사항들과 위원회에서 발견된 다른 세부사항에 관한 토론이 진행된다. 모든 토론이 끝난 후에 의원들이 다시 한 번 표결을 하는데 두 번째 심의 후 표결에서 과반수 이상의 의원이 동의를 하면 이 법안은 거의 법으로 통과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 다음 순서는 국회 본 위원회[Committee of the whole House]에서 법안의 세부조항들을 조율하고, 세 번째 심의에 들어가게 된다. 세 번째 심의는 심층도있는 토론보다는 법안을 순서에 맞게 정리하는 수순이며 역시 의원들의 표결에서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법으로 확정되기 전 마지막 단계는 모든 군주제도 국가가 그러하듯 국왕의 윤허ㆍ승인을 받아야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총리의 건의 하에 총독이 승인을 하게 된다.
말 많고 구설수에 자주 오르는 국회의원들이지만 법을 제정하는 일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닌 듯 싶다.